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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은 여행과 레저에 목마른 당시 사회 분위기 속 가장 알토란같은 정보를 지면에 담은 미디어였다. 창간 해 당시 바캉스 특집 컬러지면엔 전국 여름여행지를 정리했다.

[스포츠서울 이우석 전문기자] 창간특집 스포츠서울 지면으로 본 대한민국 레저의 역사.

1985년 6월22일의 스포츠서울은 옳았다. 1인당 소득 2500달러에 불과하던 보잘것 없는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이, 34년 후 무려 2800만명(지난해)이 외국여행을 하는 세계적 인·아웃바운드 여행국가가 될 지 미리 예견했다. 국민 레저도 마찬가지. 내외국인이 찾는 관광도시와 굴지의 테마파크, 리조트를 보유하게 됐다.

해외여행 자율화 조치(1989년 여권법 시행령 개정)가 이뤄지기도 훨씬 전인 당시 스포츠서울 지면은 당시로선 ‘꿈’이었던 해외여행 정보를 독자에게 매주 소개했다. 참고로 그 이전까지는 관광목적 출국허용엔 연령제한이 있었다. 부유한 노인들만 갈 수 있었단 얘기다.

국내 여행도 마찬가지. 먹고 살기도 어려운 시절, 놀러가기 좋은 계곡과 바다, 산을 매주 소개했으며 심지어 지금의 맛집 개념인 ‘맛있는 식당’을 정기적으로 안내하기도 했다.

여행·레저산업도 태동기였다. 곳곳에 놀만한 곳이 생겨났다. 지금이야 8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이 수두룩하지만 당시 동양 최고층이던 63빌딩이 개관하며 다양한 관람시설을 함께 열었다.

스포츠서울 창간 34주년을 맞아 지면 속 그때로 돌아가 국내 여행·레저의 변화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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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호 21세기 레저스포츠

1985년 6월22일자 창간특집호에는 21세기 레저스포츠 특집 기사가 등장한다. 달에 호텔을 짓고 여행을 떠난다. 해외여행도 마음대로 못 가던 시절의 상상이다. 대동강 붕어낚시, 급속히 진전되던 한반도 평화 무드는 정체 상태다. 명산마다 ‘차 반 사람 반’, 이건 맞아떨어졌다. 그래도 틀렸다 하긴 이르다. 아무튼 21세기는 이제 고작 20%를 향해 진행 중, 끝나려면 한참 남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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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7월28일자 백사장에 피서바람이 분다.

스포츠서울이 창간하던 해 1985년 여름 전국 해수욕장은 일찌감치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해 7월28일 “백사장에 ‘피서바람’이 분다”는 제하 기사가 나왔다. 바가지 상흔을 근절하기 위해 각 시군에서 직영 ‘슈퍼마키트’를 설치해 시중가와 같이 팔고 있다는 기사다. 이어 8월1일자에는 내무부(지금의 행정안전부)가 국민의 쾌적한 휴가를 위해 ‘피서 인파예고제’를 시행한다는 얘기를 실었다. 내무부는 해운대 100만명, 송도, 대천에 각 25만명, 경포대와 만리포에 10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해운대와 대천, 경포대는 지금도 인기있지만 만리포와 송도해수욕장, 북한산(16만명)이 포함된 것이 눈에 띈다. 기사는 ‘마이카’시대 덕에 호젓한 해변이 인기를 끌 전망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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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탈출 제하의 1985년 바캉스 트렌드 결산 분석기사(1985년 8월15일자)

8월15일자는 ‘바캉스85 결산’ 기사를 통해 34년 전 여름휴가 트렌드를 분석했다. 그해 괴저병 영향으로 바다를 찾는 인파가 준 대신 산과 계곡을 찾은 가족 나들이객이 늘었다. 시설확충을 지적하기도 했다. 기사에 따르면 8월 4일 해운대를 찾은 인파는 무려 100만명인데 반해 주차 대수는 410대에 불과했고 서해안 일대 해수욕장엔 평균 50만명이 찾아왔으나 숙박시설은 겨우 280개였다고 지적했다.

현재 부산 해운대의 도시규모나 서해안에 즐비한 리조트와 호텔을 떠올리니 격세지감을 느끼는 통계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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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가 짓기로 한 국민숙사

부족한 숙소 공급을 위해 한국관광공사는 ‘국민숙사’를 짓는다는 계획을 스포츠서울에 알려왔다. 취사가 가능한 콘도식 숙사를 곳곳에 지어, 휴가객들이 적은 비용으로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민간 업체의 콘도미니엄 건설 붐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비록 지금껏 운영하고 있는 곳은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당시 정부가 국민 관광진흥에 대해 고심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정보 부족과 단속 부재로 인해 극심한 바가지 상흔에 시달리던 국민에겐 가뭄의 단비같은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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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평리조트는 사실 34년 전 이미 ‘사계절 리조트’를 선언했었다.

