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벤투 감독, 긴장된...표정?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코칭스태프와 함께 그라운드에 도열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3월 친선 경기를 2연승으로 마쳤다. 전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지는 볼리비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로 한국보다 한 수 위인 것으로 평가받는 콜롬비아를 안방에서 연달아 제압, 벤투호는 지난 1월 UAE 아시안컵 8강 탈락에서 벗어나 반전 동력 마련에 성공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평가전의 의미에 맞지 않게 총력전을 펼친 것 아니냐는 견해도 제기하고 있다. 아시안컵 뒤 세대교체가 불가피한 것이 한국 축구의 현실인 만큼 테스트와 전력 배양을 동시에 꾀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뜻이다. 벤투호의 현 상황을 따져보면 총력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해가 간다. 거꾸로 카타르 월드컵이 3년 6개월 뒤에 열린다는 점과 각국의 A매치 트렌드를 보면 ‘승리에 올인’하려 했던 코칭스태프의 구상이 무리수였다는 지적 역시 수긍하게 된다.

◇신뢰 회복 위해선 ‘승리가 답’…다른 선택 없었다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 부진으로 자신에 대한 신뢰를 다소 잃은 상태다. 그는 지난해 9월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아시안컵 직전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까지 3승4무, 무패를 기록했다. 당시에도 베스트일레븐 위주의 보수적인 선수단 운영을 꾸렸으나 친선 경기 결과로 비판적 시선을 정면 돌파했다. 하지만 첫 번째 본고사였던 아시안컵에서 경기력 논란에 시달리다가 카타르와 8강전에서 충격패하면서 뭔가를 증명하진 못했다. 이런 배경을 고려할 때, 아시안컵 이후 처음 열리는 2연전에서 벤투 감독은 무엇보다 승리에 주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기성용과 구자철 등 중원의 두 베테랑이 빠져나갔기 때문에 벤투 감독 입장에서도 기존 선수들을 계속 쓰면서 투톱 활용이나 스리백 전환 등을 선택했다. 선수 기용보다는 전술 운영에서 변화를 줬다는 뜻이다. 만약 이번 2연전에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아시안컵 졸전과 맞물려 자신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었다. 일단 급한 불은 껐다고 봐야 한다. 한국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안방에서 단 두 번을 졌다. 벤투 감독이 온 뒤엔 홈에서 3승2무를 질주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관중석에서, 텔레비전에서 지켜볼 때 확실한 승리를 쟁취해 자신에 대한 시선을 바꿔 놓았다. 향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 행보에 자신감 얻고 해답도 찾았다.

◇27명 뽑았는데, 평가전 의미는 퇴색

국제축구연맹(FIFA)은 각국이 친선 경기를 치를 때 선수 교체 한도를 6명으로 제한한다. 이유가 있다. 교체 한도가 없었던 예전엔 특히 유럽 국가들이 전·후반 대거 교체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후반 시작할 때 필드플레이어 10명을 다 바꾸거나 심지어 골키퍼까지 교체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A매치의 가치를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FIFA가 내린 조치다. 상당수 국가들이 월드컵 예선 등 타이틀이 걸린 경기와 단순 친선 경기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도 사실이다. 이번 콜롬비아도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라다멜 팔카오 등 주포 두 명을 전반에 빼고 시작했다. 두 차례 실수로 두 골을 헌납한 이반 아르볼레다 골키퍼도 이날이 A매치 데뷔전이었다. 같은 날 볼리비아와 싸운 일본은 기존 유럽파 아예 부르지 않은 것에 이어 22일 콜롬비아전 엔트리를 전부 바꿔 테스트를 진행했다. 반면 벤투 감독은 볼리비아전 4명, 콜롬비아전 3명 교체로 다른 행보를 취했다. 국가대표팀에 처음 부른 이강인 백승호를 비롯해 20대 초반 어린 선수들이 대거 벤치를 지켰다. 물론 나상호처럼 기회를 얻은 선수도 있었다. 벤투 감독은 이번 2연전 앞두고 엔트리를 27명으로 확대해서 뽑았으나 정작 활용폭은 좁았다. 과거 박주영 기성용 이청용 등이 A매치 데뷔전 때 풀타임, 손흥민이 45분 소화한 것과 상반되는 것은 사실이다. 9월부터 카타르 월드컵 예선이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벤투 감독이 어떤 방식으로 경쟁의 원리를 작동시킬지 궁금하게 됐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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