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한선태
LG 한선태가 특유의 밝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이천|배우근기자kenny@sportsseoul.com

[이천=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마운드에선 네가 왕이다.”

한선태(25·LG)가 17일간의 1군 생활을 마치고 2군에 합류했다. 1군에서 배터리로 함께 호흡했던 포수 유강남의 조언을 가슴에 간직하고 다시 출발선에 섰다.

한선태는 비선수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프로야구 1군 마운드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6경기에 등판해 방어율 3.68을 기록했다. 초반 5경기에서 무실점 호투를 펼쳤고 여섯 번째 경기에서 2.1이닝 3실점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인상은 강렬했다. LG 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데뷔전과 여섯 번째 경기를 꼽았다. 아쉬움 때문이다. 한선태는 “첫 경기에선 너무 긴장했다. 구속은 140㎞ 중반까지 나왔지만 2군에서 던진 만큼 못보여줬다. 밸런스가 맞지 않아 3볼로 몰린 것도 아쉽다”라고 했다. 한선태의 데뷔전 초구는 폭투였다. 그만큼 마운드에서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으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두산을 상대로 등판한 여섯 번째 경기도 아쉬움이 남는다. 한선태는 “투구 밸런스는 나쁘지 않았는데 변화구 제구가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거나 헛스윙을 유도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못했다. 직구는 괜찮았지만 쓸데없는 볼이 늘어나며 타자들의 노림수에 걸려 실점했다”고 돌아봤다. 이날의 경험은 앞으로 한선태가 풀어가야 할 숙제가 됐다. 최일언 투수코치는 2군으로 떠나는 그를 향해 “체인지업을 잘 연마해서 올라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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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한선태가 자신의 손을 보여주고 있다. 평범한 크기의 손이다. 다만 손가락 끝부분에 굳은살이 배겨있는게 다르다. 이천|배우근기자kenny@sportsseoul.com

개인 최다이닝과 최다투구를 기록한 그 경기에서 한선태는 포수 유강남의 의미 있는 조언도 가슴에 새겼다. 실점 후 한선태가 벤치에서 유강남과 나눈 대화에는 투수라면 귀담아 들어야 할 충고가 담겨있었다. 유강남은 실점하고 교체된 한선태에게 “마운드에서 이전과 많이 달라 보였다”고 했고 한선태는 “사인을 보고 고개를 젓고 싶은 상황이 있었다”고 속내를 밝혔다. 유강남이 “왜 고개를 흔들지 않았냐”고 묻자 한선태는 “무섭기도 하고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당시 한선태는 프로데뷔 후 처음으로 실점하며 쫓기듯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다. 숨을 고를 여유도 없었고 유강남의 사인대로 던지기에 급급했다. 게다가 변화구에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변화구 사인이 거듭 나오자 자신도 모르게 위축됐다. 마음 같아선 씩씩하게 던지고 싶은데 몸의 반응이 따라오지 않아 전체적으로 혼선이 왔다. 그 결과 제구가 흔들렸다.

유강남은 한선태의 말을 듣고는 “네가 야구를 하는거다. 마운드에선 네가 왕이다.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된다. 다음엔 던지기 싶은 않은 공을 주문하는 사인이 나오면 고개를 젓고 네가 던지고 싶은 공을 던져라”고 깨우쳐 주었다. 한선태는 그 상황이 너무나 고마웠다고 했다. “변화구에 자신이 없었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TV에서나 보던 선배가 먼저 다가와 “위축되지 말라. 어깨를 당당히 펴라. 네가 던지고 싶은 공을 던지면 된다”라며 자신감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한선태가 한 뼘 더 자란 순간이었다.

꿈 같은 1군 마운드에서 내려와 2군 마운드를 마주한 한선태는 콜업을 기다리며 변화구 연마에 매진할 작정이다. 목표는 뚜렷하다. 유강남의 변화구 사인에도 자신있게 투구할 수 있도록 변화구를 익히는 것이다. 한선태는 직구를 노리는 타자에게 회심의 커브나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으로 돌려세우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 이제 프로 1년차. 한선태의 야구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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