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송강호

[칸(프랑스)=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칸에서의 마지막 밤은 우리 모두가 행복했습니다.

지난 14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제72회 칸 영화제가 막을 내렸습니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는 칸 영화제는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꿈의 공간으로, 영화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영화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올해 칸 영화제는 누구보다 한국인에게 잊지 못할 영화제로 남게 됐습니다. 바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게 됐기 때문이죠.

섬세한 연출력으로 ‘봉테일’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 ‘괴물’, ‘옥자’ 등으로 흥행은 물론, 작품성까지 인정 받은 대한민국의 대표 감독 중 한명입니다. 그런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 칸 영화제의 초청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조금씩 수상 가능성은 점쳐졌습니다. 다만 지난해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기에 과연 2년 연속 아시아 작품의 황금종려상이 가능할지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죠.

그러나 21일 칸에서 ‘기생충’이 첫 공개된 이후 “황금종려상, 가능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유쾌함부터 묵직한 메시지, 그리고 봉준호 감독이 ‘스포 금지’를 당부할 만큼 새로운 내용이 영화를 가득히 채웠죠. 뤼미에르 대극장에서는 웃음과 함께 마치 뮤지컬의 한 막이 끝나듯, 배우들의 연기가 빛나는 장면에는 큰 박수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상영을 마친 후에는 진심을 담은 박수가 8분 동안 멈출 줄 모르고 계속됐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밤이 늦었으니 집으로 돌아갑시다”고 말을 한 뒤에야 박수가 멈출 수 있었습니다.

시상식이 진행되는 25일까지 한국 취재진의 관심사는 ‘기생충’의 수상 여부였습니다. 당초 봉준호 감독을 제외한 배우들은 일정을 마친 뒤 23일 귀국 예정이었지만, 송강호는 일정을 변경해 아내, 딸과 함께 칸 근교에 남게 됐습니다. 칸 곳곳에서 가족들과 여행을 즐기는 송강호의 모습이 포착돼기도 했죠. 송강호의 일정 변경에 ‘기생충’의 수상 가능성을 직감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25일이 되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기생충’의 수상을 바랐습니다. 각국의 취재진들이 프레스룸에 모여 생중계되는 시상식을 지켜봤습니다. 환한 미소로 레드카펫에 등장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의 모습에 기뻐했고 이들의 활약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습니다. 시상식 참석은 곧 수상을 의미하기에 어떤 부문에서 수상할지, 그리고 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도 가능할지 귀를 기울였습니다.

황금종려상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 트로피. 사진 | 최진실기자 true@sportsseoul.com

수상자들의 이름이 하나씩 공개됐고, 마지막 황금종려상 만을 남겼을 때까지 봉준호 감독의 이름이 불려지지 않자 직감하게 됐습니다.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것을요. 봉준호 감독의 이름이 호명되자 한국 기자들의 환호가 이어졌습니다. 모두가 자신이 수상한 것처럼 기뻐했습니다. 외국 기자들 역시 박수를 쳐주며 “콩그레츄레이션(Congratulation)!”이라고 축하해줬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한국에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 소식을 기사로 보내며, 모두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였습니다. 두 사람은 공식 기자회견 전 프레스룸을 찾아 한국 기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박수와 환호로 맞이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환한 미소와 함께 “감사합니다”를 연발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취재진들에게 일일히 악수를 건넸습니다. 외국 취재진 역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의 등장에 신기해하며 그들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거나, 직접 찾아와 축하 인사를 전했습니다. 쑥스럽다고 말한 봉준호 감독은 “같이 상을 받는 듯한 기쁜 마음이 든다”고 말하며 취재진을 살뜰히 챙겼습니다. 송강호 역시 누구보다 함께 기뻐했고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정말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같이 상을 받은, 그런 기분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봉준호 감독 덕분에 평생에 한번 보기 힘든 황금종려상 트로피도 눈 앞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 취재진들은 한 자리에 모여 봉준호 감독, 송강호와 황금종려상을 기념하는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진은 한국 뿐 아니라 영국까지 전해져 가디언에서 기사 사진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외국 취재진들이 부러워하는 모습에 왠지 모를 자부심과 뿌듯함이 가득했습니다. 잠깐이었지만 모두에게 잊혀질 수 없는 특별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올해 칸 영화제 기간은 예년과 다르게 이상 저온 현상에 비도 많이 내렸습니다. 하지만 영화제 마지막 날에는 여느 기간보다 따뜻한 햇살이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날씨만큼 밝은, 한국 영화의 낭보가 전해졌습니다.

이렇게 칸에서의 마지막 밤은 한국에서 온 모두에게 기분 좋은 밤이 됐습니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그리고 저까지도 행복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릅니다.

tru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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