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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이 16일 우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U-20 월드컵 결승 전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우치 | 정다워기자

[우치=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이번 대회 최고의 선수, 골든볼 수상자는…칸진리!”

한국시간 16일 폴란드 우치의 우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전이 끝난 후 시상식이 열렸다. 대회 최고의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골든글러브 시상이 끝난 후 장내 아나운서의 말이 이어졌다. “다음 시상은 이번 대회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입니다. 수상자는 한국의 칸진리!” ‘칸진리’는 이강인의 외국 발음이다. 이강인은 영문으로 Kangin Lee라고 쓴다. Kang과 In 사이에 하이픈(-)을 넣지 않으면 이름을 잘못 부르기 쉽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만난 대부분의 취재진이 이강인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다.

스피커를 통해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동료들과 떨어져 한 쪽에 대기하던 이강인은 박수를 받으며 단상에 올랐다. 골든볼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미소를 짓고 기념 촬영을 한 후 유유히 단상에서 내려왔다. 많은 관중의 환호에 답하면서도 팀 패배로 인해 크게 기뻐하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경기의 승자는 우크라이나였다. 우크라이나의 상대였던 한국은 전반 5분 이강인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앞서 나갔으나 내리 세 골을 허용하며 역전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최고의 팀은 우크라이나였으나 최고의 선수는 2골4도움, 공격포인트 6개를 기록하며 한국의 준우승을 견인한 이강인이었다. 2001년생인 이강인은 1999년생까지 뛰는 이번 대회에서 별 중의 별로 공인 받았다. 2005년의 리오넬 메시처럼 형들을 제친 천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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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이강인은 이번 대회 내내 최고의 화제가 된 선수였다. 조별리그에서부터 두각을 드러냈던 이강인은 3차전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맹활약하며 본격적으로 외신의 관심 대상이 됐다. 상대국은 물론이고 폴란드에서 나온 취재진까지 이강인을 만나기 위해 공동취재구역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스페인어를 하는 취재진은 편하게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취재진이나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게 통역 도움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강인은 늘 인터뷰에 가장 늦게까지 응한 후 버스에 올랐다. 결승전 후에는 경기장을 찾은 한국 팬의 사인공세에 시달렸다. 아직 10대지만 스타성은 이미 웬만한 A대표팀 선수를 뛰어 넘는다.

개막 전까지만 해도 국내 취재진은 물론이고 외신에서도 이강인의 존재는 알지만 실제로 뛰는 모습을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스페인 명문 발렌시아 소속의 재능 있는 선수고, 바이아웃이 8000만 유로에 달한다는 배경만 알 뿐 어떤 유형인지,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이로 인해 약간의 물음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강인을 향한 감정이 느낌표로 바뀌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포르투갈전 패배 후 이강인은 이를 갈았고 남아공, 아르헨티나전을 거치며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남미의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개인기로 농락하는 수준 높은 플레이에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모든 이들이 매료됐다. 토너먼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세네갈과의 8강에서는 1골2도움을 기록하며 준결승 진출에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준결승 에콰도르전에서도 환상적인 어시스트를 올려 골든볼 수상 가능성이 점쳐졌다.

이강인은 보는 국내외 취재진의 시선은 다르지 않았다. 국내 취재진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이강인의 플레이를 보는 데 재미를 붙였다. “나중에 이강인 경기 봤다며 자랑할 게 생겼다”는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였다. 외신의 평가도 뛰어났다. 결승 현장에서 만난 폴란드의 38년차 축구기자 다리우츠 쿠로브스키 씨는 “이강인이 뛰는 모습을 하이라이트로 봤다. 오늘 정말 기대가 된다. 아주 특별한 선수다. 스타가 될 자질이 충분해 보인다”라며 칭찬했다. 경기 후에는 “골든볼을 받기에 충분한 활약을 했다. 저 어린 나이에 여유 있게 페널티킥을 차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앞으로 저 선수를 유심히 지켜봐야겠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이강인은 누구보다 어른스럽게 대회를 마감했다. 준우승의 아픔에 눈물을 흘리지 않았고, “형들 덕분에 받은 상”이라며 대회 내내 막내에게 사랑을 보낸 형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우승을 못해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는 성숙하면서도 차분한 소감을 남겼다. ‘골든보이’의 쇼케이스도 그렇게 막을 내렸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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