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포토]
이승엽 KBO홍보대사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이천=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이승엽(43)이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하는데 두 팔을 걷어붙였다. KBO홍보대사인 이승엽은 지난 3일부터 각 2군 구장을 방문해 23년간의 선수생활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11일엔 이천에 위치한 LG챔피언스파크를 찾았다. 그는 퓨처스리그 후배들과의 자리에서 셀프디스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게으른 선수였다”라고 고백하며 선수들에게 가깝게 다가갔다.

이승엽은 “KBO리그에서 9년간 뛰고 일본으로 갔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2군생활을 했다. 그 전에는 2군생활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몰랐다. 그래서 ‘잘 할 수 있는데 왜 못하지’라고 부정적으로만 바라봤다. 그런데 일본에서 벽에 부딪히며 알게됐다. 나는 노력을 많이하는 선수가 아니라 재능으로 성공한 선수였다. 한국에서처럼 똑같이 하면 성공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했더니 실패했다”라고 했다. 일본무대에서 초반 고전한 이유를 자신의 나태함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어 게으른 선수에서 부지런한 선수로 바뀌게 된 일화도 후배들에게 들려줬다. 그는 “한국에서 경험하지 못한 일본투수들의 몸쪽공에 힘들어 할 때였는데, 하루는 삼진을 당해 덕아웃에 앉아 손에 쥔 방망이를 보고 있었다. 그때 코치 한 분이 내게 뭐하냐고 물어봤고 나는 ‘왜 못 쳤는지 생각중이다’라고 했다. 그러자 코치는 그럴 시간 있으면 스윙이라도 한번 더 하라’고 했다. 당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그 말을 듣고 내가 그동안 잘못 생각하고 야구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했다.

이승엽 [포토]
이승엽 KBO홍보대사. 배우근기자kenny@sportsseoul.com

그 일을 계기로 이승엽은 재능만 믿고 게을렀던 자신을 뼈저리게 반성했다. 이승엽이 진정한 연습벌레로 재탄생한 순간이었다. 이승엽은 그때부터 훈련에 매진했다. 일본생활을 마치고 국내에 복귀한 이승엽은 야구장에 가장 먼저 출근하는 선수로 널리 알려졌지만, 요미우리 시절엔 그렇지 않았다. 감독이 “너는 왜 가장 늦게 출근하고 제일 먼저 퇴근하냐”고 타박할 정도였다. 그만큼 당시엔 스트레스가 극심해 야구장이 싫었다. 그러나 노력하는 천재로 탈바꿈한 이승엽은 제2의 야구인생을 성공적으로 써내려 갔다.

그래서 이승엽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후배들에게 가장 강조한 부분이 바로 훈련이었다. 그는 “나는 훈련을 많이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하나”라고 소신을 밝히며 “훈련을 많이 한다고 반드시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자신감은 생긴다. 슬럼프를 탈출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정말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할만큼 지칠때까지 훈련하는거다. 그러면 몸이 기억을 한다. 두 번째는 야구를 아예 내려놓고 친구들과 영화도 보고 맥주도 한잔 하는 방법이다. 둘 다 해봤는데 전자가 더 도움이 되더라. 훈련을 많이 하면 몸은 정말 힘들어 밤에 잠도 안오지만 마음은 긍정적이 된다. 내일 실전에선 잘 될거라는 희망이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어찌부면 진부한 조언이지만 해답은 평범함에 있다는 것을 이승엽은 후배들에게 다시한번 각인시켜주었다.

이승엽 홍보대사가 각팀 2군을 순회하며 후배들을 대상으로 강의 타이틀은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퓨처스 홈런투어다. 여기서 홈런은 ‘가정이나 경기장(Home)에서 갖춰야 할 태도를 배운다(Learn)’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투어는 8월 10일까지 계속된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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