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혜택에 외면…‘혁신형 제약기업’ 약발 다했나
    • 입력2019-07-11 03:01
    • 수정2019-07-1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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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산업 육성 차원 2012년 첫 도입
신약 R&D·해외진출 우수기업에 인증
연구개발 정부보조금 평균 5억원 남짓
현실과 동떨어진 지원에 제도 유명무실
인증 취소 시 오히려 기업 이미지 추락
요건 갖춰도 부담만 커 신청에 소극적

복지부
세종시 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전경. 사진|이정수 기자

[스포츠서울 이정수 기자] 신약개발 유도·촉진을 위해 마련된 정부의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제도가 지원규모 미비로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과 함께 점차 업계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A제약사는 지난 4일부로 만료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에 대한 연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12년 처음 도입됐다. 신약 연구개발(R&D)과 해외진출 역량이 우수한 기업에 부여된다. 제약·바이오산업이 국내 미래성장 동력으로 성장해나가는 데 선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혁신형 제약기업은 국제공동연구 등 국가연구개발 과제에서 가산점이 부여되고, 조세 특례, 약가 우대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인증은 3년간 유효하고 유효기간 만료 시에는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A사는 2016년에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았다. 그 후 자체적으로 여러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면서 100억원 이상 연구개발비를 쏟아 붓고 있지만, 정부보조금은 2017년과 지난해 각각 10억원 내외를 맴돌았다. 그마저도 올해 들어선 더 줄었다. 약가우대도 신약 등에만 해당돼 A사로선 해당사항이 없는 데다, 임상시험과 관련해서도 이렇다 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이 없었다. 올해로 인증 3년을 채운 A사는 고심 끝에 재인증을 굳이 신청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B제약사도 제도가 도입된 2012년 첫 인증에 이어 2015년 재인증까지 받은 후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행정처분 등 내부 사정을 이유로 2017년 자진 반납했다. 이 업체는 약 5년간 제도권에 있었지만, 재인증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 중에 있다.

이외에도 제약·바이오업체들 중 상당수가 인증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제도 신청에는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제도 혜택이 사업 여건에 필요한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더욱이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 혜택 중 핵심인 R&D 지원규모는 정부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투입된 자금액수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인증 업체 현황 정도만 정기적으로 공개할 뿐 업체별 지원금과 임상시험 세액공제 규모 등 실질 혜택에 대한 정보는 기업비밀 누설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2017년 국정감사를 통해서는 일부 드러난 바 있다. 당시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R&D 지원액은 20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억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40개가 넘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고루 분배된다고 했을 때 기업 당 연 평균 지원금은 5억원 남짓이다.

혁신형 제약기업 중 한 업체의 경우 매해 연구개발비로 1000억원 이상을 쏟아 붓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5억원은 ‘지원’으로서의 의미를 갖기엔 한계가 있다. 적은 R&D 지원금액은 지난해 국감에서도 여전히 문제가 됐다.

업계서도 피부로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중견 C제약사 관계자는 “여러 혜택이 강조되고 있지만 의미있는 지원이 있었는가에 대해선 대부분 부정적으로 보는 게 사실”이라며 “타이틀이 있어서 받긴 했지만, 막상 좋은 건 없다”고 토로했다.

이익은 불확실한 데 반해 부담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혁신형 제약기업이 아니더라도 정부 과제 수주 금액 규모가 최상위에 있는 업체도 있다”며 “인증을 받았다가 나중에 경영 여건 등 내부 사정으로 인증이 취소되기라도 하면 오히려 ‘인증 취소된 업체’라는 이미지만 더해질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고 귀띔했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는 선정요건 외에 자격상실요건도 있어 이로 인해 인증이 취소되면 기업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2012년 제도 도입 당시 43개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총 61건에 이르는 신규 인증이 있었지만, 7월 현재 혁신형 제약기업은 45개사다. 나머지 16건은 여러 이유로 인증이 취소됐다.

지난해 4월에는 ‘혁신형 제약기업 세부 평가기준 및 심사항목’이 개정되면서 요건이 더욱 강화됐다. 기존에는 제도 도입 이후 리베이트 행위만 적용됐지만, 행위 시점과 상관없이 사법기관 판결일에 따라 인증이 취소되도록 변경됐다.

더욱이 복지부는 인증 취소 사유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고 있다며 공개를 꺼렸다.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본래 제도 취지는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장려·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는데 현 제도 운영을 보면 지금은 그저 리베이트와 같은 불법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느낌마저 든다”며 “혜택은 없는데 부담만 잔뜩 안게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leej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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