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 언팩 2019_고동진 대표이사 (1)
지난 2월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센터에서 진행된 ‘삼성 갤럭시 언팩 2019’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이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를 소개하고 있다.  제공 | 삼성전자.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 삼성전자가 스크린 결함 논란을 빚은 ‘갤럭시 폴드’의 출시를 결국 미루기로 했다. 과거 2016년 발생한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와 같은 품질 이슈를 더이상 재현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당초 삼성전자는 오는 26일 미국을 비롯해 다음달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 첫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를 선보일 계획이었다. 한국에는 다음달 중순경 5G 버전의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었으나 이 모든 계획이 잠정 연기됐다.

삼성전자는 23일 자사 뉴스룸 홈페이지를 통해 “초기 리뷰 과정에서 가능성과 잠재력을 인정받았으나, 일부 제품 관련 이슈가 발견됐다”면서 “내부 테스트 결과,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갤럭시 폴드 출시를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주말 미국 주요 IT매체들은 최근 삼성전자의 접히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 리뷰용 제품에서 화면이 깨지거나 깜빡거리는 등 결함이 발견됐다며 잇따라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문제가 됐던 제품을 회수해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문제 원인에 대해 삼성 측은 외부 충격이 가해져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내리면서도 보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출시를 연기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수한 제품을 검사해보니 접히는 부분의 상·하단 디스플레이 노출부 충격과 이물질에 의한 디스플레이 손상 현상이 발견됐다”면서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디스플레이 손상 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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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의 마크 거만 기자가 올린 갤럭시폴드 문제 사진. 제품을 펼쳤을 때 한쪽 화면은 블랙아웃돼 작동하지 않는 상태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겨우 이틀만에 갤럭시폴드는 완전히 고장났다”며 “삼성전자에서는 스크린 상 보호필름을 제거하고 사용하면 안된다고 설명했지만 이에 대한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번 삼성의 연기 결정은 3년 전인 지난 2016년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 사태와 유사하다. 다만 문제가 커지기 전 결정을 보다 빨리했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다.

당시 갤럭시노트7이 출시된 이후 기기에서 불이 났다는 등 사용자들의 제보가 이어졌지만 삼성전자는 기기 자체 결함이 아니라면서 문제를 제기한 사용자들을 블랙컨슈머로 몰았다. 하지만 교환된 새 제품에서도 비슷한 발화 현상이 잇따라 발생했고, 처음에 삼성은 일부 협력사 제품의 배터리 문제라고 책임 회피를 했다가 다른 업체들의 제품에서도 발화 문제가 생기자, 결국 회사 측은 과실을 인정했다. 삼성전자는 이 문제로 갤럭시노트7 생산을 중단했고 리콜부터 재고 처리까지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됐다. 초기 성급한 판단으로, 혁신 선구자로서의 이미지는커녕, 소비자 신뢰까지 모두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이번 사례도 3년 전과 비슷하다. 갤럭시 폴드 미국 출시를 앞두고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일부 주요 취재진들에게 리뷰용 제품을 배포했는데, 사용한 지 1~2일 만에 화면이 깨지고, 꺼지는 등 고장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화면 보호막(보호 필름)을 벗겨서 생긴 문제”라며 사용자 문제로 돌렸다. 사전에 보호필름을 벗기지 말라고 안내도 했는데 이를 무시하고 뜯어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보호 필름을 벗기지 않은 제품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두고 여론이 악화되자 제품 회수에 들어갔고, 결국 연기로 가닥을 잡았다.

삼성전자로서는 출시 일정을 미루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제품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기에 기존에 없던 폴더블 폰을 앞세워 혁신 폼팩터를 이끌겠다는 그간의 목표가 꺾이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 발화 사태 때로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결정이 최선이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와 주요 외신은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로서의 브랜드 이미지에는 타격을 입었지만 더 큰 불상사를 막기 위한 올바른 조치라고 평가했다.

미국 IT 업체 더 버지는 22일(현지시간) “이번 출시 연기는 적절한 결정”이라면서 “부서지기 쉬운 제품을 출시하면 삼성전자의 명성 뿐 아니라 폴더블 스마트폰 카테고리 자체에 손상을 줬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폰 아레나는 “화웨이, 모토로라 등 폴더블 폰을 준비하고 있는 제조사들도 이번 스크린 결함 이슈에 대한 삼성의 대응을 보고 배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구체적 출시 시점은 공지하지 않았지만 늦어도 5∼6월에는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제품 설계 등 문제점을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만큼 출고가 변동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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