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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전 한국야구대표팀 감독이 11일 목동구장에서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스티브 윌슨 스카우트 총괄과 양키스 진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목동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목동=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38년 만에 꿈에 그리던 구단에 입성했다. 코칭부터 시스템 파악까지 원하는 것들을 모두 볼 수 있도록 돕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국보’ 선동열 전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이 뉴욕 양키스에 합류한다. 일단은 내년 스프링캠프 기간 중으로 한정됐지만 선 전감독은 “정규시즌 때에도 지켜볼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할 계획”이라며 긴 여정을 그렸다.

선 전감독은 11일 제74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 선수권대회가 열린 서울 목동 구장에서 양키스 합류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키스 구단의 구애에 화답한 것으로 정확한 보직은 정해지지 않았다. 선 전감독은 “어릴 때부터 선진야구를 경험해보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미국 야구를 접하지 않은 게 하나의 콤플렉스로 남아있었는데 어찌보면 뒤늦게 꿈을 이룬 것”이라고 방싯했다. 그는 “전체적인 메이저리그 시스템을 보고 배워 한국야구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뉴욕양키스 스티브 윌슨 스카우트 총괄(인터네셔널 크로스 체커)은 “1984년 LA 올림픽 때 캐나다 대표팀으로 참가해 선 전감독의 투구를 지켜봤다. 당시 캐나다는 전력이 좋은 편이었는데, 선 전감독이 선발등판한 경기에서는 침묵 이외에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당대 최고의 투수로, 아마 그 때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더라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을 아마추어 최고”라고 회상했다. 그는 “야구는 정답이 없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야구의 강점을 접목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점에서 선 전감독이 양키스의 제의를 수락한 것은 무한한 영광”이라고 말했다. 원한다면 선수 지도를 할 수도 있고, 프런트와 스카우트 등 메이저리그 구단 운영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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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전 감독(왼쪽)이 메이저리그의 선진 시스템 중 어떤 것을 눈여겨볼지 설명하고 있다. 목동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선 전감독과 양키스의 인연은 제1회 세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린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선 감독은 9이닝 완투를 하며 3-1 승리를 따냈는데 이 때 양키스가 입단 제의를 했다. 선 전감독은 “당시 양키스와 밀워키, 다저스 등이 입단 제의를 했다”고 돌아봤다. 대학진학과 병역문제 등 걸림돌이 많아 첫 번째 꿈을 접었던 선 전감독은 84년 LA올림픽 직후 양키스로부터 두 번째 영입 제의를 받았다. 양키스 관계자는 “당시 1차 지명 선수가 15만 달러를 받았는데 선 전감독께 50만달러를 불렀다.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대우”라고 설명했다. 이 때에도 여러가지 걸림돌 탓에 미국 진출의 꿈을 접었고, 한국화장품을 거쳐 고향 팬의 열성적인 지지로 해태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선 전감독은 “84년에는 양키스가 50만 달러, 다저스가 35만 달러 정도를 제시했다. 이 때 메이저리그에 못간 게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첫 제의를 받은지 38년의 세월이 흘러 선수가 아닌 일종의 고문 형태로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는다. 선 감독은 “선수 관리부터 육성방법 등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 직접 보고 배울 기회가 생긴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다. 장기레이스를 치르는 과정에 선수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개인 능력에 따라 한계 투구수 설정은 어떻게 하는지 등도 궁금하다. 이런 부분들을 잘 들여다보고 배우면 한국에 돌아왔을 때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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