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가수 유승준.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가수 유승준에게 17년만의 귀국길을 열어준 대법원의 판결을 놓고 여론이 비등하는 가운데, 법조계 내부에서도 판결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대법원은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이 법무부의 입국금지 조치를 이유로 유씨의 재외동포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행정절차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당초 1심과 2심에서는 2002년2월 법무부의 입국금지 조치가 행정처분이므로 이에 따라 법무부가 유승준의 비자발급을 거부한 것은 정당하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행정청이 행정의사를 외부에 표시해 구속력을 갖추게 하기 전에는 처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입국금지 결정은 법무부장관의 의사가 공식적인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된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정보를 내부전산망에 입력해 관리한 것에 불과하므로 행정처분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즉 입국금지 조치 자체가 행정처분이 아니므로 이에(행정처분이 아닌 결정) 따른 비자발급 거부도 위법하게 되는 셈. 대법원은 “행정청이 자신에게 재량권이 없다고 오인한 나머지,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로써 처분상대방이 입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를 전혀 비교형량 하지 않은 채 처분을 했다면 재량권 불행사로서 그 자체로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해당 처분을 취소해야 할 위법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쟁점이 되는 부분은 입국금지 조치가 행정처분인가 하는 부분이다. 대법원은 정부의 입국금지 조치를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으나 이견도 존재한다. 한국공법학회 회장을 역임한 김중권(58)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유씨는 입국금지된 다음 날 입국을 시도하다가 거부당했다”면서 “분명히 행정처분으로서 입국금지 결정이 존재하는데도, 행정처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자발급 거부도 위법하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가 행정처분이라고 해석한 부분은 법무부장관이 2002년 2월 1일 유씨에 대해 입국금지 조치를 한 뒤 다음 날 입국을 시도한 유씨의 입국을 막은 행위를 지칭한다. 이 행위가 행정처분으로 인정된다면 행정기관에서 함부로 취소·철회할 수 없는 사안이 된다.

유승준
2001년9월 유승준이 공익근무요원으로 2002년봄 입대한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스포츠서울DB

이 경우, 법무부가 입국금지 조치를 내린 점을 근거로 삼아 영사관이 유씨의 비자발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유씨에게 비자를 발급해야 할지를 두고 영사관이 재량권을 발휘해야 하는 사안이 아니라 법무부가 내린 행정처분을 영사관도 따르는 게 맞다는 논리다.

반면 입국금지 조치가 행정처분이 아니라면 영사관이 별도의 재량적 판단을 내리지 않고 ‘법무부에서 입국을 막았으니 비자도 못 내준다’고 결정한 것은 행정절차를 어긴 것이 된다.

아울러 행정청의 행정의사가 묵시적인 방법으로도 외부에 표시될 수 있다는 행정법 원칙을 간과한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김 교수는 “입국금지 관련 정보를 내부전산망에 입력한 것이 행정의사를 외부에 표시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은 차치해두더라도, 입국을 시도하려는 유씨의 입국을 거부한 것은 행정의사를 묵시적으로 외부에 표시한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도 “대법원 판례로 묵시적 행정처분이 인정된 사례가 많다. 입국금지 조치에 따라 입국을 거부한 행위는 당사자인 유씨에게 입국금지 사실을 묵시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한편 유승준은 ‘댄싱킹’으로 한창 인기를 모으던 2001년9월 병무청으로부터 4급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으나, 입대를 앞둔 이듬해 1월 병역을 피하기 위해 미국시민권을 취득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의 중심에 섰다. “현역으로 군에 입대하겠다”는 말을 공언해온 ‘바른생활맨’ 톱스타의 황당한 돌변에 법무부가 입국금지 조치를 하면서 이후 17년간 한국땅을 밟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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