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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핸즈 박소연 대표.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 예술 분야 중 유독 대중이 즐기기 어려운 분야가 미술이다. 물론 미술관을 부지런히 다니면서 감상하면 되지만 많은 작품이 부유한 컬렉터의 집으로 들어가 있어 대중들이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좋은 작품을 구매해서 감상하고 싶지만 일반인들이 구매하기에는 그림값이 비싸다.

좋은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대로 판매해 대중들에게 문화를 전파하고 싶다는 생각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비핸즈 박소연(57) 대표다.

비핸즈는 1980~1990년대 디자인 카드와 문구로 대중들에게 사랑받던 기업 바른손카드의 새 이름이다. 바른손카드 창업주 박영춘 회장의 장녀인 박소연 대표는 바른손카드의 핵심가치라 할 수 있는 종이에 기반해 미술문화를 전파하는 새로운 도약을 펼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박 대표가 가장 주력하는 사업은 유명 화가의 원화를 고급판화로 제작하는 ‘아트앤에디션닷컴’이다. 사이트에서 원하는 작품을 선택하면 액자까지 만들어 집으로 배송해준다. 키스 해링, 마크 로스코, 쿠사마 야요이, 김환기, 유영국, 금동원 등 국내외 유명 작가의 1000만~2000만원 상당 원화를 100~200만원의 판화로 즐길 수 있어 조금씩 입소문이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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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화가들의 원작을 판화로 제작하고 있다.

박소연 대표는 아트앤에디션 사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 “기업 ‘바른손’이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 사람들의 생활을 아름답고 격조 있게 도와주는 것을 보았다. 지금에 와서는 대부분 예술이 대중화되었는데 유독 그림만은 그렇지 않다는 걸 느꼈다. 그림은 아직도 대중화되지 못하고 소수 상류층들의 전유물로 남아있다. 그림을 대중들이 보다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 비즈니스가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업을 할 때 사업의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요즘에는 사업의 의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는 박 대표는 “판화 사업이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사업이 아니지만 좋은 작품을 판화로 제작해 대중화한다는 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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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대표.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디자인 카드 사업을 50년 이어온 전통이 있는 만큼 종이와 인쇄에 대한 노하우가 남다르다. 이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유명 미술가의 원작을 판화로 제작하는데 ‘마티프린팅’ 특허 인쇄기술을 통해 유화의 오톨도톨한 질감까지 살려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최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한 이재삼 작가의 목판화 ‘매화’, ‘소나무’ 등은 원작인 목탄화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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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삼 작가 ‘매화’가 판화로 제작됐다.  제공 | 아트앤에디션

뿐만 아니라 사업이 진행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더해지고 있다. 이스라엘 작가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스틸 작업을 종이로 만들어 걸스타인의 극찬을 이끌어냈고, 페인팅을 입체로 제작하는 등 새로운 시도가 눈길을 끈다. 승진이나 개업 등에 난초나 꽃바구니 대신 건네면 좋은 소형 판화 액자도 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그림의 투자가치에 대해 민감하기 때문에 판화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것이 안타깝다는 박 대표는 “소장가치와 환금성에 대해서 물어보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그런 걸 기대하기보다는 그림을 즐기는데 의미를 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박 대표는 “10년 전 판화 사업을 위해 공방을 만들어 시장에 작품을 내놓기 시작한지 이제 3~4년 정도가 됐다. 길게 내다보고 시작한 사업이지만 아직도 극복해야 할 것들이 많다”며 “그림은 어렵고 비싸고 내가 소유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바뀌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문화를 전파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긴 호흡으로 계속 해나가려고 한다. 또 민화를 대중화하는 사업을 준비하다가 멈춰둔 것이 있는데 민화를 통해 한국의 미를 현대화하는 일도 시작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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