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근의 롤리팝]자존보다 생존? 정운찬 총재, KBO수장 자격 의심스럽다
    • 입력2019-07-25 05:31
    • 수정2019-08-1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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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정운찬 KBO총재.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정운찬 총재가 KBO수장으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 총재는 최근 일본의 경제도발에 대한 칼럼을 모 신문에 기고했다. ‘자존(自尊)보다 생존(生存)이 먼저다’라는 제목이었다. 그는 칼럼에서 ‘4강에 둘러싸인 대한민국이야말로 자존보다 생존을 우선해야 하지 않을까? 과거로 치우친 시계추를 현재와 미래로 재설정하고 이념과 명분보다 실용과 실리를 앞세워야 생존과 번영을 누릴 수 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를 자극하지 말고 원만히 타협하자는 의미다. 여기엔 살기위해 자존심 따윈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일본은 강자, 우리는 약자라는 의식도 엿보인다. 역사를 돌아보면 척화와 주화, 반일과 친일처럼 서로 반목하는 입장은 늘 교차했다.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생존을 위해 강자의 바지가랑이 사이로 기어들어가라’고 조언할 수 있고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을 것이다.

실리를 추구하자는 정 총재의 생존철학은 이어진다. 그는 ‘경제 분야에서 두 나라는 바늘과 실 관계다. 유감스럽게도 바늘 역할을 하는 일본은 우리 급소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라고 했다. 이는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 소재산업이 그들의 바늘이며 동시에 우리의 아킬레스건이라는 주장이다. 다시 한번 굴종을 강요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 도발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들의 행위는 쌍방의 이익을 추구하는 호혜주의를 파괴한다. 자유무역의 상호 신뢰도 훼손한다. 글로벌 시대에 손발을 맞추는 분업체계도 깨뜨린다. 일본의 횡포는 페어플레이를 한참 벗어나 특정산업을 무기로 사용해 상대를 타격하는 비열한 행위다. 그런데 정 총재는 일본의 비상식적 처사에 반발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라고 한다. 적어도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추구해야 할 KBO의 수장이 펼칠 수 있는 논리는 아니다. ‘바늘과 실’에 빗대 이기지 못할 싸움엔 그냥 굴복해 버리자는 자세도 스포츠정신과 완벽하게 위배된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빌미로 경제전쟁을 시작했다. 속이 빤히 보이는 노림수다. 선거를 앞둔 표 결집, 과거사를 지워낸 전쟁 이전 일본으로의 회귀, 평화무드로 향하는 남북관계에 대한 견제 등을 위한 것이다. 아베정부는 자신들의 교과서에 강제징용, 성노예와 같은 부끄러운 역사를 꾸준히 삭제하고 있다. 강제가 아닌 자발적 참여라고 한다. 위안부는 매춘부라는게 그들의 파렴치한 의식 수준이다. 반성 없는 아베정권이 가장 걸고 넘어지는 부분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2015년 위안부문제합의다. 이미 배상하고 끝난 사안인데 왜 자꾸 딴지를 거냐고 비아냥 거린다. 그러나 그 문서엔 가장 기본적 사안이 빠져있다. 식민지배의 불법성에 대한 인정이 없다.

일본 자국내에서도 반발의 목소리는 높다. 일본 법원과 변호사 단체는 전쟁으로 피해를 본 개인의 배상 청구권을 인정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그 목소리를 무시하며 대한수출규제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 총재는 이념을 논한다. 당파에 매몰되면 맹목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많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펼치고 있는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또한 이념의 문제인가? 문재인 정부는 이제 ‘반일’이 아닌 ‘극일’의 길을 가자고 한다. 잘 알려진대로 식민지 시절부터 이어진 분업구조는 우리를 100년 이상 대일본 적자국으로 전락시킨 사슬이었다. 그래서 일본제품 불매는 가마우지식 분업체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우리의 힘찬 걸음이다. 나아가 일본이 우리의 정신에 심어놓은 저열한 식민사관을 깨부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다.

정 총재는 KBO수장 답게 칼럼에 야구 이야기도 끌어들인다. 영국 런던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야구불모지인 유럽에서 관중석이 매진된 모습에 충격을 받았고 야구 기원이 영국이라는 중대선언에도 놀랐다며 화들짝거린다. 그러면서 ‘MLB가 신흥시장 개척을 위해 종주국 자리까지 양보한 혁명적 발상전환을 우리도 배워야 한다’며 ‘자존보다 생존을 우선시 하자’는 주장을 갖다붙인다. 일본과의 대치 상황에 런던시리즈를 연계하는 발상이 어리둥절하다.

여기엔 몇 가지 오류도 있다. 런던에는 수많은 북미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들은 티켓값으로 수십만원을 기꺼이 지불하며 경기장을 찾았다. 런던이 야구 불모지는 맞지만 좌석을 채운 관객이 전부 유럽인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야구의 기원은 영국에서 시작된 크리켓과 라운더스가 맞다. 현재의 야구규칙이 확립한 건 미국이지만 ‘야구의 고향’은 영국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정 총재가 충격이니 혁명적 발상이니 운운하는 건 지나치다.

어쨌든 성황리에 끝난 런던시리즈 보다 침체기의 징조를 보이는 한국야구가 더 걱정이다. 국내에서 가장 저변이 넓은 스포츠라는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그런 위기의 문턱에서 과연 KBO총재는 ‘자존’보다 그렇게 중시한다는 ‘생존’을 위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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