사계절 휴양 개념도 이때 이미 나왔다. 최근 용평리조트는 더이상 겨울철 레포츠 만 즐기는 ‘스키리조트’의 이미지가 아닌 사계절 휴양리조트로 선언하는 등 ‘제 2 탄생’을 예고했지만, 34년 전 이미 나왔다. 창간달인 6월 ‘산이 있는 용평에서 뛰어내리면 바다’ 헤드카피의 지면광고를 통해 캠핑,수영장,공연,디스코텍,야외바비큐 등이 있는 춘하추동 사계절 리조트를 표방했다. 숙박과 식사, 교통편을 포함한 당시 여행 패키지 요금은 1인 1만3500원부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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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전 헬기와 경비행기를 이용해 비행관광시대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34년 전에 미래지향적인 관광 기사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관광용 헬리콥터를 이용해 ‘비행관광시대’를 열었다는 기사(85년 7월24일자)다. 관광 수요에 대해 주목한 대한항공이 김해~거제 간 헬기를 운항하기로 했다. 두산개발과 아세아항업도 같은 사업에 뛰어들었다. 3개 회사가 보유한 총 21기의 경비행기·헬기로 제주일주, 울릉도 노선을 개설하기로 했다. 시간당 요금은 4인승 헬기 54만원, 팔콘-20F 경비행기는 97만원이다. 당시 맥주 한병에 500원 받던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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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에 생겨난 놀이시설들

이것저것 볼거리 놀거리가 많이 생겨나던 시절이다. 7월27일 63빌딩 개관일에 맞춰 미리가본 체험 리뷰기사가 등장했다. “대한생명63 구경갔더니…” 제하의 기사는 회사원 S씨 부부와 2자녀의 63빌딩 둘러보기가 주된 내용이다. 지금은 얼추 70대 이상이 되었을 당시 S씨 4인 가족은 수족관, 전망대, 영화관을 둘러보고 점심, 음료수, 교통비 모두를 합쳐 4만5000원이 들었다고 했다. 제주 돌돔을 훈련시켜(?) 신호등 건너기, 축구, 빌딩에 불켜기 등 돌돔쇼가 신기했다 소감을 말했다. 국내 최초 아이맥스 영화관 개관작 ‘창공을 날아라’는 몰입관이 압권이었으며 63빌딩 꼭대기에서 바라본 서울 풍경은 ‘숲이 적어서 아쉬웠지만 아름다웠다’고 했다. 모두 국내 최초로 소개된 신기한 시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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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자연농원 인형관 ‘지구마을’도 1985년에 생겨났다

당시 유일한 테마파크 용인자연농원(현 에버랜드)에도 새로운 시설이 속속 들어섰다. 8월1일 개장한 인형관 ‘지구마을’은 배를 타고가며 세계 각국 건물과 민속의상을 차려입은 인형을 만날 수 있는 시설이다. 프랑스 캉캉춤에서 시작해 남대문에서 끝난다. 타지마할, 만리장성, 자유의 여신상 등이 있다. 해외여행이 묶여있던 시절, 방문객들은 ‘지구마을’을 통해 대리만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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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칸추리종합수영장 개장

그냥 풀장이 아니라 물이 빙빙 도는 ‘유수(流水)풀’도 생겨났다. 달랑 미끄럼틀 슬라이드만 있던 풀장에 조촐하지만 워터파크 개념이 도입됐다. 당시론 신기한 시설이었다. 7월 6일 개장한 수원칸추리 종합수영장은 ‘풀장이지만 파도가 칩니다’ ‘풀장이지만 강물처럼 흐릅니다’는 광고 카피를 내세우며 스포츠서울 독자들에게 개장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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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거리도 많았다. 하이야트(하얏트)호텔 카프리스 나이트클럽의 쟁쟁한(?) 출연진의 위용.

레저 뿐 아니라 나이트 라이프 역시 중흥기였다. 통행금지가 사라진 80년대 분위기가 무르익자 서울 주요 특급호텔에 유명 나이트클럽이 생겨나 인기를 모았다. 남산 하이야트호텔(하얏트호텔)에도 카프리스가 생겨나 젊은 층을 겨냥, 스포츠서울에 광고를 했다. 조용필을 비롯 송골매, 김형룡, 최혜영 등 지금도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쟁쟁한 대중가요 스타들이 출연했다. 당시 광고에는 ‘자존심 풍부한 지금세대의 젊은이들은 까다롭다’며 ‘첨단을 걷는 수준임을 염두에 두고 운영한다’고 선언했다. 기본은 2만9000원, 자리값은 3000원(별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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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은 요즘에만 인기 있었던 것이 아니다. 34년 전 가족캠핑에 대해 스포츠서울은 레저면 톱기사로 다뤘다.

