유벤투스 방문사진[15903]
로빈 장 ‘더페스타’ 대표이사. 제공 | 더페스타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저는 ‘먹튀’할 생각이 없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 ‘노쇼’ 사태에 대해 유벤투스 친선경기를 유치한 ‘더페스타’의 로빈 장 대표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친선전 후반전부터 연락이 되지 않던 유벤투스의 이번 프로젝트 매니저(PM)와 이튿날 오후에서야 통화했다. ‘한국에서 있었던 모든 일은 우리 잘못이다. 구단 역사상 최악의 불명예다. 당신에게 너무 미안하게 됐다. 29일 회의를 열고 이 사안에 대해서 논의하겠다’고 사과를 받았다”며 “유벤투스와의 계약에는 당연히 비밀 유지 조항이 걸려 있다. 계약서를 외부에 공표할 수는 없으나 취재진에게 보여줌으로써 계약 조건의 사실 여부를 증명하려고 한다. PM과 통화한 20여 분의 녹취 파일도 공개하겠다. 유벤투스의 공식입장을 받은 후 곧 일정을 잡겠다”고 주장했다.

시계를 지난 26일로 되돌려보자. 팀 K리그와 유벤투스와의 친선전은 파행의 연속이었다. 중국에서 당일 오전 입국하기로 돼 있던 유벤투스가 이유를 밝히지 않은채 오후에야 한국에 도착했고 경기 전 예정됐던 사인회에 참석하기로 했던 호날두는 갑자기 불참을 선언했다. 경기 개시 시간이었던 오후 8시까지도 유벤투스가 상암에 나타나지 않으며 킥오프는 약 1시간 후에서야 이뤄졌다. 여기에 ‘45분 의무 출전 조항’이 걸렸던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으며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파국을 막기 위해 주최사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빅클럽의 ‘슈퍼 갑질’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호날두가 뛰는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 티켓을 구매한 관객들은 집단 소송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가 이렇게 되다 보니 ‘위약금’에 대한 지적이 뒤따른다. 구단 초청 비용은 물론 호날두의 몸값과 비교해도 너무 적은 금액이었기에 사실상 실효성이 없었다는 얘기다. 장 대표는 “혹자들은 3~4배 정도의 위약금을 걸었어야 한다는 얘기도 한다. 그러나 업계에서 이런 매치업에서 슈퍼스타의 출전 시간을 두고 위약 조항을 거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유벤투스는 ‘우리 구단은 호날두만의 팀이 아니다’라며 절대 동의해주지 않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경기 당일 도착하는 일정 자체가 무리였다는 비판에는 “이벤트 매치를 이유로 27일 예정됐던 K리그 일정을 조정하기 어렵다는 연맹의 입장에 공감했다. 앞선 아시아투어 일정으로 선수단에 휴식을 주고 싶어하는 유벤투스도 이해했다. 흔치는 않지만 이따금 이런 식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사실 이와 관련해 연맹과 우리도 우려를 나타냈으나 유벤투스 측에서 ‘전혀 문제가 없다’며 자신한 부분이었다”고 답했다.

배려가 배신으로 돌아온 상황에 대해 장 대표는 내내 괴로워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계약했고 이를 이행하는 건 구단과의 약속의 문제다. 시시비비를 가리고 유벤투스에 소송을 건다 해도 사실상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 없다”고 답답해하던 그는 “주최사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 팬들이 원망할 만하다. 나도 호날두를 보고 싶었다. 유벤투스를 믿은 게 잘못이었다.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유벤투스가 거듭 친선전을 요청해왔을 때 단호히 거절하고 싶다”고 자책했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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