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당당하게 '덕질'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팬TALK'은 팬이 직접 말하는 스타의 '입덕 포인트'와 이젠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은 다양한 '팬덤(fandom)'의 특징을 집중 조명하는 코너입니다.


◇팬 자기소개서


스타 : 손흥민(Heung-Min Son) 토트넘 홋스퍼 FC·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1992.07.08)


수식어 : 손세이셔널(Sonsational)

뜻 : 손흥민의 활약상. 해외 언론에서 sensational(선풍적인) 대신 Sonsational로 그의 활약을 설명


응원도구 : 태극기, 유니폼, 직접 제작한 휘황찬란한 플래카드

'입덕 포인트' 한 줄 요약 : '축구'를 통해 '행복'을 선물하는 사람

[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Come On You Spurs!(토트넘 홋스퍼 화이팅!)"

#COYS. 손흥민이 매 경기 전후 자신과 토트넘을 응원해주는 팬들을 향해 남기는 메시지다. 앞글자를 따 'COYS'라는 약어로도 불리며, 토트넘 팬들에겐 상징과도 같은 단어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이 외침을 손흥민을 향해 들려주려 한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노란 머리의 22세 손흥민은 패배의 쓰라림에 눈물을 흘렸다. 그라운드에서 홀로 빛났던 그였지만 조별리그 탈락은 뼈 아픈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쓰러진 채 누워있지 않았다. 이후 기성용의 뒤를 이어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부터 아시안게임,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결승무대까지.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해 대한민국의 든든한 '캡틴'이자 토트넘의 '중심'이 됐다.

지난 6월 11일, 대한민국과 이란의 A매치 현장은 월드컵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시즌을 마친 후 오랜만에 한국 땅을 밟은 손흥민을 응원하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팬 덕분이었다. 무엇이 대한민국을 '쏘니 열풍'에 빠지게 했을까. 시즌 내내 밤을 새워가며 그를 응원했던 팬들을 서울월드컵경기장, 그 뜨거운 현장에서 만나봤다.

◇ '축알못'을 '축구팬'의 길로…Back to 2002!

"축구는 몰라도 손흥민은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는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영웅으로 자리했다. 손흥민의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손흥민은 온전히 자신의 실력과 매력으로 축구에 관심조차 없던 '축알못(축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들을 한 번에 사로잡으며,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의 열풍을 재현하게 했다.

"팬이 되기 전까지는 축구에 문외한이었는데, 월드컵에서 선수님이 보여준 투지와 열정에 감동받아서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알아 갈수록 자신의 꿈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긍정적인 마음에 반해서 좋아하게 됐어요." -최예원(19)

"레버쿠젠에서 뛰던 시절 대한민국 선수가 유럽에서도 이렇게 활약하고 또 골까지 넣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게 임팩트가 컸어요. 그 이후로 팬이 됐습니다." -백 모씨(20세)

"사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전에는 축구뿐만 아니라 스포츠에 관심이 없었는데,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님을 보면서 '이 선수가 뛰는 경기를 더 보고 싶다. 더 알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관련 경기나 영상을 찾아보면서 자연스럽게 팬이 된 것 같아요." -나혜련(17)

"사실 손흥민 선수가 토트넘으로 이적하기 전까지는 잘 알지 못했던 선수였어요. 그런데 이적 후 첫 리그 경기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고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챙겨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박지성 선수 다음으로 한국인이 EPL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입덕했어요." -임현택(18)

◇ "축구도 잘해, 웃는 것도 예뻐…" 쏘니, 실력과 미소로 세계를 사로잡다.

지난 2월 영국 공영매체 BBC는 손흥민의 활약을 집중 조명하며 "역대 아시아 선수 중 최고"라고 극찬했다. 매체는 전 세계 팬들이 손흥민을 사랑하는 이유로 그의 실력과 폭발적인 스피드, 미소를 꼽았다. BBC는 "많은 팬은 그의 실력뿐 아니라 미소도 사랑한다. 티에리 앙리 해설위원이 '왜 항상 웃고 있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항상 웃는다. 그 덕분에 동료와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는다"고 소개했다.

