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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무엇이 칸을 사로잡았을까.

지난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진행된 제72회 칸 영화제 폐막식에서 ‘기생충’이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무엇보다 ‘기생충’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이 결정돼 그 의미를 더했다. 또한 지난해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동아시아 영화가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되며 외부적인 요소에도 끄덕없는 ‘기생충’의 작품성을 인증할 수 있었다.

대진운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는 쟁쟁한 경력의 감독들이 대거 포진했었다. 이미 황금종려상을 2회 수상했던 켄 로치 감독의 ‘쏘리 위 미스드 유’와 장 피에르 다르덴, 퀵 다르덴 감독의 ‘영 아메드’를 비롯해 ‘칸의 총아’로 불리는 자비에 돌란 감독의 ‘마티앤스 앤 막심’,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가 감독으로 나서고 브래드 피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으로 나선 화제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우드’, 유럽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 등이 봉준호 감독의 경쟁자들이었다.

그럼에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으로 향하는 길에는 큰 걸림돌이 없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의 과외 선생님으로 발을 들이며 시작된 두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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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포스터.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의 두 가족 이야기가 그려지며 해외에서는 모든 디테일을 이해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공개된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만의 디테일한 연출이 그대로 담기며 해외 관객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화두가 되고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 그리고 소득 양극화라는 소재를 너무 무겁거나 극단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게 녹여냈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분위기의 칸 영화제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다. 봉준호 감독 역시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이야기도 가족의 드라마기에 전세계에서 분명히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황금종려상 작품인 ‘어느 가족’도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지만 작품 만의 유니크한 색으로 녹여냈고, ‘기생충’ 역시 이와는 또 다른 모습의 가족 이야기로 공감을 일으킬 수 있었다.

또한 ‘기생충’은 일명 ‘봉준호 유니버스’의 모든 것을 총망라하며 좋은 완전체로 만들어졌다는 평이다. 영화 속에서도 ‘살인의 추억’, ‘괴물’ 등 전작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도 곳곳에 배치돼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외신들 역시 이에 대해 열광했다. 인디와이어는 “봉준호 영화 중 최고다. 전작들을 모두 합쳐 자본주의 사회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공포에 관한, 현실에 단단히 발을 붙인 재미있고 웃기면서도 아플 정도로 희비가 엇갈리는 한 꾸러미로 보여준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출연 전작을 통해 칸의 관객들에게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배우 송강호의 힘도 있다. 송강호는 ‘기생충’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묵직하면서도 재치 있는 연기력을 통해 극의 든든한 기둥이 됐다. 실제 지난 21일 칸 공식 상영에서 관객들은 송강호의 자연스런 연기에 웃음이 터지는 등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배우들의 연기가 오가며 극적으로 치닫는 장면에서는 그 마지막을 장식한 송강호의 출연 장면에서 환호와 큰 박수가 이어져 송강호의 진가를 확인시킬 수 있었다. 송강호의 연기가 해외 관객에게도 이질적이게 보이지 않는 작용을 톡톡히 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기생충’은 잘 만들어진 짜임새를 가지고, 칸의 경쟁작들을 물리쳐 진정한 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봉준호 월드’의 매직이 한국 영화에 황금종려상이라는 큰 경사를 선사하며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었다.

true@sportsseoul.com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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