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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첫 술에 배부르겠습니까.”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데뷔전을 지난 19일 대구에서 치렀다. 지난 14일 공식 선임됐으니 선수단과 손발을 맞춰볼 시간은 고작 나흘 남짓이었다. “내가 마술사는 아니다. 짧은 기간에 큰 기대는 안 한다”던 그의 말처럼, 결과에도 큰 반전은 없었다. 올 시즌 홈에서 무패 행진 중인 대구FC를 상대로 1-2로 패했다. 시즌 성적 1승3무8패(승점6)으로 여전히 순위표 최하위를 지키고 있다.
내심 바랐던 첫 승 신고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그러나 ‘패장’이 된 사령탑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결과를 가져오지 못해 아쉽지만,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모습이 보여 고무적이었다. 내용 없이 지진 않았다. 득점을 만드는 장면을 보면 이전 경기와는 확실히 달랐다”며 오히려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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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내용을 들여다 보면 배경이 읽힌다. 당시 인천은 김진야가 골라인 직전에서 올린 날카로운 크로스를 문창진이 반박자 빠른 발리슛으로 마무리, 후반 12분 동점포를 뽑아냈다. 우선 외국인 스트라이커 스테판 무고사가 득점 주인공이 아니었다는 게 소득이다. 인천은 올 시즌 12경기 5득점으로 이 부문에서도 11위 성남(10득점)과 큰 차이를 보이는 리그 꼴찌다. 무고사에 의존한 단조로운 공격 루트가 대표적인 한계로 지적된다. 2018시즌 인천은 38경기를 치르며 총 55득점을 올렸는데, 그중 19점을 무고사가 책임졌다. 외인 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부상 및 부진이 겹치다 보니 시즌 초부터 고난의 행군을 해야 했다. 인천 입장에서는 토종 공격진이 합작해 새로운 공격 루트를 만들었다는 게 긍정적이다.
올림픽대표팀 출신 문창진도 긴 침묵을 깼다. 포항 스틸러스, 강원FC를 거친 문창진은 못 다 이룬 공격의 꿈을 품고 올해 인천으로 이적했다. 2선에서 최전방을 지원하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주 역할이다. 그러나 개막전을 치른 뒤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며 8라운드에서야 뒤늦게 시즌 출발선에 섰다. 5경기에 출전하며 공격포인트를 하나도 쌓지 못했지만, 마침내 마수걸이 골을 터뜨리며 기지개를 켰다. 인천은 2라운드 경남FC전 이후로 내내 골맛을 보지 못한 상태였다. 이 득점으로 마침내 리그 7경기 무득점도 탈출했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평가 속, 유상철 감독의 희망에는 이유가 있다. 실전을 통해 보완점이 더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수비 라인에서 중앙 공백이 있었다. 부상자들이 복귀하는 시기이니 나아질 것으로 본다. 역습 시 공격 전환되는 게 아직도 미흡하다. 훈련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며 “현재 순위는 꼴찌이나, 중위권까지는 다들 비슷한 상황이다. 감독이 바뀌었으니 우리에겐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다”고 기대했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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