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송강호, 세종대왕 연기...부담 컸지만...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송강호가 스크린에서 극과 극의 모습을 펼칠 예정이다.

최근 900만 관객 돌파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에서 빈부 계층간의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진한 여운을 준 송강호가 새 영화에서는 완전히 반대되는 이야기로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7월 24일로 개봉일을 확정한 영화 ‘나랏말싸미’(조철현 감독)로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펼치는데, 송강호가 한글을 창제한 임금 세종을 연기해 기대가 모아진다. 특히 송강호가 그려보이는 세종은 역사 속 대왕 세종의 이면에 가려져있던 ‘인간 세종’의 모습으로, 가장 높은 곳에 선 임금이지만 조선왕조의 억불정책으로 가장 낮은 곳에 있을 수밖에 없는 승려 신미(박해일 분)와 신분과 종교를 뛰어넘어 마음을 모으는 이야기로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생충’에서 반지하에 사는 전원백수 가족의 가장 기택 역을 맡아 대저택에 사는 박사장(이선균 분)과 대비되는 삶을 보여주며 인간의 존엄성과 계층간의 격차에 대한 고민을 던져줬던 것과는 또 다른 감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포토] 송강호, 성군의 포토타임~!

그런 송강호 역시 남다른 감회를 갖는 듯 이야기했다. 25일 오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나랏말싸미’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그는 “드디어 지하를 탈출해 600년을 거슬러 올라가 위대한 분을 만나고 왔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대단한 업적으로 존경받는 위인으로 첫손에 꼽히는 세종대왕인 만큼 캐릭터로 맡게 되는 부담도 있을 수 있을텐데 송강호는 “배우로서 세종을 연기할 수 있어서 벅차고 영광스럽다”고 말하면서 “부담도 됐지만 이런 기회에 안 하면 언제 해보겠나 싶었다”고 영화를 결정한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나랏말싸미’는 송강호가 연기한 세번째 사극이자 영화 ‘사도’(2014)의 영조 이후 두번째 왕 역할이다.

뒤이어 송강호는 자신이 그린 인간 세종을 이야기하며 “그동안 한글을 만드는 과정에서 세종대왕의 인간적인 고뇌와 외로운 왕으로서의 고통을 만나지 못했다. 결과물인 한글이라는 업적만 알았지 그 고통스러운 환경과 신념,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을 몰랐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느꼈다. 이런 것들이 스크린 곳곳에 배어있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부담도 느꼈는데 매력적이었다”고 돌아봤다.

송강호가 세종으로서 가장 높은 곳에서 있으면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승려 신미와 협업을 펼치는 모습을 그리는데 그 상대가 배우 박해일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박해일을 비롯해 소헌왕후로 출연하는 전미선이 이번 영화로 영화 ‘살인의 추억’(2003) 이후 16년만에 송강호와 재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포토] 송강호-박해일, \'살인의 추억\' 이후...재회!

송강호는 “16년만인데 ‘나만 늙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분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느낌”이라고 재회했던 순간을 떠올렸고, 박해일은 “16년이라는 시간이 길지만, 정신없이 지나쳐온 시간이기도 하다. 작품으로 다시 만나게 됐다는 것 자체가 뜻깊고, 두 분 모두 더 깊어지고 그윽해진 느낌”이라고 이야기했다. 전미선은 “오랜만에 영화를 해서 그런지 두 분 모두 그때와 지금 느낌이 같다”고 전했다.

나랏말싸미

송강호의 열연, 그리고 박해일, 전미선 등과의 호흡이 기대되는 ‘나랏말싸미’는 30년 동안 영화계에 일하며 ‘사도’ 등 여러 영화의 각본을 쓰고 제작에 참여해온 조철현 감독의 연출데뷔작이어서도 영화 관계자들의 관심이 크다. 조철현 감독은 “우리나라 5000년 역사 중 가장 위대한 성취는 팔만대장경과 훈민정음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준비하던 중 이 둘 사이에 신미 스님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한글의 창제 원리와 그 원리에 기반을 둬 한글을 만드는 과정을 씨줄로 하고 그 과정에서 만난 세종, 신미, 소헌왕후와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의 인연을 날줄로 해서 만든 영화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15년 동안 이 영화를 준비하며 한글 관련 서적을 보고 언어학자 등 전문가들을 만나서 내용 고증했다”며 오랜 세월 준비한 이야기를 하던 조 감독은 영화를 만들게 된 개인적인 계기로는 “돌아가신 저희 어머니의 평생 한이 글자를 모른다는 것이었다”고 밝히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작보고회 현장부터 뭉클한 감동을 기대하게 만든 ‘나랏말싸미’가 관객들에게 어떤 울림을 줄지 주목된다.

cho@sportsseoul.com

사진|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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