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강지윤기자·윤소윤 인턴기자] 지난 어린이날 청와대 행사에서 코끼리 치약 실험(과산화수소 분해 실험)을 선보인 유튜버를 기억하시나요? 문재인 대통령과 거대한 거품을 만들어 화제가 되었죠. 그 주인공은 바로 구독자 320만 실험 크리에이터 허팝(32·허재원).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을 실현시키는 요즘 가장 핫한 '초통령'입니다.


그는 허팝을 "어린 시절의 내가 꿈꿔왔던 나"라고 표현합니다. 내면에 존재하는 꼬마 허재원이 채널에서 살아 숨 쉬는 것이죠. '물풍선 수영장 만들기', '레고로 배 만들어 수영장 건너기', '사람을 택배로 보내보기' 등 어른의 시선으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콘텐츠를 탄생시킬 수 있었던 비결이 여기에 있습니다.


클릭수를 위해 더 자극적으로 변하는 유튜브 시장에서 그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대표적인 유튜버입니다. '행동대장'이라는 콘텐츠로 착한 행동을 하는 시민에게 선물을 주기도 하고, 소액 기부를 하는 구독자에게 달력을 보내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죠. 기부도 꾸준히 하고 있는데요.


지난 강원도 산불 화재 때는 1억원이라는 큰돈을 선뜻 내놓기도 했습니다. "왜 기부 사실을 공개하느냐고요? 그래야 주위로 기부 문화가 확산되니까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가 되었으니 최대한 선하게 사용하고 싶어요"


구독자 10만 명만 넘어도 대박이라는 유튜브 시장에서 구독자 320만 명을 달성한 톱 크리에이터 허팝. 그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그림을 그려가고 있습니다. '허팝 연구소'를 설립했고 실험 키트, 책, 굿즈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곧 100평 규모의 허팝 실험실을 오픈할 예정이고 지점을 늘려 글로벌하게 운영하고 싶다고. 그의 최종 목표는 디즈니랜드 같은 '허팝랜드'를 세우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유튜버들의 성지가 탄생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대통령과 함께한 실험 소감부터 아이돌 유튜버에 대한 소신까지, 시원하게 밝힌 허팝을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허팝연구소에서 만났습니다.


Q 허팝연구소가 원래 더 크지 않았나요? 연구소가 작아졌네요.


원래 허팝연구소는 안산에 있었어요. 접근성이 좋지 않아 논현동으로 연구소를 옮기고 집도 이사했습니다. 곧 남양주 근처에 100평 규모로 실험실을 만들 계획이에요. 여기는 연구소로 사용하고 그곳에서는 규모 있는 콘텐츠를 만들 예정이죠. 다양한 지역에 허팝실험실 2호점, 3호점을 만들고 싶어요. 촬영 장소가 새로워야 구독자분들이 좋아하실 테니까요.


Q 크리에이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20대때 꿈이 세계여행이었어요. 1억을 모아 일부는 여행에 쓰고 일부는 해외 정착에 쓰려고 했죠. 여행으로 유명한 페이스북 페이지들을 살펴보는데 다들 사진만 올리더라고요. 영상을 할 줄 몰라서 그렇다나. 자금 마련을 위해 낮에는 쿠팡맨으로 일하며 밤에는 영상 편집 공부를 했습니다. 연습용으로 만든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게 허팝 채널의 시작이 된거죠. 그때까지만 해도 유튜브가 대중적인 플랫폼이 아니라서 외국인들을 겨냥해서 만들었어요. 영어로 말하려니 자꾸 버퍼링이 생겨 두 번째 영상 이후론 한국어로 말했지만.(웃음)


Q 세계여행 꿈은 아직도 유효한가요?


지금 이루는 중이에요. 나이아가라에 다녀오고 싶으면 그 근처의 컨텐츠를 찾아 영상을 찍는 크리에이터 식으로 접근한 여행을 하고 있죠. 세계여행은 죽을 때까지 계속될 것 같아요.


Q 지난 어린이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코끼리 치약 실험을 하셨는데 어떠셨나요?


정말 뜻깊었습니다. 대통령과 함께, 그것도 제 콘텐츠인 실험을 했다는 게 정말 엄청난 의미가 아닌가 싶어요. 어린이날 초청 행사로 함께 청와대에 간 크리에이터들은 많았지만 대통령과 실험을 한 건 저밖에 없었거든요. 아주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Q 초창기에는 '셀카봉을 알아보자', '불닭볶음면 도전'과 같이 콘텐츠가 단순했어요. 실험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편집 공부를 위해 만든 거라 주제가 명확하지 않은 영상들이었죠. 그래도 '뿌셔뿌셔 끓여 먹기', '멘토스와 콜라 먹기'같은 제법 지금과 비슷한 영상들도 있었어요. 워낙 이런 걸 좋아해서… . 전환점이 된 건 CJ ENM과의 계약이에요. '나는 크리에이터다'라고 생각하니 확실한 성격을 띠어야 할 것 같았거든요. 평소 제가 좋아하는 기상천외한 실험들을 하게 된 거죠. 사실 이게 돈이 될 줄은 몰랐어요.


Q 이런 실험들이 정말 즐거우신가요? 일단 어른이 되면 감흥이 사라지잖아요.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는데 즐겁지 않을 리가요. 물론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 과정은 좀 지루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결과물이 나오는 순간 "와 재미있다", "대박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죠.

