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성 핏투게더 대표
웨어러블 EPTS를 국내에 도입한 핏투게더 윤진성 대표. 이용수기자.

‘폴인풋볼’은 축구에 ‘푹’ 빠진 축구 산업 종사자들을 만나는 코너입니다. 축구에 매료돼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편집자주>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침대만 과학이 아니다. 축구도 이제 과학이다. 최근 첨단화되는 과학을 응용한 기술이 축구산업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선수의 훈련, 활동량, 부상 등을 수치로 변환해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축구 과학의 대표적인 첫 걸음은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올린 ‘전차군단’ 독일이었다. 독일은 훈련 시스템에 웨어러블 EPTS(Electronic Performance & Tracking Systems)를 도입하면서 최고의 경기력으로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축구 과학 도입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독일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축구 과학의 중요성은 높아졌다.

최근 몇년 사이 한국 축구도 관련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발걸음을 떼고 있다. 특히나 한국이 IT기술 경쟁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기에 축구 산업에 뛰어드려는 움직임도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스타트업 ‘핏투게더’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생소한 분야에 먼저 도전했다. 핏투게더 윤진성 대표는 벤처기업 대표로서 성공만이 아닌 한국 축구의 발전을 함께 도모하며 축구인들의 시선을 바꾸고 있다.

핏투게더
핏투게더에서 개발한 EPTS 장비 ‘오 코치’. 이용수기자

◇핏투게더 대표 모델 ‘오코치(OhCoach)’

윤진성 대표가 개발해 상용화한 웨어러블 장비는 ‘오코치’라고 불리는 제품이다. 핏투게더는 최근 몇년간 K리그 팀과 계약을 맺고 웨어러블 EPTS 시장을 넓혔다. 이번 시즌에는 프로축구연맹과 계약하며 프로 17팀과 프로 유스 전 구단에 GPS 디바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코치’는 훈련 및 경기에서 선수들 등의 포켓에 장착돼 각 개인의 운동 능력을 수치화하고 있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는 지도자들이 활용하기 편하도록 서비스된다. 선수의 성장도, 피로도 등을 수치로 보여주면서 수십명의 선수들을 추적 관리하기 쉽게 해준다. 특히 지도자가 시행한 훈련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추적 관리할 수 있다.

“성인 팀에만 적용됐던 것들을 올해부터는 축구를 시작하는 어린 나이부터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K리그와 EPTS 파트너십을 맺어 전 구단의 18세 이하(U-18), 15세 이하(U-15) 팀 등에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선수들의 5~10년 성장 데이터를 모아 단일 계층 안에 어떤 특성을 가진 선수들이 존재하는지 정량적인 평가를 할 수 있도록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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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성 핏투게더 대표가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용수기자

◇긍정적인 현장 지도자들의 반응…“마음만 열면 활용하기 나름”

사실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문화가 바뀌진 않는다. 기술도 시기를 잘 만나야 활용될 수 있다. 이런 부분이 신기술의 위험 요소다. 그러나 현장 지도자들은 긍정적으로 EPTS 기술을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젊은 지도자들의 반응이 좋다. 윤진성 대표는 “프로축구연맹에서 교육했는데 ‘유익했다’는 평가를 했다. 지도자들이 ‘어떻게 분석하느냐’ ‘이 지표는 어떤 것을 의미하느냐’ 등 세세한 부분까지 관심 갖고 물어본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핏투게더에 합류한 김태륭 풋볼디렉터는 과학 기술과 현장의 목소리를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김태륭 팀장이 단장을 맡은 재활 전문 독립구단인 TNT 핏투게더 FC에서 관련 기술을 테스트,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김 팀장은 “유럽은 자료를 주면 담당 팀이 분석해서 활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귀찮아 해서 솔루션까지 해준다. 예를 들어 ‘미드필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이렇게 훈련하는 게 어떻냐’고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장 지도자들이 데이터를 활용하면 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데이터가 있으면 훈련 중 문제가 보이는 선수에게 말하기 쉽다. 눈으로 봐서 애매한 선수에게 물어보면 ‘괜찮다’고 그런다. 뛰고 싶어 부상을 숨기는 것이다. 하지만 지도자가 데이터를 내밀며 설득하면 선수가 납득하기 쉬울 것”이라며 “지도자들이 ‘우리팀에 효과적으로 써보겠다’고 마음만 열면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 대표 역시 “지도자들에게 지표를 어떻게 사용할지 지속적으로 세미나를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파 EPTS 인증
FIFA EPTS 인증을 받은 핏투게더. 출처 | FIFA 홈페이지 캡처

