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손흥민이 지난 2017년 11월10일 한국-콜롬비아전에서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수원 | 최승섭기자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반갑다, 콜롬비아’

에이스 손흥민이 콜롬비아전을 맞아 득점포 재가동에 나선다. 1년 4개월 전 같은 상대를 맞아 멀티포를 펑펑 터트리고 A매치 필드골 행진을 펼친 적이 있어 이번 콜롬비아전에 대한 기대가 더해진다. ‘손흥민의 시간’이 다시 다가오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2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위 콜롬비아와 올해 두 번째 국내 친선경기를 치른다. 벤투호는 지난 22일 볼리비아전을 1-0으로 이기면서 1월 아시안컵 8강 탈락에서 벗어나 분위기 반전을 이뤘다. 1년 만에 복귀한 권창훈이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고 결승포 주인공 이청용이 베테랑의 가치를 입증했다. 이승우도 오랜 부침을 거쳐 국가대표팀에 연착륙했다.

아쉬운 것은 손흥민의 골 침묵이었다. 그는 볼리비아전에서 3차례에 걸쳐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으나 무슨 일인지 슛이 살짝 살짝 골대를 빗나가 땅을 쳤다. 손흥민 스스로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결국 이번에도 득점에 성공하지 못하고 그라운드를 빠져 나왔다. 그는 볼리비아전 직후 “좋은 기회가 왔는데 못 살렸다. 민폐였고, 선수들에게도 미안하다고 했다”며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공교롭게 벤투 감독 부임 뒤 그의 득점포가 자취를 감췄다. 손흥민이 A매치에서 마지막 골을 터트린 것은 지난해 6월28일 온 국민에 감동을 선물했던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60m 드리블 골이었다. 이후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9월 부임했는데 이상하게 손흥민의 발 끝을 떠난 슛은 골을 외면했다. 9월 코스타리카전, 10월 우루과이전에선 페널티킥을 연달아 찼으나 상대 골키퍼에 전부 막혔다. 아시안컵에선 공격형 미드필더로 보직 변경하면서 좀처럼 골 기회도 잡지 못했다. 이번 볼리비아전을 앞두곤 소속팀 일정이 없어 지난 15일 조기 입국해 컨디션과 시차에 적응했으나 골운이 극도로 따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팬들은 손흥민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토트넘에서 이번 시즌 보여주고 있는 절정의 골 감각, 그리고 볼리비아전에서 공·수에 걸쳐 보여준 폭발적인 움직임 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페이스라면 26일엔 벤투호 합류 9경기 만에 그의 세리머니를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특히 상대가 콜롬비아라는 점이 반갑다. 손흥민은 지난 2017년 11월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평가전에서 전반 11분과 후반 17분 연속골을 넣어 한국의 2-1 승리를 이끈 적이 있다. 2016년 10월6일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와 홈 경기 득점포를 끝으로 1년 1개월간(10경기) 멈췄던 A매치 필드골 행진이 그 경기를 통해 다시 살아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했다. 손흥민은 콜롬비아전 한 달 전인 10월 모로코와 원정 평가전에서도 골을 넣었으나 당시엔 페널티킥 골이었고 한국도 1-3으로 완패해 기분을 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콜롬비아전에선 달랐다. 기존 왼쪽 날개에서 변신해 4-4-2 포메이션의 투톱으로 뛴 손흥민은 멀티골을 쏘면서 ‘히딩크 사태’로 휘청거렸던 대표팀까지 살렸다.

당시 만큼은 아니지만 이번에도 손흥민의 골과 승리가 필요하다. 볼리비아를 이기기는 했으나 상대팀이 약했다. 아시안컵 부진 뒤 신뢰 회복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비록 홈이지만 콜롬비아를 꺾는다면 오는 9월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을 앞두고는 벤투호가 다시 박수를 받는 분위기로 국면이 전환될 수 있다. 콜롬비아전의 중요성이 이처럼 생각보다 크다. 그 속에서 주장 완장까지 차고 나서는 손흥민의 몸놀림을 6만 이상의 관중과 안방의 시청자들이 지켜보게 됐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서 두 골을 넣은 콜롬비아의 ‘골 넣는 수비수’ 예리 미나도 25일 “좋은 선수다. 왼쪽과 오른쪽 가리지 않고 뛸 수 있는 선수여서 주시하고 있다”며 손흥민을 인정했다. 한국과 콜롬비아의 기싸움 중심에 손흥민이 있을 만큼 그의 존재는 각별하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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