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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 퀸’에 오른 최혜진(20·롯데)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진출 시계가 빨라질 것인가.
최혜진은 28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파72·6610야드)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크리스 F&C 제41회 KLPGA 챔피언십’ 우승 직후 LPGA 조기 진출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조기 진출 얘기가 나온 건 아마추어 시절부터 남다른 재능을 뽐낸 그만의 현실적인 고민 때문이다. 최혜진은 10대 시절부터 ‘프로 잡는 아마추어’ 소리를 들어왔다.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골프 여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그는 2017년 만 18세에 아마추어 신분으로 US여자오픈에 참가해 깜짝 준우승, 현장에서 관전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KLPGA 투어에서도 1999년 임선욱 이후 19년 만에 아마추어로는 시즌 2승을 달성했다. 그해 프로로 전향한 그는 지난해 역시 2승과 더불어 신인상, 대상을 휩쓸면서 10대에 사실상 한국에서 이룰 것을 다 이룬 자가 됐다.
올해 최혜진은 더욱 성숙한 기량으로 자신이 꿈꿔온 LPGA 진출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그러나 초반 4개 대회에서 한 차례 ‘톱10’을 달성했을 뿐 우승권에 근접하진 못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고 한 해 많은 대회가 남아있지만 최혜진이기에 ‘프로 2년 차 징크스’라는 말이 나왔다. 그만큼 최혜진은 ‘당연히 우승권에서 놀아야 한다’는 기대치가 형성된 것이다. KLPGA를 대표하는 간판 자리에 앉았지만 최혜진은 이제 갓 스무살이다. 정상급 기량의 선수임엔 틀림이 없지만 모든 것을 제어할 만한 멘탈면에서는 어린 선수다. 그는 KLPGA 챔피언십 우승 이후 “성적도 성적이나, 작년보다 올해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꼈다. 욕심도 더 많이 냈다. 그런데 경기를 할 때마다 흔들린다고 느꼈다. 올해 과연 끝까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더라”고 시즌 초반의 마음을 고백했다. 최혜진은 분명 대선수의 자질을 갖고 있었다. 이번 대회 직전 하와이에서 열린 롯데 챔피언십에 초청 선수로 참가해 모처럼 자신만의 경기에 집중했다. LPGA에 진출한 선배들로부터 조언도 구하면서 ‘힐링’했다. 공동 5위 성적으로 자신감을 찾은 그는 일주일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메이저 퀸으로 거듭난 것이다. 그것도 18번 홀에서 2m가 채 안되는 파 퍼트 실수로 박소연과 연장 승부로 갔고, 연장 티샷이 벙커에 빠지면서 최대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신들린 벙커샷으로 버디를 잡으면서 기어코 우승까지 해냈다. 평소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던 그도 박소영 코치와 껴앉은 뒤 펑펑 울었다.
최혜진은 “하와이에 다녀오기 전엔 내 샷의 불안감이 있었다. 하와이에선 주변 신경쓸 일도 없고 오로지 내 플레이만 하니까 감을 찾았다”며 “특히 퍼트할 때 공만 보고 끝까지 치자는 생각을 했다. 감이 괜찮은 것 같아서 내 스타일로 만들어보자고 연습했다”면서 시즌 중 미국행이 전환점이 됐음을 밝혔다. 자연스럽게 LPGA 조기 진출 얘기가 나왔다. 주변의 기대치가 워낙 높은만큼 이르게 해외 투어에 도전하는 게 어떠냐는 얘기다. 그는 “일단 국내에서 잘하는 게 올해 목표다. 기회가 되면 해외 투어를 가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올 한 해를 잘 보내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톱10에 들면 좋은 성적을 낸 건데 다른 사람 눈엔 아닌 것 같아서 부담을 느낄 때도 있다. 어떻게 보면 내 기대치가 높은 것 같아서 더 노력해야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즉, 올 시즌 역시 지난해에 이어 다관왕에 성공하면 LPGA 진출 시기를 당길 수 있다는 뜻을 보였다. 더구나 장하나, 김효주, 전인지, 고진영, 이정은 등 지난해 최혜진 수상 전까지 KLPGA 대상 주인공이 된 이들은 모조리 LPGA로 향했다. 또 아시안게임을 경험한 최혜진이 태극마크를 달고 꿈꾸는 다음 목표는 올림픽이다. 올림픽에 자력으로 참가하려면 세계랭킹 15위 이내에 들어야 한다. 최혜진은 현재 28위에 매겨져 있는데,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 꿈을 꾸려면 조기 LPGA행이 유리할 수 있다. 그는 올해 KLPGA에서 가장 탐나는 상을 묻자 “한 해 꾸준히 잘해야 받을 수 있는 상이 평균 타수상이니 가장 욕심이 난다”고 했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꾸준함, 그의 LPGA행 시계가 빨라지는 기준점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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