국내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토트넘의 유니폼을 입었을 때도,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도 손흥민은 골을 기록할 때마다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을 향해 하트를 날리며 특유의 환한 미소를 보여주곤 했다.

"손흥민 선수 매력은 귀여움이죠(웃음). 온몸에 사랑스러움과 귀여움을 장착하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축구를 한다는 것 자체를 행복으로 생각하는 선수님의 마인드가 이렇게 행복한 모습을 만들어준 것 같아요. 선수로서 가장 큰 장점은 스피드죠! 포지션 상 스피드라는 장점이 더 크게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최예원(20)

"미소가 아닐까요? 남들도 기분좋게 해주는 미소요!" -백 모씨(20)

"인터뷰에 임할 때 묻어나는 말투, 축구를 대하는 태도. 선수 자체로도 정말 매력적이고 예쁜 사람이더라고요. 멘탈도 훌륭하죠. 컨디션이 저조할 수도 있고 경기력이 좋지 않을 수도 있는데, 부정적인 생각보다 그날 경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다음 경기를 대비하시는 것 같아요." -나혜련(17)

"양발을 잘 다룬다는 점이 장점인 것 같아요. 골을 마무리하는 능력도 높고요. 또, 압도적인 스피드로 수비수를 제치는 손흥민 선수의 능력은 이미 많은 인정을 받았고, 특히 월드컵 독일전에서 골을 넣기 전 보여준 50m 5초대의 기록은 세계를 놀라게 했죠." -임현택(17)

"세계적인 무대에서 정말 좋은 플레이를 하고 있고, 중요한 순간에 득점해서 팀을 이기게 해 주는 게 정말 멋있어요. 양발도 잘 써서 어느 각도에서든 골을 잘 넣으시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서요셉(18· FC서울 유스)

◇ '전차군단 독일을 누르다'…팬들이 꼽은 손흥민의 '인생경기'

지난 4월 18일, 맨시티와 토트넘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대한민국의 새벽은 잠들지 않았다. 국내뿐 아니라 토트넘 팬들에게도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날 손흥민은 폭발적인 동점 골로 토트넘을 위기에서 구했으며, 동점을 만든지 2분 만에 역전 골을 꽂아넣으며 팀의 극적인 4강 진출을 이끌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을 상대로 보여준 최고의 퍼포먼스였다.

아시아 최초 EPL 이달의 선수 수상, 아시아 최초 50골 기록, 아시아 선수 최다골 등 수많은 '최초'와 '최다' 기록을 만드는 동안 손흥민이 뛰었던 모든 경기는 역사가 됐다.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는 못했지만, 팀 창단 이후 최초로 오른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역시 손흥민에게 또 하나의 소중한 경기가 됐다. 그렇다면 팬들의 마음 속에 가장 깊게 자리한 손흥민의 '인생경기'는 무엇이었을까.

"월드컵 독일전이죠! 친구들이랑 자습실에서 숨죽이며 봤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가슴 졸이며 봐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우리나라의 선제골에 이어 손흥민 선수의 골이 터졌을 때 학교에 울리던 친구들의 함성, 부둥켜안고 경기에 심취했던 그 날은 잊을 수 없는 학창시절 일부가 됐습니다." -최예원(19)

"손흥민 선수의 인생 경기는 워낙 많아서 고민이 좀 되지만 뭐니뭐니해도 월드컵 독일과의 경기와 그 경기에서 손흥민 선수가 넣은 쐐기 골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새벽에 경기를 보면서 손흥민 선수의 주장으로써 활약, 후반 추가시간의 쐐기골은 정말 아직도 잊히지가 않아요.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랭킹 1위 독일을 이겼다는 그 기쁨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아요." -임현택(17)

"모든 경기가 다 인상 깊었고 기억에 남지만, 저에게 축구의 재미를 알게 해주고, 팬이 되게 해준 월드컵 독일전이 많이 생각나요. 선수님의 간절함,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 이 모든 게 함축적으로 드러나 있는 경기가 독일전이라고 생각해요." -나혜련(17)

◇ "축구랑 장수하세요!" 함께 그리는 손흥민의 미래

손흥민은 자신의 커리어와 기록으로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고임을 당당히 입증하며, 월드클래스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선수로 성장했다. 이미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손흥민이지만, 팬들이 원하는 손흥민의 미래는 그의 '명예'가 아닌 '행복'에 더 가까웠다.

