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시즌 6승째를 따낸 LA다저스 류현진.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데이터를 통한 분석에서도 세계 최정상을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류현진(32·LA다저스)의 변화무쌍한 볼 배합은 단연 돋보인다. 올 시즌 쾌속 질주의 확실한 동력이기도 하다. 미국 주요 언론은 류현진의 올 시즌 투구를 1990년대 애틀랜타에서 뛴 ‘제구의 황제’ 그렉 매덕스와 견주면서 호평하고 있다.

20일(한국시간)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원정 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 시즌 6승(1패)째를 따낸 류현진은 이날 역시 팔색조 투구로 상대 타자를 요리했다. KBO리그 신인 시절부터 다양한 변화구와 제구력만큼은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은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선 노련미까지 더해져 상대 타자의 약점과 심리까지 흔들고 있다. 이날 역시 교묘한 볼배합으로 눈길을 끌었다. 포심과 투심, 커터, 패스트볼을 골고루 뿌렸고 체인지업과 커브로 타이밍을 빼앗았다. 포심과 투심 등 직구 구종을 37개, 컷패스트볼 24개, 체인지업 19개, 커브 8개 등 88개의 공을 던졌는데 지난 시즌까지 4구종이었던 컷패스트볼 비중이 체인지업보다 커졌으면서도 칼날 제구가 뒤따른 게 인상적이었다. 3회 1사 2루 위기에서 조이 보토를 체인지업으로 범타 처리한 뒤 에우제니오 수아레즈에게 몸쪽 컷패스트볼을 던져 내야땅볼을 유도했고 4회 2사 2루에서도 호세 페라자에게 컷패스트볼을 낮게 뿌려 3루 땅볼로 잡는 등 득점권 주자를 묶는 데 효율적이었다. 올 시즌 류현진의 득점권 피안타율은 0(23타수 무안타 1볼넷)이다.

컷패스트볼은 포심 패스트볼과 비교해서 힘 조절에 유리할 수 있지만 제구가 잘 안 되면 타자에게 쉽게 얻어맞을 수 있다. 류현진이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는 아니지만 뛰어난 야구 지능을 바탕으로 볼배합과 제구력을 앞세워 4구종마저 확실한 무기로 완성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피처빌리티(pitchability)’의 본보기로 거듭난 것이다.

이는 볼넷당 삼진 비율에서도 압도적인 수치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볼넷 1개를 내줬지만 14.75(삼진 59개, 볼넷 4개)로 2위인 카를로스 카라스코(클리블랜드·8.86)와 격차가 크다. 메이저리그 진출 초기였던 2013~2014년만 하더라도 각각 3.14, 4.79에 불과했다. 우선 볼넷 허용률 자체가 지난 시즌 4.6%에서 올 시즌 현재까지 1.9%로 떨어졌다. 변화무쌍한 구종을 앞세워 평소 약했던 좌타자까지 완벽하게 사냥하면서 볼넷 비율이 줄었고 삼진이 늘고 있다. 이닝별 방어율을 보면 상대 타자의 당일 컨디션과 스타일을 익히는 1회와 힘이 조금씩 빠지는 6회엔 4점대이나 2~5이닝은 모두 0~1점대다. 특히 2회와 5회는 방어율 0 행진을 달리고 있는데 그만큼 흐름과 상대 의도를 확실하게 읽고 승부처에서 위력투를 뽐내는 류현진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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