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칸(프랑스)=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이 한국 영화사를 새롭게 썼다.

25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 폐막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대상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는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며 시작된 두 가족의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을 담은 작품으로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지난 2006년 감독 주간에 초청된 ‘괴물’을 시작으로 다섯번째 칸의 초청을 받은 봉준호 감독은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안게 됐다. 지난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은 후 9년 만에 한국 영화가 칸 영화제의 트로피를 안은 값진 기록이기도 하다.

앞서 ‘기생충’은 영화제 초청 당시부터 수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은 작품이었다. 특히 지난 21일 칸 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된 이후 다양한 국가의 매체, 평론가들이 영화에 대한 호평을 이어갔다. 글로벌 영화 매체인 스크린 데일리는 경쟁 부문 초청작 중 가장 높은 평점인 3.4점을 줬다. 또한 칸 필름마켓에서 총 192개국에 판매되며 역대 한국 영화 최다 판매 기록을 새롭게 썼다. ‘기생충’은 폐막식에 앞서 프랑스독립상영관협회의 아트하우스시네마상까지 수상하며 조심스럽게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에 대한 기대도 점쳐지기도 했다. 결국 ‘기생충’은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됐다.

봉준호 송강호
배우 송강호(왼쪽)와 봉준호 감독.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이란 영화는 영화적인 큰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감사한다”면서 “무엇보다도 ‘기생충’은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촬영할 수 없었다. 이 자리에 함께 해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동반자인 송강호 님의 멘트를 듣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밝히며 주연 배우 송강호를 무대 위로 불렀다.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열정을 가르쳐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 분들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고 기쁨을 함께했다.

이어 봉준호 감독은 “열두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 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제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정말 감사하다”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제72회 칸 영화제에서는 여성 감독들의 활약도 빛났다. 칸 영화제의 이슈 중 하나로 여성 영화인의 권익 등이 떠올랐던 만큼 이를 반영한 듯 예년보다 비교적 많은 여성 감독들이 수상했다. 흑인 여성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마티 디옵 감독은 ‘아틀란티스’를 통해 2등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의 영예를 누리게 됐다. 또한 셀린 시아마 감독도 ‘포트레이트 오브 영 레이디 온더 파이어’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한편 올해 칸 영화제는 지난 14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됐으며 짐 자무쉬 감독의 ‘더 데드 돈트 다이’가 개막작으로 상영돼 축제의 문을 열었다. 올해부터 ‘폐막작’이 ‘마지막 상영’으로 표시됐으며 올리비에르 나카체·에릭 토레다노 감독의 ‘더 스페셜스’가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이하 제72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 수상 결과

▲황금종려상=‘기생충’(봉준호 감독)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아틀란티스’(마티 디옵 감독)

▲심사위원상=‘레미제라블’(래드 리 감독), ‘바쿠라우’(클레버 멘도냐 필로·훌리오 도르넬리스 감독)

▲감독상=장 피에르 다르덴, 뤼크 다르덴 감독(‘영 아메드’)

▲각본상=‘포트레이트 오브 어 영 레이디 온더 파이어’(셀린 시아마 감독)

▲여우주연상=에밀리 비샴(‘리틀 조’)

▲남우주연상=안토니오 반데라스(‘페인 앤 글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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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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