◇아시아 유일 FIFA 인증 EPTS 업체 ‘핏투게더’

핏투게더는 알려진 바와 같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IMS(International Match Standard) 인증을 받은 6개 기업 중 하나다. 전세계 EPTS 업체 중 네 번째로 FIFA의 인증을 받았다. 비유럽 국가로 따지면 유일하다. 윤 대표는 “규제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 선두주자의 입장이다. 우리 자체적으로 웨어러블 데이터나 기술들이 스포츠에서 효용이 크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FIFA 인증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라며 “제조 과정의 인증, 경영 상태, 장비가 선수에게 위해하지 않는지 등 모두 인증 받았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유일 FIFA 인증 EPTS 업체인 핏투게더는 유럽 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하고 있다. 윤 대표는 “FIFA 인증을 받은 6개 회사가 비슷하지만 우리는 팀 구성에 강점이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을 광범위하게 개발한다. 한국은 ICT(정보통신기술) 산업과 제조업이 발전하면서 융·복합적인 산업을 이끌 수 있는 인재와 기반이 마련돼 있다. 편향적인 성향을 지닌 일부 유럽 국가와 달리 우리는 스포츠, 축구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그래서 김태륭 TNT 핏투게더 FC 단장을 비롯 FC서울 전력분석관 출신을 영입했다”며 자랑했다.

축구 과학 분야 자체가 출발선에 있기에 6개 기업이 내놓은 제품은 모두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렇기에 윤 대표는 승부처로 ‘친화적인 사용자 서비스’를 내걸고 있다. 윤 대표는 “하드웨어적인 중요성보다 ‘현장에서 어떻게 지도자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느냐’에 집중하고 있다. 현장을 계속 방문하며 데이터를 활용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우리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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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성 핏투게더 대표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끝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용수기자

◇핏투게더의 탄생, 축구가 좋아서…

포스텍(포항공대) 출신인 윤진성 대표는 기계공학 박사 과정을 밟던 중 바이오헬스케어 연구실의 선배가 창업한 회사에서 몸담았다. 평소 피트니스 및 스포츠 관련 사업을 하고 싶었던 윤 대표는 지난 2017년 3월 평소 친구들과 축구 게임하며 구상했던 것을 현실화 시켜 창업했다. 2015년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간 윤 대표는 재활 전문 독립구단인 TNT를 운영하는 김태륭 단장을 찾아갔다. 윤 대표는 “껍데기도 없는 어설픈 회로를 가지고 찾아갔다. 한 번만 시연해달라고 부탁해서 연을 맺었다. 이 과정을 거쳐 제품화를 시켜도 좋다고 생각한 게 2017년”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아시아 유일의 FIFA 인증 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친구들끼리 축구 산업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한 계기는 윤 대표와 동업자들 모두가 축구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다들 축구를 좋아했다. 또 축구가 스포츠산업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우리의 흥미와 산업적인 요소를 고려했을 때 축구가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며 “사실 내가 축구하다가 양 아킬레스건이 다 끊어질 정도로 축구를 좋아한다. ‘피지컬 데이터를 잘 모았다면 부상을 방지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있다. 재활 과정에서도 개인이 재활하면 70대 노인이 받는 것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한다. 개인화돼 있지 않고 뭉뚱그려 표준화했기에 그런 것이다. 개인의 누적 데이터를 모으면 훨씬 효율성 있게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서 웨어러블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EPTS 회사로서 큰 꿈도 가지고 있었다. FIFA 주관 대회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윤 대표는 “사실 사업적인 측면에서 대회에 우리 기술이 참여하는 건 큰 메리트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축구의 문화적인 발전, 데이터의 활용가치를 넓히는 과정에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윤 대표는 한국 축구의 성장에 많은 부분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어린 연령의 선수부터 프로까지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선수 평가 육성 지표들을 구축해 활용하려 한다. 스포츠 데이터의 혁신을 진행하는 세계 첫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면서 “웨어러블 축구 시장에서 선도할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다. 2년 안에 글로벌 3위 안에 드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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