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외야에 설치된 중계카메라가 14일 2019프로야구 시범경기 키움과-롯데의 경기를 찍고 있다. 2019.03.14.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방송사들이 시범경기 중계를 포기했다. 그 불똥이 구단에 튀었다. 경기를 보지 못하게 된 팬들의 성화가 구단에 빗발쳤다. 결국 팔을 걷어붙이고 자체 중계에 나섰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구단들이 진땀을 빼고 있다.

LG는 14일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리는 두산과의 홈 시범경기부터 자체중계를 긴급 결정했다. LG 측은 지난 13일 고척 키움전 직후 “14~15일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릴 두산과의 시범경기를 자체 중계한다. 긴급하게 결정됐다”고 밝혔다. 키움 역시 이날 롯데전부터 자체중계를 시작했다. 특히 외야에 카메라를 설치해 기존 자체중계와 다른 시각의 화면도 내보냈다. 키움 구단 관계자는 “영상 제작 업체에서 유튜브 스트리밍 전문업체를 섭외했다. 카메라 스태프 10명 정도를 데려와서 중계했다. 전날 리허설도 했다. 돔구장 특성상 바람도 불지 않고 그래서 외야 펜스 가운데에도 카메라를 놓을 수 있는 등 장점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도 관중석에 2대의 카메라가 설치됐다. 시범경기 홈 개막전이었던 광주 SK전이 중계되지 않자 팬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결국 KIA가 부랴부랴 외주업체에 중계를 의뢰했고 13일부터 부랴부랴 자체 중계에 들어갔다. 동영상 공유사이트를 통해 송출된 KIA의 13일 중계 접속자는 한때 1만명을 훌쩍 넘을 정도로 붐볐다. 한화도 시범경기 홈 2번째 경기부터 자체중계를 했다. 롯데는 상동 NC전 첫 경기부터 자체중계해 팬들의 갈증을 풀어줬다. 그래도 구단의 자체 중계는 대부분 화면과 현장음 정도만 나가는 수준이다.

이천 카메라
14일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LG와 두산의 시범경기에 자체중계가 진행되고 있다. 이천 | 스포츠서울 이환범기자

올해 프로야구 시범경기는 지상파 3사와 이들의 자회사인 케이블 스포츠 채널이 광고 수입 감소 등의 이유로 중계를 하지 않고 있다. 시범경기 중계를 보며 시즌 개막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 마련이고 이는 흥행의 도화선이 됐다. 하지만 광고 영업이 잘 되지 않는 시범경기를 중계하면 적자가 쌓인다는 이유로 방송사들이 외면했다. 겨우내 야구에 목말랐던 팬들은 구단을 성토했고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구단이 울며 겨자먹기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구단 자체 중계로 일단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지난해 5시즌 만에 관중 추이가 감소세로 돌아선데 이어 올시즌에도 시범경기 중계 파행이 흥행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하는 눈치다. 모 구단 관계자는 “팬들의 요청이 너무 많아서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사실 자체 중계를 생각하는 구단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한 구단이 시작하니 너도 나도 하는 그림이 나오게 됐다. 급하게 기술진을 섭외해 중계에 들어갔다. 몇 대의 카메라와 간단한 통신장비를 통해 인터넷으로 중계를 하게 돼 다행이긴 하지만 개막을 코 앞에 두고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 안 그래도 위기라고 하는데 관중이 더 줄어들까봐 걱정”이라고 아쉬워했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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