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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마라(麻辣)가 유행이다. 최근 입안을 얼얼하게 만드는 매운맛 향신료 마라가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마라탕, 마라상궈, 마라룽샤, 마라훠궈 등 기존의 많은 중식당에서 마라요리를 만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마라 전문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마라라는 생소한 맛에 현재 대중은 열광하고 있지만 과연 그 열기가 수 많은 전문점을 버티게 만들지 아니면 과거 찜닭처럼 거품이 꺼질지 의문이 동시에 생긴다. 특정한 요리와 레시피가 유행해 많은 점포가 생기는 건 현재 예능계도 마찬가지다.

지상파,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에서 매주 방송되는 예능은 이제 백여편이 훌쩍 넘고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웹 예능의 수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예능 콘텐츠는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등 타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들고 파급력이나 화제성 면에서는 효과를 빨리 볼 수 있어 그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특색있고 볼 만한 예능은 점차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 하루에도 20개 가까운 신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지만 새로운 포멧과 인물로 도전장을 내밀기 보다는 마치 ‘마라 열풍’속 늘어나는 전문점처럼 기존 예능의 공식이나 캐릭터 관계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심지어 거의 유사한 포맷을 가진 프로그램이 만들어 지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마치 ‘마라’에 빠진 한국과 같이 프로그램이나 채널만의 특징을 찾기 힘들고 특정 포멧이나 코드만을 부각해 기획되는 경우가 많아 시청자는 기시감은 물론 식상함을 느끼고 있다. 한 PD는 “어떤 채널에서 편성되도 구분 되어지지 않을만한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새로움과 참신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대하고 있다. 오히려 색다른 시도는 시청률 등의 이유로 외면받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레시피를 못 만들어 내는 현실도 문제지만 더 이상 새로운 캐릭터 인물이나 캐릭터를 발굴하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다. 현재 대다수 신규 예능은 기존의 인기 예능 속 인물의 캐릭터나 관계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tvN ‘신서유기’나 JTBC ‘아는 형님’ 속 다양한 조합은 쪼개지고 분할되서 새로운 예능의 축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출연진의 경계가 사라진 지금, 이미 익숙한 케미의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고 결국 원조 맛집을 못 넘는 한계를 스스로가 자초하고 있다. 또 다른 PD는 “새로운 인물이 신규 예능의 성공 포인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적합한 인물을 찾기 힘들다. 또 정규보단 시즌제로 기획되는 경우가 많아 프로그램을 끌고 가면서 누군가 터지고 발전시켜가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신규 예능에게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결국 제 몫을 해내는 것은 나영석, 김태호 등 이미 브랜드화되고 속칭 이름값을 하는 PD들의 콘텐츠다. 이미 나영석은 자신의 브랜드 속에서 후배들과 함께 다양한 분점을 성공적으로 개점시켰고, 김태호 역시 MBC ‘무한도전’ 이후 새로운 웹예능과 MBC 신규 예능프로그램 행보에 대중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사실상 후발 주자들이 이들에 비해 뛰어난 레시피나 인지도 높은 출연진을 갖기 힘든 것도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새롭게 장사를 시작한 TV조선의 선전도 눈 여겨볼만한다. 그동안 예능 불모지에 가까웠던 TV조선의 ‘맛 시리즈’는 기존 예능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포맷이지만 새로운 출연진을 등장시키며 재미를 보았고, ‘미스트롯’은 식상할 수 있는 오디션과 트로트를 결합해 엄청난 성공을 이끌었다. 다소 자극적이다는 부정적 의견도 있지만 분명 새로운 인물을 바탕으로 확실한 타켓팅을 하며 새로운 예능 강자로 올라섰다. 또 최근에는 ‘뇌피셜’ ‘왓썸맨’에 이어 고등학생 간지대회’ ‘슈퍼비의 랩학원’ 등 좀 더 타킷층을 세분화한 웹 예능도 화제를 모으며 높은 조회수를 자랑하고 있다.

모두가 마라 전문점을 창업한다고해도 여전히 자장면 맛집, 삼겹살 맛집, 김치찌개 맛집은 존재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 식당을 찾아가고 있다. 방송사나 제작사는 유행을 따라가는 업종만을 선택하기보다는 고유의 맛을 내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재료를 선보일 수 있는 예능 콘텐츠를 탄생시켜야 유행이 지나고도 생명력있는 맛집으로 남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hongsfil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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