"축구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니, 최대한 오래오래 필드 위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손흥민 선수가 예전에 인터뷰에서 '순수하게 축구를 사랑하고 즐겼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하셨는데, 지금처럼만 한다면 모든 사람에게 그런 모습으로 남을거라 생각해요." -최예원(19)

"호날두, 메시같은 선수가 됐으면 합니다. 하하. 아시아선수가 유럽에서 발롱도르를 타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쏘니이길!" -백 모씨(20)

"지금처럼 오래오래 그냥 매 경기 웃는 얼굴로 행복하게 즐기면서 축구를 할 수 있는 선수님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다치지 않는 것도 정말 중요하겠죠? 그냥 전 선수님이 축구랑 같이 장수하셨으면 좋겠어요.(웃음) - 나혜련(17)

"변함없이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축구를 사랑하는 선수로, 또 팬을 좋아하고 동료 선수 친구들과 잘 지내는 선수가 되기를 바라요." -김윤민(13)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이 기량을 잘 유지해서 오래오래 기억되는 월드클래스 선수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손흥민 선수의 이적에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팀에서 행복하게 축구하는 선수가 되길 바라요." -임현택(17)


◇ "빛나는 너를 응원해" 쏘니에게 전하는 '마음의 소리'

손흥민은 이제 대한민국 국민에게, 또 그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있어 선수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 어떠한 이들은 손흥민을 보며 미래를 꿈꾸고, 또 어떤 이들은 그의 경기에서 희망을 찾기도 한다. 팬들에게 손흥민은 이름만으로도 힘이 되는 존재다.

"손흥민 선수 덕분에 잊을 수 없는 학창 시절의 기억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골을 넣을 때마다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며 삶의 원동력을 가질 수 있었어요. 가끔 멍한 표정으로 귀여운 행동을 할 때마다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 -최예원(19)

"항상 선수님을 보고 많이 배우고 있어요. 처음에는 팬심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선수님에게 얻어가는 게 많아요. 닥쳐오는 미래와 진로 결정이 막막하고 고민이 많은데 축구를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즐기는 선수님을 보고 저도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혜련(17)

"항상 멋진 경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더 성장하는 세계적인 선수, 누구나 인정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응원할게요." -김윤민(13)

"한국 축구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계셔서 축구 팬으로서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하지만 그만큼 부담감이 어마어마하게 크신 거 알아요. 부담감이 아닌 즐거움을 업고 뛰셨으면 좋겠고, 좋아하는 축구 오래오래 즐기시면 좋겠어요. 제가 많이 사랑합니다!" -박시원(16)

"지금까지 보여준 화려한 플레이와 골들은 우리나라를 빛나게 해준 것 같아 당신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후배 선수들도 잘 챙겨주는 자랑스러운 한국 축구 국가대표 주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항상 부상 조심하시고 더 좋은 모습 보여주길 바랄게요. 언제나 응원할게요!" -임현택(17)

"축구가 저한테는 제 인생의 전부인 것 같아요." ('손세이셔널-그를 만든 시간' 마지막회 中)

정상에 서 있는 손흥민이지만, 여전히 축구는 그의 전부다. 후배들을 위한 옳은 길과 대한민국 축구가 걸어가야 할 발자취를 만들기 위해, 손흥민은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달리고 또 달리는 중이다. 그런 그의 뒤에는 태극기를 휘날리며 함께 걷는 팬들이 있기에, 또 다른 정상으로 가는 손흥민의 길은 더 이상 외롭지 않다.

younwy@sportsseoul.com

사진 | 스포츠서울 DB, 조윤형기자 yoonz@sportsseoul.com

영상 | 조윤형기자 yoonz@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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