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부터 ‘대기’... 오픈 4시간만에 ‘만원’

카드 사용 불가, 소비자 불편.. 업체 ”이유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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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빌링스(Eric Billings) 인앤아웃 총괄 매니저.

[스포츠서울 동효정 기자] 쉐이크쉑과 함께 미국 양대 버거로 손꼽히는 인앤아웃(In-N-Out)버거가 서울 강남에 반짝 상륙했다.

인앤아웃 버거는 22일 오전 11시부터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에 위치한 ‘바비레드 강남점’에서 선착순 한정판매를 실시했다. 인앤아웃 버거를 맛 보기 위해 고객들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인앤아웃 측은 대기 손님에게 차례로 팔찌를 배포했고 팔찌가 없으면 줄을 서도 햄버거를 먹을 수 없다고 안내했다. 장시간 대기를 예상한 듯 고객들은 독서를 하거나 휴대폰을 보며 순서를 기다렸다. 오전 10시가 되자 인앤아웃 측은 준비한 재료에 맞춰 제작한 팔찌 250개가 소진됐다고 공지했다.

에릭 빌링스(Eric Billings) 인앤아웃 총괄 매니저는 “한국 소비자들이 버거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앤아웃 버거를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걸 보니 놀랍다”면서 “아직 한국 진출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없으나 글로벌 소비자들의 요구를 파악하는 행사를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앤아웃 버거 측은 장시간 대기를 막기 위해 오전 11시 시작되는 행사를 10시로 앞당겼다. 이날 인앤아웃 팝업스토어에서 판매한 메뉴는 △더블 더블 버거 △치즈 버거 △햄버거 등 3종이다. 버거는 애니멀 스타일과 프로틴 스타일 중 원하는 타입으로 메뉴 변경이 가능하다. 애니멀 스타일 버거는 감자튀김에 구운 양파와 치즈를 올린 햄버거다. 프로틴 스타일 버거는 칼로리를 낮춘 메뉴로 빵 대신 양상추로 속을 감쌌다. 양파도 구운 양파와 생양파를 선택할 수 있으며 감자튀김 대신 감자칩을 판매했다. 쉐이크쉑 버거가 감자튀김을 밀크쉐이크에 찍어먹는 것을 추천하는 것과 달리 인앤아웃 버거 감자칩은 특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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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앤아웃 버거 서울 강남 팝업스토어 매장 전경

매장 내부로 들어서자 관계자가 인앤아웃 버거가 그려진 기념 키링을 나눠줬고 인앤아웃을 상징하는 플랜카드와 메뉴판이 눈에 띄었다. 메뉴 가격은 단품 3000원~5000원, 세트 5000원~7000원으로 상당히 저렴했다. 인앤아웃은 1인 1버거로 구매 제한을 뒀고 인앤아웃 티셔츠(3000원) 역시 1인당 1 제품만 구입이 가능했다. 더블더블 버거 세트와 기념 티셔츠를 구매하니 1만원이 나왔다.

1948년 캘리포니아에서 문을 연 인앤아웃 버거는 어느 매장을 가더라도 동일한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 회사의 원칙이다. 인앤아웃 버거는 모든 재료를 본사에서 직접 배달한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배달이 불가능한 지역은 매장을 내지 않는다. 원칙을 지키기 위해 해외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네바다주, 애리조나주 등 서부 일부 지역에만 매장 300여 개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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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앤아웃 버거 서울 강남 팝업스토어에서 판매한 더블더블 버거 애니멀 스타일

이날 한국 팝업스토어에서 판매된 버거 역시 ‘냉장’ 패티 철학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에서 패티에 사용하는 동급의 미국산 소고기를 국내에서 조달했다. 에릭 총괄 매니저와 함께 한국에 20일 도착한 미국 인앤아웃 본사 출신 주방 조리사들이 국내에서 직접 패티를 만들었다. 미국 본토의 맛 재현을 위해 꼭 필요한 치즈는 국내에서 구할 수 없어 미국에서 공수했다.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20대 유모씨는 “미국 여행에서 먹었던 맛과 똑같다”면서 “3시간을 기다려 먹은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소비자들을 위한 편의성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앤아웃 측은 “카드 사용은 안 된다.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고 공지했다.SNS나 신문 광고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사항이라 현금 없이 대기줄에 서 있던 고객들은 줄을 이탈해 현금을 뽑아왔으며 근처 ATM기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현금을 갖고 다니냐. 고객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현금 결제만 가능한 이유에 대해 묻자 인앤아웃 측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관련업계는 인앤아웃 버거의 팝업스토어 행사가 국내 직접 진출보다 단기 행사 성격이 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인앤아웃 버거는 앞서 2012년과 2015년에도 강남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한정 판매 행사를 진행했다. 특허청 원칙에 따라 국내에서 상표권을 등록해 놓고 3년 이내에 상표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불사용취소제도로 소멸될 수 있기 때문에 상표권 실적을 올리기 위한 반짝 행사라는 지적이다.

동효정기자 vivid@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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