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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땅값이 2015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사진은 성산일출봉 인근.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제주도 부동산 시장이 ‘묻지마 투자’에서 ‘옥석 가리기’ 단계로 진입했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맞은 가운데 제주도 부동산 시장은 유독 혹독한 빙하기를 통과하는 중이다. 올 5월 28일 제주도교육청이 영어교육도시에 싱가폴 국제학교법인 ACS 설립을 최종 불승인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또 앞서 지난 4월 17일에는 중국 자본이 투입된 국내 첫 영리병원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개설허가가 취소됐다. 이처럼 대규모 해외 및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던 대형 프로젝트가 줄줄이 무산되면서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뜸해졌다.

이같은 상황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 제주 주택 거래량은 1095가구였다. 지난 1월 1566가구 보다 40% 하락했다. 아파트 거래량 역시 지난 5월 328가구로 지난 1월 701가구 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미분양 주택은 지난 4월 774호로 지난 3월 723호 보다 악화됐다.

2016년 전국에서 가장 크게 상승했던 제주도 땅값도 상승률이 둔화됐다.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주시 일도1동, 일도2동, 건입동, 서귀포시 상·하예동, 색달동 등 땅값이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제주 땅값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한국감정원이 지가변동률을 공개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6월 제주지역 분양경기 실사지수(HSSI) 전망치는 61.9로 지난 5월 73.6 보다 11.7포인트 하강했다. 100 이상이면 긍정적, 100 미만이면 부정적임을 의미한다.

제주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현 제주 부동산 시장에 대해 “옥석 가리기 단계에 들어섰다”는 진단을 내고 있다.

2~4년 전 ‘제주 이주’, ‘제주 한 달 살이’, ‘효리네 민박’ 등이 큰 인기를 끌면서 제주에 순인구가 유입되고 투자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할 당시에는 ‘묻지마 투자’가 횡행했던 것이 사실이다. 돈이 된다는 말에 땅이나 건물을 보지도 않고 구입하는 경우도 많았고, 일부 업체들은 못난이 땅을 가리지 않고 건축물을 지어 분양에 나섰다. 당시 묻지마 투자자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부동산 침체기를 맞아 제주 부동산 시장은 옥석을 가려 제대로 된 곳에 투자하려는 신중한 투자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입지, 건축, 가격의 3박자가 맞아떨어진 곳을 골라 투자하는 것이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는 건축 관계자 S씨는 “얼마전까지는 제주에 투자하면 돈을 번다는 이야기에 입지나 물건을 보지도 않고 무조건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말도 안되는 건축물도 우후죽순 생겼다. 호황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요즘 침체기를 맞아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다. 건축이 중단된 단지도 나오고 있다”면서 “그래서인지 확실한 입지에 제대로 된 건축설계를 채택한, 합리적인 가격대를 갖춘 분양 물건들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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