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3)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이정은이 넘치는 매력으로 팬들의 혼을 쏙 빼놓고 있다.

지난해 tvN ‘미스터 션샤인’부터 올초 JTBC ‘눈이 부시게’에 이르기까지 연이어 인기 드라마들에서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이정은이 지난달 말에는 영화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일원이 됐다. 특히 이번 ‘기생충’에서 이정은은 히든카드 같은 캐릭터라는 점에서 더욱 돋보였다.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드라마와 영화에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지만, 단숨에 최고의 배우로 우뚝 서게 됐다.

이정은은 이같은 행운을 두고 “이선균씨가 우주의 기운이 저에게 다 온게 아니냐고 했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서 “약간 부담도 되고, 계속 열심히 잘 하라라는 격려의 뜻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좋은 때가 있으면 어려운 때도 있다. 그런 때를 위해 미리 대비책을 마련할 수는 없지만 경거망동하지 말자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조금은 기뻐하려고 한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하는 작품마다 다 잘 된다는 평에는 “어떤 해에는 시청률이 너무 안 나왔지만, 저에게 도움이 많이 된 작업도 있었다”면서 “워낙 주목받는 작품에 낄 수 있어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작품의)만듦새가 좋으니까 (나도) 득을 많이 본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만듦새가 좋을 만한 좋은 작품들의 제안이 연달아 들어오는데에는 어떤 배경이 있을까. 이정은은 “어떻게 보면 (스포츠에)비인기 종목이 있듯이 비인기 역할이 있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어서 여자들 역할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다양한 메타포를 전할 수 있게 감독님들에게 쓰여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시대를 잘 만난 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도 제가 맡는 역은 오디션을 보는 사람이 없었다. 멜로 주인공 옆에서 조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몇명의 배우가 작품을 구성한다. 작품을 구성하는 이야기의 촘촘함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증폭된게 아닌가 한다. (내) 연기력이 좋아졌다기보다는 역할이 다양해졌다고 본다.”

겸손한 태도로 계속해서 공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이정은이 결국 스스로 잘했다고 꼽은건 작품과 역할의 경중을 따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맡은 역할들이 크기도 하고 작기도 했다. 내가 경중 없이 하니까 (감독들이) 편하게 (다양한 역할을) 제안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저 같은 경우에는 이야기가 좋으면 인물의 비중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극무대 시절에는 조연출로도 활약했던 게 연기에 도움이 되는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정은은 특유의 유쾌한 말투로 “(대학교)1학년때 영화를 찍는데 은근 돈이 많이 들어서 몸으로 때울수 있는 연극을 해야겠다 했다. 그런데 아무도 연출을 안하니까 내가 하게 됐다. 어머니도 앞으로 내다볼때 배우가 될 상은 아닌것 같다 해서 연출을 했는데, 내가 사람들 앞에 나가서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데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돌아가신 고 박광정 선배가 오라고 해서 ‘내가 연출을 3개 하면 대학로 무대에 출연시켜달라’고 네고를 했다. 그래서 따낸게 ‘저별이 위험하다’에서 인신매매범이었다. 그때부터 작품 제의가 들어왔다. 그러면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그게 94~5년쯤 작품인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제 연기 24년차로 어엿한 베테랑 배우인데, 그의 이름 석자는 최근에서야 대중의 뇌리에 각인됐다. 이정은은 “잘하든 못하든 늘 재밌었던 것 같다. 그런데 사회에는 평가라는게 있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역할만 할 수 없으니까, 마음을 내려놓는 작업을 먼저 한 것 같다”고 말하며 그동안 묵묵히 버텨온 세월을 알게 했다.

이정은은 ‘기생충’이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에 기뻐하면서 또 다른 자신의 영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우리 지금 만나’(5월 29일 개봉)이 이제 1200명이 조금 넘었다. 우리는 3000명이 목표다. 작은 영화도 사랑해주면 저의 역할도 늘어날거다. 저예산 영화들은 각광을 못 받아서 힘들다. 방송은 채널 돌리면 보이지만, 그런건 정말 극장에 오셔야 볼수 있다”고 전했다.

스펙트럼이 넓어진 만큼 앞으로 어떤 길을 걷는 배우가 되고 싶을지 궁금해지는데, 이정은은 뜻밖의 답으로 또 한번 유쾌한 배우임을 확인시켰다. 그는 “저는 주윤발처럼 되고 싶다”며 인터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유는 무얼까. 그는 “그분 멋있더라”라면서 “평범하게 노후에 대중 속에 있는게 좋아보인다. 나는 사회환원 같은 건 못하겠지만, 지하철 편하게 타고 다니면서 (사람들이 내게)‘아이고 어디서 봤어. 같이 사진이나 찍어’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cho@sportsseoul.com

사진| 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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