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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외식전문 기업 골든게이트가 운영하는 한국음식점 고기하우스 전경  제공 | 베한타임스

베트남의 한류(韓流) 열풍은 매우 구조적이며 탄탄하다.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가 좋다보니 한류는 베트남 사회 전반에 걸쳐 폭넓게 전파되고 있다. 베트남은 1억명에 육박하는 인구와 7%대의 경제성장률을 앞세워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을 휩쓸고 있는 한류 열풍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정체된 한국경제가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포츠서울이 4회에 걸쳐 베트남 한류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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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분식점 하누리는 베트남 현지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제공 | 베한타임스

[호치민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정진구]한국상권과 거리가 먼 호치민시 3군 지역에 ‘하누리’라는 한국식 분식점이 있다. 베트남 로컬 시장에 자리잡은 이 분식점은 평일 저녁에도 많은 베트남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매장 벽면에는 KPOP 아이돌 사진부터 서울 시내 사진이 곳곳에 붙어있다. 한국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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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떡볶이  제공 | 베한타임스

이곳의 메뉴는 떡볶이, 김밥, 양념통닭, 비빔밥, 김치볶음밥까지 한국 분식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언뜻보기에 고등학생도 안돼 보이는 어린 베트남 10대들이 고추장이 듬뿍 들어간 매운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이처럼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베트남 10대들의 접근이 가능한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대부분의 메뉴가 3만동~5만동(한화 약 1500원~2500원) 정도다. 베트남인들이 즐겨먹는 쌀국수 가격이 4만동 정도니 하누리의 가격정책은 철저하게 현지화돼있다고 볼 수 있다.

하누리를 자주 찾는다는 고등학생 브엉티후엔은 “떡볶이는 내가 아는 가장 유명한 한국음식이다. 조금 맵지만 달콤해서 좋아한다”며 “이곳보다는 비싸지만 가끔 떡볶이 전문점을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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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한국식 분식점 하누리의 메뉴판. 제육볶음, 불고기덮밥, 찜닭, 김치볶음밥 등 다양한 한식을 제공한다.  제공 | 베한타임스

◇ 베트남의 K푸드 대중화

베트남에 불고 있는 한류는 K푸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KPOP 뮤직비디오나 드라마, 영화에 나왔던 한국음식은 곧바로 화제가 된다. 베트남 중산층 이상은 갈비, 불고기 등 한국식 바베큐 요리도 즐겨 먹는다. 돌판에 김치를 깔고 삼겹살을 굽는 베트남인들은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베트남 최대 경제도시인 호치민시에만 한국식당이 수백 곳은 될 것으로 추산된다. 한인타운이 형성된 푸미흥 지역에 집중적으로 모여있지만 한인들의 왕래가 적은 지역에도 한글 간판을 단 식당들이 적지 않다. 어떤 곳은 1년도 안돼 문을 닫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한식당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베트남에서 한국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한인들만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베트남의 최대 외식전문기업인 ‘골든게이트’와 ‘레드썬’은 나란히 한국음식 프랜차이즈화에 성공했다. 골든게이트는 ‘고기하우스’, 레드썬은 ‘킹BBQ’를 운영하고 있다. 간판부터 한글이 사용된 이곳은 영락없는 한국의 고깃집 분위기다. 메인 메뉴는 물론 밑반찬까지도 철저하게 한국화해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물론 입맛 까다로운 일부 한인들 사이에서는 어설픈 흉내내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국내에서 짜장면이 중식당의 대표 메뉴로 자리잡은 것처럼 한국음식이 현지화하는 과정으로 본다면 이해할 만한 수준이다. 베트남 기업이 운영하는 한국 음식점들은 한인들이 운영하는 고깃집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K푸드를 즐기는 베트남인들을 공략하고 있다. K푸드를 앞세운 한류 마케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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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외식전문기업 레드썬이 운영하는 한국음식점 바베큐킹  제공 | 베한타임스

◇ 베트남 마트까지 점령한 한국 식품

식당가 뿐만이 아니다. 베트남 전역의 식료품점에서 한국식품의 인기는 단연 최고다. 라면과 스낵류는 베트남 소비자들의 입맛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오뚜기, 농심, 오리온, 팔도 등 유명 식품회사 제품이 대거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45세의 은행원 쩐티린씨는 “라면은 무조건 한국 라면을 사먹는다. 조금 비싸긴해도 베트남 라면보다 훨씬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 세운다.

한국 농산물 역시 K푸드 열풍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배와 딸기, 인삼, 버섯 등은 베트남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가격은 높지만 오히려 맛좋고 안전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쌓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료에 따르면 2007년 불과 4900만 달러 수준이었던 한국 농산물의 대 베트남 수출은 지난해 전반기에만 6억달러를 넘어섰다.

<베한타임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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