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 \'수비방해라니 너무 억울해\'[포토]
LG 류중일 감독이 27일 2019프로야구 LG트윈스와 SK와이번스의 시즌 두번째 경기 9회초 무사 1,2루에서 완벽한 번트를 댔던 이형종이 1루주루중 쓰리피트 위반 수비방해로 아웃이 선언되고 주자들이 원래위치로 돌아오자 항의하고 있다. 2019.03.27. 문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이대로 혼란에 종지부가 찍힐 수 있을까.

김풍기 심판위원장이 3피트 수비방해 규정과 관련해 지난달 27일 문학 LG-SK전과 지난달 31일 잠실 롯데-LG전의 차이를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1일 심판위원회의 입장을 대표해 엄격해진 3피트 수비방해 규정의 기준이 “타자주자 왼발의 위치”라고 정의했다. 타자주자의 왼발이 3피트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1루 파울라인 위, 혹은 라인 밖에 있으면 정상적인 주루플레이지만 라인 안쪽에 있으면 강화된 규정에 따라 수비방해를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된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지난달 27일 문학 경기에서 LG 이형종은 9회초 무사 1, 2루에서 희생번트를 시도했다. SK 포수 이재원이 타구를 잡아 1루에 송구했고 이형종은 포스아웃, 1루와 2루 주자는 각각 2루와 3루로 진루했다. 그런데 이 순간 심판진은 이형종의 3피트 수비방해를 선언했다. 아웃카운트 하나가 올라갔고 주자들은 1루와 2루로 귀루했다. 이형종이 3피트 라인을 지난 지점에서도 1루 파울라인 안쪽에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형종은 3피트라인 중간 지점을 지난 순간부터 왼발이 라인 위에 자리했다.

4일 후 잠실구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다. 롯데 나종덕은 9회초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를 댔다. 번트 후 1루 파울라인을 따라서 달렸고 포수 유강남의 송구에 의해 1루에서 포스아웃됐다. 만일 엄격해진 3피트 수비방해 규정 기준이 라인 밖이었다면 나종덕 또한 수비방해가 적용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당시 나종덕의 왼발이 라인 위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김 위원장은 “중계화면을 봤고 당시 심판에게도 확인을 했다. 카메라 각도 때문에 애매해 보일 수는 있는데 왼발이 라인 위에 있으면 괜찮다. 나종덕은 정상적인 플레이로 본다”고 밝혔다.

이형종이 3피트 수비방해로 아웃된 다음날인 지난 28일 LG 류중일 감독은 수비방해를 적용받지 않는 기준이 라인 밖이라고 했다. 류 감독은 “심판진이 3피트 시작점에서 왼발이 라인 안쪽에 있으면 수비방해, 바깥쪽에 있으면 정상적인 주루플레이라고 했다”고 전날 경기 중 심판진에게 들은 설명을 전달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에 따르면 왼발이 라인 위에 있어도 수비방해가 적용되지 않는다. 류 감독에게 1일 전날 나종덕 희생번트 상황에 대해 묻자 “1루 더그아웃에서는 타자주자가 뛰는 위치가 정확히 보이지 않는다. 주자가 뛰는 위치는 포수와 1루수가 가장 잘 보인다. 강남이와 상우에게 물었는데 문제없다고 답하길래 넘어갔다”면서 “라인 위에 있어도 괜찮은 것은 몰랐다. 더블플레이시 슬라이딩 규정처럼 명확한 자료가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여전히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12월 10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앞서 감독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서 김 위원장과 10구단 감독이 함께 했고 2019시즌부터 3피트 수비방해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데 합의했다. 더블플레이시 슬라이딩 규정도 이 자리에서 결정됐다. 김 위원장은 “당시 감독님들이 먼저 3피트 수비방해를 엄격히 적용하자고 요청하셨다. 그리고 2월에 심판들이 각 구단 캠프를 방문해 이 부분을 누누이 강조했다”며 “지난해 KT와 롯데 경기 같은 사건을 방지하고 정상적인 주루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해 감독님들의 주장대로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규정의 전달 방법이다. 더블플레이시 슬라이딩 규정의 경우 KBO에서 각 구단에 영상자료를 전달한 반면 3피트 수비방해 규정은 영상자료가 전무했다. 류 감독이 아쉬움을 표시한 것도 이 부분이다. KBO 관계자는 “슬라이딩 규정 영상은 메이저리그(ML)에서 만든 영상을 각 구단에 배포했다. 그런데 3피트 수비방해 규정에 대한 영상자료는 별도로 준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KBO리그는 3년 전에도 새 규정 적용과 관련해 비슷한 진통을 겪었다. KBO는 2016시즌부터 홈 충돌 규정을 신설했다. 그런데 2016시즌 초반 이를 두고 리그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당시 공식야구 규칙에는 ‘포수가 홈 플레이트를 봉쇄했지만 심판의 판단으로 주자가 원래 아웃이 될 상황이었다면 포수가 해당 주자의 주루를 방해 또는 저지했다고 간주되지 아니한다’고 적혀있다. 그런데 당시 심판위원회는 “아웃이 될 상황보다는 포수의 위치가 중요하다. 포수가 포구하기 전에 포수의 발이 홈플레이트를 막고 있으면 안 된다. 특히 포수가 완전히 공을 잡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홈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 주자는 세이프가 선언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포수들은 3루 주자가 홈으로 향하는 공간을 열어둔 채 수비하고 있다. 처음부터 포수가 홈플레이트를 막는 것을 금지했다면 그리고 더블플레이시 슬라이딩 규정처럼 ML 영상 자료를 각 구단에 전달했다면 혼란을 피할 수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시대다. 움직임을 기준으로 규정을 적용하는 스포츠에선 활자보다는 영상이 이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각 구단은 최근에도 라커룸 TV에 KBO로부터 전달받은 더블플레이시 슬라이딩 규정 영상을 틀고 있다. 3피트 수비방해 규정도 영상으로 제작해 명확히 전달했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도 없었을 것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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