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축제같은 밤이었다. 12일 새벽 이강인(18·발렌시아)은 대한민국을 사상 첫 U20월드컵 결승 무대로 이끌며 온 국민을 열광시켰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지금으로부터 12년전 '슛돌이' 이강인을 기억하는 이훈희 KBS 본부장에게도 남다른 밤이었다.


전세계 축구팬의 이목을 사로잡은 '경이로운 천재' 이강인의 첫 소속팀은 해외 구단도, 유스팀도 아닌, KBS예능프로그램 속 'FC 슛돌이'였다. 꾸러기 축구선수들의 좌충우돌 우승 도전기를 그렸던 이 프로그램은 '슛돌이' 이강인을 배출해내 두고두고 화제가 되고 있다.


12일 이 본부장은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고생해서 뿌린 씨앗이 이렇게 잘 돼서 꽃을 피운 것 같다. 이강인 선수가 그것을 증명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벅찬 소회를 전했다.


당시 KBS2 간판예능 '해피선데이' 담당 PD였던 그는 2006년 축구를 소재로 한 리얼버라이어티 '날아라 슛돌이'를 기획했다. 총 1, 2기가 인기리에 방영된 '날아라 슛돌이'는 이후 KBSN에서 '날아라 슛돌이-3기'를 방송했고 이때 '막내형' 이강인이 합류했다.


이 본부장은 "'날아라 슛돌이'를 기획하던 당시에는 주말 예능프로그램의 경쟁이 심했다. 그때 우리는 제작비도 없고, 연예인 섭외도 힘들다보니 일반인들로 꾸밀 수 있는 예능을 해보자 해서 시작을 하게됐다"며 제작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시청자들이 진짜 제대로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만화같은 스토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러다 생각해낸 것이 아이들의 성장스토리였다. 내가 '슬램덩크'를 보고 자라서 그런 것 같다"며 제작 동기를 밝혔다.


당시 '슛돌이 1기'는 김종국이 감독을 맡았으며, 지승준, 김태훈, 조민호 등의 아이들이 출연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강인이 출연했던 '슛돌이 3기'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유소년 축구의 '원톱'을 달리며 연승 행진을 이어갔으나, '슛돌이 1기'는 20점 이상의 점수차로 대패할 정도로 오합지졸 어린이 군단에 불과했다.


"사실 성장스토리를 그리고 싶었기 때문에 실력 좋은 친구들 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을 뽑고 싶었다. 처음 시작할 때 서울, 경기권에 있는 유소년 축구 클럽을 다 뒤졌다.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들을 찾기 위해 귀엽고 열정있고, 엉뚱한 아이들을 찾아다녔다"며 캐스팅 비화를 밝혔다.


그렇게 시작한 '날아라 슛돌이'는 예능 판도를 뒤집어 놓았다. 시즌1의 성공을 시작으로 시즌2도 흥행을 거뒀으며, 이후 제작된 시즌3는 KBS N 스포츠에서 방송되며 유소년 축구 발전의 기폭제가 됐다. 이 본부장은 "우리가 '슛돌이'를 시작할 당시에는 제작비가 모자라서 대한축구협회 전무까지 찾아가 돈을 지원해달라고 부탁했었다. 그 때 그렇게 고생해서 우리가 뿌린 씨앗이 이렇게 잘 돼서 꽃을 피운 것 같다. 이강인 선수가 그것을 증명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남다른 감회를 드러냈다.


인터뷰 말미에는 "사실 저보다도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했던 최재형 PD의 열정이 '슛돌이' 성공의 가장 큰 원천이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애정어린 시선들이 시즌1,2의 성공 그리고 이강인의 발굴까지 이어졌다. 최 PD의 공이 정말 컸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제2, 제3의 이강인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될 것임을 내비쳤다. 이 본부장은 "(날아라 슛돌이와 비슷한) 프로그램 제작은 언제나 지향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확대에 있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라며 "밑바닥에 있는 유소년 축구에 대한 관심을 여기까지 끌어올리는 데 '날아라 슛돌이'가 도움이 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얼마전 종영한 '우리동네 예체능' 같은 프로그램도 국민 생활 건강에 영향을 많이 끼쳤다. 체육 산업에 우리 프로그램들이 꽤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했다. KBS가 공영방송국으로서, 유익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한다는 숙명이 있고 늘 시도는 할 것이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끝으로 이강인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는 시청자들을 위한 깜짝 선물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16일 진행되는 우크라이나와의 결승 직전 KBS는 이강인과 관련된 짧은 클립 영상들과, 슛돌이 시절의 모습들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슛돌이'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달리며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렸던 천재소년은 이제 한국 축구의 '현재'를 써 나가고 있다. 오는 16일 오전 1시 펼쳐질 결승전, '슛돌이' 이강인의 왼발이 또 어떤 기적을 만들어낼지 온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younwy@sportsseoul.com


사진 | 대한축구협회, KBS N 스포츠 제공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