가장 애착이 가는 영상은 '10m 물풍선 수영장 만들기'예요. 다시 하고 싶은데 손이 너무 많이 간다고 다들 반대하네요. 참고로 이렇게 규모가 크거나 위험요소가 있는 실험을 할땐 지자체나 환경부, 119 등에 자진 신고를 합니다.


Q 크리에이터 외에 하시는 활동이 있나요?


투니버스에서 '유레카 발명왕 허팝'이라는 짤막한 코너를 진행하고 있어요. 또 에어로켓 같은 안전하고 간단한 '허팝 과학 실험 키트'를 판매 중이죠. '허팝과 함께 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되기'라는 책을 썼고, 허팝 과학책 시리즈를 감수했습니다. 캐릭터 굿즈 사업도 하고 있어요. 제2롯데월드타워에 팝업스토어로 입점해 있죠.



Q 일각에서는 과학 실험의 전문성에 대해 의문을 품던데요.


이 채널은 전문성을 보여주기 위한 곳이 아니에요. 시도하고 그 과정을 함께하는 곳이죠. 물론 과학 지식이 있어야 영상에 도움이 되니 공부는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길을 걷다 다섯 살 정도 되는 아이를 만났는데 "어제 했던 실험 왜 실패했어요?"라며 다시 찍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많은 생각을 했어요. 어린이들이 보기에 성공 아니면 의미가 없나? 실험 결과가 실패였다고 도전과 과정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잖아요. 구독자들이 무의식중에 과정의 중요성을 느끼게끔 콘텐츠를 구성하고 있어요.


Q '초통령'으로서 콘텐츠를 만들 때 주의하는 점이 있다면?


아이들이 따라 할 수 있으니 욕은 절대 하지 않아요. 또 불을 사용하는 등 위험한 실험은 지양하는 편이에요. 하게 된다면 전문가를 초빙해서 진행하고 "내가 너희를 대표해서 하겠다"라는 요지의 말을 계속하죠.


Q 강원도 산불 피해 당시 성금으로 1억원을 기부하셨어요.


강원도에 거주하는 구독자 중 실제 산불로 집을 잃으신 분도 계셨어요.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카드 한도까지 풀며 큰 맘 먹고 기부했죠. 1억원 기부하기가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기도 했고요. 보통 저는 기부 과정을 컨텐츠로 보여줘요. 몇몇 분들은 '허팝 기부하는 거 자랑하네'라며 아니꼽게 보시지만 단체 관계자분이 그러셨거든요. 유명인들이 기부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줘야 기부 문화가 정착된다고요.



Q 아이돌그룹 스트레이트키즈와 콜라보를 진행하셨잖아요. 연예인들의 유튜브 진출을 어떻게 보시나요?


초창기 유튜버들은 구독자 한 명을 늘리는 것도 힘들어요. 엑소 백현이 개설 이틀 만에 100만을 달성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죠. 이런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건 그 사람의 한계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많은 인원이 유튜브에 유입되는 거고 잠재적 구독자의 풀이 넓어지는 것이거든요. 앞으로 유튜브가 더 커질 거라는 방증이기도 하고요. 물론 회사 차원에서 편집자를 두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1인 미디어로 보기엔 무리가 있죠.


이건 여담인데, '홍카콜라' 채널명이 너무 기가 막히지 않나요? 저작권에 걸리지 않으면서도 유튜브의 B급 감성을 그대로 담다니. 영상은 보지 않아 콘텐츠가 어떤진 모르겠지만 작년 생긴 채널 중 가장 잘 지은 채널명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Q 한 달에 2억원 가까이 번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그렇게 벌면 좋겠네요.(웃음) 실적으로 따지면 월 3억 정도 나오는 것 같아요. 그치만 실적과 수익은 다릅니다. 유튜브와 CJ가 가져가고, 세금 내고, 직원들 인건비를 주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제작비도 워낙 많이 쓰기로 유명해서…. 유튜브 외적인 걸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매달 BMW 한대를 살만한 수익 정도가 남습니다.


Q 크리에이터들 중엔 이례적으로 개인 연구소를 차리고 직원을 뽑았어요.


프리랜서를 쓴다면 훨씬 수익이 많이 남겠죠. 여기서 일하다 나간 친구가 일은 3배로 하는데 월급은 1/3로 줄었다고 하더라고요. 돈을 떠나서 저는 저와 함께하는 크루를 만들고 성취를 공유하고 싶었어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허팝 연구소의 직원이다'하는 자부심을 느꼈으면 하고요. 같이 가는 게 좋잖아요.


Q 허팝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디즈니랜드같은 허팝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마치 해외 팬들이 코엑스에 있는 'SM아티움'을 방문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이 방문해 즐기고 실험하고 영상도 찍을 수 있는 랜드마크를 세우는 것이죠. 더 열심히 일해야 하고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제가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손자에게 크리에이터로 활동했던 영상을 보여주는 장면을 상상했던 적이 있어요. 쿠팡에 사직서를 제출할 때였죠. 그 장면을 혼자 그려보는데 죽여주더라고요. 그래서 크리에이터에 올인 할 수 있었죠. 구독자 분들도 자기가 해야겠다고 느끼는 그 하나가 생기면 절실함을 가지고 꾸준히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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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ㅣ 강지윤 기자 tangerine@sportsseoul.com, 유튜브 캡쳐, 인스타그램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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