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조효정기자] 매년 예상치 못한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한다. 2019년 상반기도 그랬다. "오, 너는 계획이 미리 다 있구나!" 아니, 계획에 없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는 것이. 2019 FIFA U-20 남자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준우승 컵을 들어 올리는 것은. 그룹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어워드 2관왕을 차지하는 것도. 하지만 대중의 기억 속 2019년은 이런 계획에 없었던 특별한 장면들로 채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1985년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1985년 6월 22일 스포츠서울 창간을 기념해 본 매체가 아장아장, 아니 사박사박 걸음마를 시작할 때 일어났던 특별한 사건들을 정리해봤다.


◇ 일본을 제치고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진출


1985년 11월 3일 한국 축구대표팀은 1986 멕시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일본을 1-0으로 꺾어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지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무려 32년 만의 본선진출이었다. 1985년 10월과 11월, 멕시코월드컵 본선 티켓을 놓고 일본과 만난 한국은 1차전 원정에서 정용환, 이태호의 연속골에 성공하며 2-1로 승리를 쟁취했다.


이어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2차전에서 허정무의 골로 1-0으로 승리, 일본을 꺾고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멕시코 월드컵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월드컵 생중계가 이뤄진 대회로 이탈리아-불가리아의 개막전과 한국팀의 경기, 서독-아르헨티나의 결승전이 전국에 생중계됐다.


여담으로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티켓을 따낸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 일본전은 1945년 8월15일 광복 이후 한국과 일본이 처음 맞대결을 펼친 무대였다. 그해 3월7일 예선 첫 경기에서 한국은 5-1 대승을 거두었고, 1주일 뒤 2차전을 2-2 무승부로 마치며 감격의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한국전쟁의 폐허 위에서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던 한국사회에서 이유형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대(對)일본전 승리는 국민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기쁨과 희망을 선사했다. 그리고 32년 만에 다시 일본을 꺾고 월드컵 본선에 오르는 감격의 순간이 1985년에 재현됐다.


◇ '퀸(Qeeun)의 부활'...라이브 에이드


지난해 '흥의 민족' 대한민국 국민을 영화관에서 춤추고 노래하게 만들었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기억하는가. 영화 속 라이브 에이드는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가 솔로 활동에서 퀸으로 돌아와 처음 대중 앞에 섰던 무대다. 당시 퀸은 멤버들의 솔로 활동이 잦아 해체설이 돌았고, 한물간 퇴물 취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라이브 에이드 무대에 선 퀸은 약 25분간의 무대 동안 관중을 완전히 휘어잡으면서 '끝물로 향해가는 왕년의 스타'라는 세간의 평을 무너뜨렸다. 세계적 록밴드로서의 위상은 바로 이 무대를 통해 굳건해졌다.


라이브 에이드는 1985년 7월 13일에 개최된 대규모 록 페스티벌로, 에티오피아 난민의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범지구적 주크박스'를 콘셉트로 하여 최근 방탄소년단이 단독 공연을 성사한 '팝의 성지'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 미국 필라델피아의 존 F. 케네디 스타디움에서 진행됐고, 일부 공연은 시드니, 모스크바, 빈, 쾰른, 베오그라드에서도 이루어졌다.


이 페스티벌은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실시간 위성 중계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약 19억 명의 시청자가 100여 개의 국가에서 실황 중계를 시청했다. 지난 2014년에는 이 무대 자체가 영국문화원이 조사해 발표한 '지난 80년간 세상을 형성한 가장 중요한 사건 80가지'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 독보적 '하이틴 스타'의 등장...배우 김혜수 데뷔


1985년은 하이틴 스타에서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배우가 된 김혜수가 대중 앞에 처음 등장한 해이기도 하다. 1986년 영화 '깜보'에 출연하면서 배우로서 공식 데뷔했지만, 1985년 김혜수는 16세 나이에 초콜릿 음료인 마일로 광고에 태권소녀로 출연하며 연예계에 첫발을 들였다. 김혜수는 유년기부터 태권도를 배운 유단자였는데 광고 속에 나오는 태권도 신에 어울리는 모델을 찾던 CF 감독에게 발탁됐다고 한다.


이후 당시 광고에 출연한 모습을 본 이황림 감독의 눈에 들어 영화 '깜보'에서 배우 박중훈의 상대역인 밤무대 가수 '나영'역을 맡아 연기자로 전격 데뷔하게 됐다. 독보적인 마스크와 서구적인 비율을 자랑한 김혜수는 데뷔하자마자 바로 성인 연기를 맡으며 인기를 모았다. 드라마 '사모곡' '세노야' '순심이'에서 주연을 꿰찼고 이후 '꽃 피고 새울면'에서 약 20세 차이 나는 상대역 노주현과 완벽한 호흡을 보이면서 작품의 인기와 연기력을 보장하는 특급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 "추억 속에 정든 그 노래 다시 불러보는 이 시간" '가요무대' 첫 방송


월화드라마 제작진들의 공공의 적. 국내가요 역사를 총망라한 방송이자 매주 월요일 오후 10시 전국민의 향수를 자극하는 어르신 세대의 영원한 가요프로그램 넘버원 KBS1 '가요무대'는 1985년 11월 4일 처음으로 전파를 탔다. 어린 시절 매주 월요일이면 오후 10시 드라마를 사수하기 위해 할아버지 할머니와 리모컨 경쟁을 펼쳐본 경험이 있을 터. 지난 17일 1616회를 기록한 '가요무대'는 사실 2003년부터 7년간 공백이 있다가 장년층 시청자들의 강력한 항의로 2010년 다시 부활했다.


'가요무대'는 비단 국내 시청자들에게만 사랑받은 것이 아니라 해외동포들과 북한에서도 사랑받았다. 해외동포들과 해외 파견근로자들의 향수를 달래주기 위해 오래전부터 녹화 영상이 해외로 전달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오프닝멘트에도 "이 자리에 오신 많은 방청객 여러분. 그리고 댁에 계신 여러분, 멀리 계시는 해외동포 여러분, 해외 근로자 여러분, 한 주간동안 안녕하셨는지요"처럼 해외동포들이 언급된다. 또한, 90년대에는 매주 일요일 새벽 오디오로 송출되면서 북한에서도 몰래 듣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라디오로 몰래 듣던 '가요무대'를 탈북 후 남한에서 비로소 TV로 보게 된 북한 동포들도 있다고 한다.


기억하지도 못했던 순간들이 오랜 시간이 지나 아주 특별해지듯 스포츠서울이 창간하던 그 해 1985년도 기적같은 승부와 세상에 없던 스타, 장수 프로그램의 탄생이 있었다. 2019년 하반기에도 대중들을 놀라게 할 수많은 특별한 순간들이 연출될 것이다. 스포츠 연예 전문지 스포츠서울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그 시간들을 기록해나갈 예정이다.


chohyojeong@sportsseoul.com


사진 |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컷, KBS 제공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