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칸(프랑스)=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21일(현지시각)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는 영화 ‘기생충’의 공식 상영회가 진행됐다. 전세계 최초로 공개된 ‘기생충’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뤼미에르 극장의 3000석은 ‘기생충’을 보려는 이들로 꽉 찼고, 극장 주변에는 티켓을 구하려는 이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최초로 공개된 ‘기생충’은 그야말로 기대 이상이었다.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의 가족들은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장남 기우(최우식 분)는 우연히 친구의 제안으로 학력을 위조해 박사장(이선균 분) 딸 다혜(정지소 분)의 과외 선생님으로 들어가게 됐다. 이어 기우의 동생 기정(박소담 분)까지 박사장 가족을 속이며 또 다른 과외 선생님으로 들어가게 되고, 두 가족의 얽힌 이야기가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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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팀 봉준호 감독(왼쪽부터), 배우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조여정, 이정은, 이선균, 송강호.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생충’은 코미디부터 묵직한 사회 메시지까지 담으며 ‘봉준호 장르’의 집대성을 보였다. 영화 장면마다 메시지를 내포한 듯한 복선이 설치됐으며, 봉준호 감독의 전작 ‘괴물’과 ‘살인의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장면까지 담겨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배우들의 주고 받는 연기가 이어졌던 장면에서는 관객들의 박수가 나왔고, 다양한 장면에서 웃음이 유발되기도 했다.

약 2시간 30분 간의 상영을 마친 후 뤼미에르 극장은 박수와 함성으로 가득찼다. 영화 상영 후 약 8분 간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상영을 마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등 배우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생충’의 날을 제대로 즐겼다. 무엇보다 이정은과 이선균, 조여정은 눈시울이 촉촉해진 모습으로 감격스런 마음을 드러냈다. 봉준호 감독은 박수를 보내주는 관객들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드는 등 축제를 만끽했다. 특히 송강호의 모습이 스크린에 비춰지자 관객들은 휘파람을 불며 환호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과 ‘설국열차’, ‘옥자’ 등으로 인연을 맺은 틸타 스윈튼도 영화를 함께 본 뒤 박수와 환호를 보내 훈훈한 우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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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팀.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끊임없이 이어지는 박수에 조여정과 이정은, 박소담, 최우식 등 칸을 처음으로 찾은 배우들은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지만 기쁨의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송강호는 관객들의 박수를 자신만의 리듬으로 새롭게 변주시켜 유쾌함을 더했다. 봉준호 감독은 “감사합니다. 밤이 늦었으니 집으로 돌아갑시다. 레츠 고 홈, 땡큐!”라는 말을 전하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관객들은 한참 후에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며 여운을 드러냈다.

특별한 해외의 평도 이어졌다. 칸 영화제 부집행위원장 크리스티앙 쥰은 “‘기생충’은 올해 초청작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라 밝혔다. 한 프랑스 기자는 “웃기고, 무섭고, 똑똑하고 칸의 영화 중 제일 베스트 중에 하나다”고 소감을 말했으며, 또 다른 프랑스 기자 역시 “판타스틱하다. 굉장히 강력한 드라마다. 칸의 영화 중 제일 웃긴 코미디기도 했다.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고 복수에 대한 열망, 이런 것이 있어서 재밌었다”고 전했다.

조심스럽게 수상에 대해 기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미국 LA에서 온 프랑스 출신 영화 관계자는 “상을 받을 것 같다”면서 “본 작품 중 테렌스 말릭과 봉준호의 영화가 좋았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브라질 Supo Mungam Films의 대표는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이며 봉준호의 모든 트레이드 마크를 갖고 있으면서도 매우 놀랍고, 중요한 주제들을 정말 많이 다루고 있다”며 “강렬한 작품이자 걸작이다”고 밝혔다.

이에 다섯번째 칸의 초청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을 지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송강호부터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등 배우들 역시 호연을 이어갔기에 배우 수상에 대한 성과도 기대할 만 하다. 봉준호 감독의 수상 여부에 대해서는 오는 25일 진행되는 폐막식에서 공개된다.

true@sportsseoul.com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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