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현
오지현. 사진제공 | KLPGA

[인천=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스윙을 교정 중이어서 샷이 불안한데 그래도 좋아지고 있다.”

몸과 마음이 지쳐보였지만 오지현(23)은 웃으며 말했다. 오지현은 16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33회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한국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2오버파 74타에 그치면서 합계 8오버파 296타로 오후 조가 진행중인 가운데 공동 40위에 매겨졌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하며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 그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에 몹시 속상해했다. 하지만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차분하게 지난 나흘을 돌아보더니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끝까지 칠 수 있어서 뜻깊은 한 주 였다”고 말했다.

오지현은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하는 대회는 늘 부담이 된다. 이 대회는 메이저 대회여서 더욱 그랬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2승을 거두고 전 부문 상위권에 오르면서 대세로 떠오른 그는 올 시즌 다소 부진한 흐름을 타는 게 사실이다. 지난 1월 시즌 두 번째 대회인 대만오픈에서 7위를 차지하면 첫 ‘톱10’에 들었지만 이후 지난달 5일 끝난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7위)을 제외하면 ‘톱10’ 성적이 없다. 교촌 이후 열린 E1 채리티 오픈에선 기권했고, 이어진 롯데 칸타타 여자 오픈에서는 컷탈락했다. 이어 한국여자오픈에서도 상위권 진입에 실패하면서 부침을 겪고 있다.

롤러코스터같은 프로 인생에서 오지현은 자기 자신과 싸움 중이다. 그는 최근 안성현 프로로부터 스윙 동작 교정을 받고 있다. “교촌 대회를 기점으로 안성현 프로에게 스윙 (교습을)받고 있다”고 언급한 오지현은 “이전 (레슨)프로와 스윙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아직 어색하다. 기존 내가 우측 미스가 많았는데 그래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후반기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지난 4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대회를 앞두고 부상을 입은 그는 “초반 부상 때문에 힘들었는데 아직 완치된 건 아니다. 점점 관리하면서 좋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좋았던 순간’을 떠올리기보다 슬럼프를 극복할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애쓰고 있다.

이날 라운드 이후 한 갤러리의 비아냥에도 침착하게 대처한 오지현이다. KLPGA를 대표하는 스타답게 오지현은 다소 부진한 성적에도 수많은 갤러리를 몰고 다녔다. 라운드 종료 이후 스코어 접수처를 빠져나오면서 갤러리의 사인, 사진촬영 요구가 이어졌는데 지치고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상황에서도 웃으며 화답했다. 그러다가 미디어 인터뷰가 잡혀 있어 부득이하게 장소를 이동해야 했다. 당연히 줄을 선 모든 갤러리를 응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사인을 받지 못한 한 갤러리는 자리를 이동하는 오지현을 겨냥해 “그러니까 성적이 안 좋은 것”이라며 비아냥댔다. 최근 슬럼프를 겪고 있고 이날 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는 등 무더위와 싸워 지친 오지현으로서는 불쾌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오지현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클럽하우스로 이동해 웃으며 미디어와 마주했다. 머리색을 노랗게 물들인 그는 “분위기 전환 겸 해보고 싶었는데 지금이 때인 것 같았다”며 “다음 주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도 출전하겠다. 그 후 한 주 휴식한 뒤 지속해서 대회에 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적이 좋지 않아서 팬들이 아쉬워하시는 데 후반기에 조금씩 순위를 끌어올려서 좋은 모습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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