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김성준 전 SBS 앵커에 이어 배우 강지환까지. 성 추문이 방송계에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관련 이슈로 사실상 활동까지 접은 전례들도 많지만,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먼저 김 전 앵커는 지난 3일 오후 11시 55분 서울 영등포구청 역에서 여성의 하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체포됐다.


김 전 앵커는 지하철역 출구까지 도주했다가 붙잡혔으며 휴대전화에서는 피해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사진이 여러 장 발견됐다. 성폭력범죄 처벌 특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고 이 후폭풍으로 그가 진행했던 SBS 러브FM '김성준의 시사 전망대'가 폐지됐다. 김 전 앵커는 SBS에 사표를 제출하면서 28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게 됐다.


김 전 앵커는 SBS 간판 앵커로 '8뉴스' 진행도 맡았으며, 평소 사회문제에 대해 가감 없이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성범죄에 관해서는 강력처벌을 요구해왔던터라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대중들은 더욱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5월에는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지적하며 "(피해자는) 평생 멍에가 돼서 살아야 하는 고통을 받을 텐데 (가해자가) 벌금 얼마 내고 나온다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의 발언을 곱씹을 수록 황당함이 더해진다. 


회사에 사표를 던진 김 전 앵커는 일부 친분있는 기자들에게 "그동안 저를 믿고 응원해주셨지만 이번 일로 실망에 빠지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내용의 문자를 전송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후였다.


김 전 앵커의 성 추문 충격이 채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배우 강지환이 성폭행 혐의로 체포됐다. 지난 9일 자신의 자택에서 여성 스태프 2명을 성추행, 성폭행한 혐의로 유치장에 입감된 것. 강지환은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조사가 진행돼야 정확한 사건 정황이 밝혀지겠지만 배우가 드라마 출연 중 성폭행 혐의로 긴급체포 된 건 한국방송 사상 초유의 일이다.


강지환은 지난 2014년에도 필리핀 원정 성매매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한 필리핀 여성이 자신의 SNS에 강지환이 잠들어있는 사진을 여러 장 올린 후 "한국 배우 강지환과 함께 잠을 잤다"는 설명을 덧붙였기 때문. 이에 강지환 측은 해당 여성이 현지 가이드의 아내라고 설명하며 "장난으로 올린 사진이다. 매우 미안해하고 있다"면서 논란을 일단락시켰다.


지난해 발발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와 올해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버닝썬 사건은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상기시키기 충분했다. 때문에 방송가에서도 이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단속에 더욱 신경을 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또다시 황당한 성추문이 쏟아지면서 씁쓸함과 충격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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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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