최근에도 인기를 끌고 있는 캠핑, 당시에도 스포츠서울이 캠핑 붐을 선도했다. 1985년 7월 4일자 ‘집 나서기전 준비 충분히, 가족캠핑은 이렇게’ 제하의 기사에서 자연과 친숙해지는 캠핑의 매력과 사전준비, 장비, 야영지 선택법 등을 다뤘다. 최근에는 보기 힘든 고체연료나 암모니아제독제, 일기계보 청취용 라디오를 꼭 휴대하라는 조언이 퍽 낯설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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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청도 국민관광 시대 개막에 한몫했다.

철도청(현 코레일)도 국민관광 시대 개막에 한몫했다. 절대적 이동수단이던 철도청은 서서히 자가용 승용차가 보급되기 시작하는 ‘마이카’ 시대에 대항해 철도여행의 편리함과 즐거움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더욱 편리해진 철도” 헤드라인으로 새마을호 별실객차 편성,피서객을 위한 최신형 무궁화호를 운행했다. 특히 피서 기간 야간 무궁화호를 편성해 피서객들을 동해안과 강원도 계곡으로 실어날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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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당시 스포츠서울 여행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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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당시 스포츠서울 여행지면

스포츠서울은 여행부분 미디어의 선구자였다. 대부분의 일간지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정도만 있을 때 과감히 여행지면을 발행했다. 여행지 소개 등 그 세심함은 놀라울 정도다. 지금 들어봐도 가고싶은 웬만한 인기 여행지는 물론, 숨은 여행지까지 샅샅이 찾아 지도와 함께 지면에 소개했다.

7월에는 여수 거문도를 통해 들어가는 백도를 소개했다. 백도는 지금도 가기 힘든 곳이다. 숨은 비경에 즐길거리, 교통 및 숙박까지 꼼꼼하게 적었다. 현재도 통용되는 여행기사의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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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당시 스포츠서울 레저 지면

레저 취미는 예전에도 다양했다. 창간호에 인기 연예인들의 여가 생활을 소개하며 그들의 레저와 레포츠 생활을 소개했다. 기사에 따르면 코미디언 이주일(작고)은 축구, 가수 전영록은 쿵푸(당랑권), 이동기 권투, 배우 조경환(작고)은 보디빌딩을 즐기며 여가를 즐긴다고 했다. 가수 이은하는 일찌감치 요가를 즐겼으며 탤런트 유지인은 당시만해도 일반인이 즐기기 어려웠던 스키를 즐겼다. 역시 가장 인기있던 레포츠는 수영. 전국체전 은메달리스트인 주병진을 비롯해 배우 안소영에다 ‘뚱뚱이’ 이미지를 내세웠던 코미디언 최용순(작고), 김형곤(작고)도 수영으로 신체단련을 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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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해외여행 소개 기사.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 일본 오키나와를 소개했다.

해외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 스포츠서울은 해외여행지를 소개하는 ‘세계의 관광명소’ 코너를 운영했다. 8월31일자엔 ‘일본의 하와이, 오키나와’ 제하의 기사에서 일본 휴양지로 인기높던 오키나와의 구석 구석을 정리해 소개했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산호 바다와 열대 우림식물, 해양공원 등을 소개하며 신혼여행지로 좋다고 적었다.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를 차례로 지면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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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해외여행 자율화 조치 이후, 스포츠서울은 비행기 기내 에티켓 등을 소개하며 해외여행 정보를 전위적이고 선도적으로 게재했다.

이후 본격 해외여행 시대가 개막한 1989년 해외여행 자율화 조치 이후, 스포츠서울은 해외여행 안전상식, 환전과 통화, 비행기 기내 에티켓 등을 소개하며 전위적이고 선도적으로 해외여행 정보를 게재했다. 1989년 7월1일자 ‘해외여행 알고떠나자’ 코너는 그 일례. 비행기 기내에서 범하기 쉬운 실수와 지켜야 할 매너 등을 정리해 해외여행 저변 확대에 일조했다. 기사는 출국 수속 후 기내 오버헤드빈은 ‘짐을 넣는 곳이 아니라 담요를 두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당시 항공기는 윗 선반이 좁아 수하물은 바닥 의자 밑에 뒀다. 좌석에 ‘재떨이’가 있는 것도 지금으로 보면 생소하지만 당시에는 흡연석이 따로 있었다.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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