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류현진이 20일(한국시간)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와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캡처 | LA다저스 트위터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원정 경기임에도 구속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홈에서 던지듯 흔들림없이 위기를 돌파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장소와 상대를 가리지 않으며 등판 간격에 관계없이 최상의 경기력을 뽐낸다. LA 다저스 류현진(32)의 진짜 전성기는 지금이다.

누구나 마주하는 ‘기복’이란 두 글자를 깨끗하게 지워나가고 있다. 2018시즌부터 1점대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고 지난 2일 샌프란시스코전 1회말에 실점한 후 20일 신시내티전까지 31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다. 류현진은 대표적인 타자친화형 구장으로 꼽히는 신시내티의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3경기에 등판해 방어율 5.06으로 부진했으나 모두 과거형에 불과했다.

이제 류현진은 원정경기에서 고전하고 직구 구속 80마일 후반대(140㎞대 초중반)에 머무는 투수가 아니다. 실제로 류현진은 지난 워싱턴전과 신시내티전에서 모두 투구수 70개를 넘긴 시점에서도 최고구속에 가까운 숫자를 찍었다. 워싱턴전에선 8회초 마지막 타자인 마이클 타일러에게 92마일(약 148㎞), 신시내티전에선 6회초 야시엘 푸이그에게 93마일(약 150㎞)짜리 직구를 구사했다. 등판 간격이 4일이 되든 6일이 되든 마운드를 굳건히 지킨다. 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았던 2013시즌보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건강한 몸으로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

시련을 통해 더 강해졌다. 올시즌부터 다저스 소속으로 지근거리서 류현진을 돕고 있는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는 “올해 직접 빅리그 일정을 체험해보니 우리나라와는 다른 점이 많다. 휴식일도 적고 원정 일정도 만만치 않다. 비행기로 장시간을 이동하는데 이에 따른 피로가 상당하다”면서 “하지만 현진이는 빅리그 7년차라 그런지 힘들지 않게 원정이동을 소화하더라. 구단에서도 팀의 중심 선발투수인 만큼 특별 관리를 허락해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2015년 류현진이 왼쪽 어깨수술을 받은 것을 떠올리며 “사실 현진이 뿐만 아니라 여기서 뛰는 동양인 투수들 대다수가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다르빗슈와 다나카도 부상을 경험하지 않았나. 이들 모두 자국 무대에서는 완급조절을 하면서 힘을 비축하는 투구를 했다. 그러나 여기선 그렇게 할 수 없다. 1회부터 전력을 다해야 한다. 게다가 일정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과정에서 몸에 탈이 나고 수술대에 오른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김 코치는 어깨 수술이 류현진에게 도약의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처음 류현진을 만난 2008 베이징 올림픽과 지금 류현진의 몸상태를 비교하면 지금이 훨씬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베이징 올림픽 당시 현진이는 그냥 공 좋은 선수, 야구만 잘 하는 선수였다. 이제는 야구를 잘 하면서도 영리해진 선수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당시는 몸에 대한 소중함을 몰랐지만 이제는 건강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건강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선수가 됐다.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성숙해졌다. 메이저리거 답게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한다”고 분석한 뒤 “신체적으로 류현진의 전성기는 지금이다. 11년 전보다 근육량 등에서 월등히 앞서 있다. 사실상 현재 현진이는 동양인의 신체라고 할 수 없다. 여기에 있는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다를 게 없는 신체”라고 힘줘 말했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또한 지난 2월 중순 스프링캠프 시작일부터 “류현진이 점점 더 좋은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수술 후 재활하면서 매년 체지방이 줄고 근육량이 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완벽하게 시즌을 준비한 류현진을 향해 밝은 미소를 지었다.

최고 무대에서 기량을 향상시키며 30대에 세계 최고 투수로 우뚝 서고 있는 류현진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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