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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이번 대회 실패도 쓰리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고민이 더 깊어진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한국시간 18일 프랑스 랭스에서 열린 노르웨이와의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1-2로 패했다. 3전 전패를 당하며 A조 최하위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세 경기 만에 월드컵을 마감했다. 2회 연속 16강 진출 역사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참패였다. 1득점 8실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이 남았다. 나이리지아전과 노르웨이전에서는 경기력에 비해 다소 가혹한 성적표를 얻은 게 사실이다. 내용 면에서는 크게 밀리지 않았으나 결정력이 아쉬웠다. 노르웨이전에서도 14회 슛을 시도했으나 한 골을 넣는 데 그쳤다. 걸출한 스트라이커 한 명만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번 대회 성적도 문제지만 미래가 더 걱정된다. 윤 감독은 이번 대회를 베테랑 중심으로 꾸렸다. 1987년생 수비수 황보람까지 호출하며 경험 있는 선수들을 중용했다. 우리나이로 30대에 접어든 선수가 무려 9명에 달한다. 지소연이나 강유미, 이민아, 이영주, 신담영 등 20대 후반 선수들은 4년 후면 서른살을 훌쩍 넘는다. 여자선수는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기 때문에 이들이 다음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사실상 세대교체를 포기하고 프랑스 대회에 전념했는데 그마저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번 월드컵 멤버 중 절반 이상 나가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음 대회가 더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은 난이도가 높다. 총 5팀에만 본선 티켓이 주어진다. 일본과 북한, 중국, 호주 등은 강팀이고 태국이나 필리핀의 실력도 만만치 않다. 예선을 뚫어도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올해 같은 실패를 반복할지도 모른다.

한국은 2023년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북한과의 공동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유치에 성공할 경우 본선에는 자력으로 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보다 실력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망신만 당할지도 모른다. 이금민이나 장슬기, 강채림 등 젊은 선수들도 있지만 베테랑들의 빈 자리를 채울 만한 자원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여자축구계의 관측이다.

당장 4년 후 대회만 문제가 아니다. 한국 여자축구는 인프라 자체가 열악하다. 2018년 11월 기준으로 12세 이하 초등학교 팀이 전국에 18개 불과하다. 그마저도 중학교(17팀), 고등학교(15팀), 대학교(10팀)로 올라가면서 숫자가 점점 줄어든다. 등록선수는 전 연령대를 포함해 1539명에 불과하다. 남자(2만4023명)의 6.4% 수준이다. 좋은 선수가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인적 인프라는 하위권인데 실업 리그 소속 선수들은 웬만한 나라 여자선수들 못지 않게 좋은 대우를 받는다. 세계적으로 축구를 하나의 직업으로 삼는 여자선수는 많지 않다. 기이한 구조를 개선하려면 탄탄한 인프라부터 구축해야 한다. 월드컵에서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안목에서 건강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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