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연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매작품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온 배우 한수연이 이번엔 커리어우먼으로 변신해 시청자들에게 때론 통쾌함을, 때론 위로와 용기를 건넸다.

직장인의 리얼한 삶을 다룬 KBS2 오피스 드라마 ‘회사 가기 싫어’는 지난해 파일럿 6부작으로 선보여 많은 직장인들이 호흥을 이끈 후 정규 편성돼 최근 12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연봉, 비정규직, 사내 연애 등의 소재를 리얼하고 공감 있게 펼쳐낸 ‘회사 가기 싫어’에서 한수연은 도회적이고 아름다운 외모에 뛰어난 업무능력, 냉철하고 합리적인 성격까지 갖춘 완벽녀 캐릭터인 M문고 윤희수 팀장을 연기했다.

지난 2006년 영화 ‘조용한 세상’으로 데뷔한 한수연은 ‘더킹’에서 권력과 인맥을 유지하는 펜트하우스의 안주인으로 등장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뿐 아니라 KBS2 ‘일말의 순정’, tvN ‘일리있는 사랑’, OCN ‘뱀파이어 탐정’ 등으로 시청자들에 눈도장을 찍은 한수연은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와 MBC ‘훈장 오순남’에서 연이어 존재감 넘치는 악역 연기를 펼치며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최근 한수연은 ‘회사 가기 싫어’ 종영후 스포츠서울과 만나 종영 소감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 가기 싫어’ 종영 소감이 어떤가.

워낙 다음 시즌 얘기도 많이 나와서 종영한 느낌이 안들고 잠시 쉬어가는 느낌이다. 감독님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엔딩이 다음을 염두해 둔 느낌이 든다. 또 불러주신다면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돼있다. 작품이 끝나면 캐릭터를 떠나보내고 그러는데 희수는 뭔가 한 켠에 계속 있을 거 같다.

-극중 맡은 윤희수는 냉철하고 합리적인 성격의 커리어우먼이다. 실제 한수연과도 닮았나?

냉철함은 모르겠지만 비슷한 점은 많은 거 같다. 제가 그녀처럼 능력있진 않지만 책임감이 강한 성격이라 제게 맡겨진 일이 있으면 스스로를 괴롭히면서라도 해내려는 성격이다. 윤희수란 인물이 직장인 여성들을 대변해주고 위로와 용기를 심어준 거 같다. ‘나라면 이렇게 못했을텐데’ 하는 부분들을 대신해줘서 너무 고맙다. 할 말 다하고 뒤끝없는 희수를 연기하면서 통쾌함도 있었다.

-실제로 직장생활을 경험하지 못했는데 직장인들의 리얼할 삶을 연기하는게 힘들진 않았나?

아르바이트는 많이 해봤는데 직장생활이랑은 조금 다르다보니 연기하는데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배우로서 촬영 현장에 있으면 다방면으로 사회생활을 경험하는 거 같다. 물론 직장인들만의 애환이나 고충을 100프로 공감하진 못하겠지만 친한 친구들이 딱 희수와 비슷한 또래라 드라마를 보면서 공감도 많이 하고 친구들에게 피드백도 많이 받아서 연기에 도움이 됐다.

-‘회사 가기 싫어’는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의 성격이 혼재된 모큐멘터리 형식이다. 촬영에 어려움은 없었나?

오히려 편했다. 그간 정통적인 무거운 드라마를 많이 했는데 이번 드라마에선 배우들이 편하게 움직이면 카메라가 알아서 따라와 그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마치 연극무대라 생각하고 연기하니 재미있고 편했다. 현장에선 늘 긴장하고 부담이 되지만 감독님께서 항상 배우들에게 ‘준비하고 오지 말아라’ ‘놀러와라’ ‘그냥 한 번 해봐라’라고 늘 말씀 하셨다. 배우가 제일 편안한 상태에서 나오는 연기에 대한 장점을 아시고 좋아하시는 분이시다. 물론 마지막까지 몰아세워야 나오는 연기가 좋을 때도 있지만 드라마 성격상 일상 연기에서 나오는 리얼함에 중점을 두신 거 같다.

-김동완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

동완 선배님은 극중 강백호랑 실제로도 진짜 비슷하다. 강백호처럼 능력자이면서 리드하는게 몸에 밴 분이다. 선배랑 저랑은 파일럿 이후 후발대로 들어가서 동질감도 느껴졌다. ‘회사 가기 싫어’ 고유의 가치를 우리가 헤치지 않으면서 우리의 역할을 잘 하고자 하는 부담감이 둘 다 있었다. 선배는 적응력이 저와 비교도 안되게 빠르시더라. 저는 ‘슬로우 스타터’라 적응이 더디긴 했지만 부지런히 따라가려 노력했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잘 보완해준 거 같다.

-김동완과 러브라인을 형성했으나, 새드 엔딩을 맞았다. 실제 한수연의 연애관은 어떤가?

무조건 비밀리에 하자는 주의다. 조금만 일에 실수가 생겨도 연애하느라 소홀히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게 싫다. 결혼하기 전까지 비밀로 하는게 서로에게도 좋은 거 같다는게 제 생각이다.

-어느덧 데뷔 14년차다. 배우란 직업의 매력이 뭐라고 느끼나?

배우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은 계속 새로운 걸 경험할 수 있고 여러 사람의 인생을 살아볼 수 있다는 거다. 사람들은 누구나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지 않나. 이런 점을 충족시켜주는 직업이란게 큰 장점이다. 또 보여지는 직업이라 스스로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하게 되는데 물론 그게 스트레스일 때도 있지만 한 사람으로서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나쁜 거 같진 않다.

-드라마 영화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작품을 해왔다. 열일의 원동력이 무엇인가?

좋아하는 일 한다는 것 자체가 일의 원동력이다. 제가 좋아하는 일로 인정 받으면서 돈도 벌어 가족도 부양하고 고마운 친구, 지인들에게 밥이라도 사줄 수 있단게 가장 큰 원동력이다.

-영화 ‘진범’을 통해 스크린으로 복귀했다. 누군가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영훈(송새벽 분)의 아내 역을 맡아 적은 분량이지만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는 평이 있다.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 인물이라 분량이 많진 않지만 워낙 센 장면이어서 공포감이 계속 쌓이더라. 안그래도 겁이 많은 성격인데 온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표정 관리가 안됐다. 그러고 나면 진이 정말 많이 빠진다. 성취감도 크지만 정신을 잘 붙잡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래몽래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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