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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알칸타라(왼쪽)와 윌리엄 쿠에바스(오른쪽)가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KT 스프링캠프에서 위밍업으로 몸을 풀고 있다. 사진제공 | KT 위즈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각 팀 선발진 성패가 외국인투수 2명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시즌만 돌아봐도 외국인투수가 선발 등판한 경기가 500경기가 넘는다. 전체 경기 수인 720경기 중 70% 가량을 외국인투수가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 다가오는 2019시즌에는 외국인투수 20명 중 15명이 새 얼굴이다. 게다가 새 얼굴 중 상당수가 좀처럼 보기 힘든 유형이다. 키움 장정석 감독은 “스프링캠프 평가전과 시범경기에서 상대 외국인 선발투수 파악에 주력해야 할 것 같다. 시즌 초반 혼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인 KT, NC, 키움의 외국인투수만 봐도 흥미롭다. 3팀의 외국인투수 6명 중 키움 제이크 브리검만 KBO리그 경험자다. KT는 윌리엄 쿠에바스와 라울 알칸타라, NC는 드류 루친스키와 에디 버틀러로 각각 외국인 원투펀치를 구성했다. 키움은 에릭 요키시가 브리검과 짝을 이루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쿠에바스와 루친스키, 그리고 요키시의 투구 스타일이다. 셋 다 KBO리그 타자들이 생소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투구를 한다. 스스로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적어도 시즌 초반까지는 순항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쿠에바스는 무려 다섯 가지 구종(포심, 투심, 컷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스프링캠프서 드러난 공의 움직임과 제구력도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KT 관계자는 “쿠에바스는 경기를 설계하면서 투구를 펼칠 정도로 노련하다. 지난해 보스턴 40인 로스터에 포함됐다. 이적료를 지불하고 데려왔다. 그만큼 매력적인 투수”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쿠에바스는 “긴 이닝을 효과적으로 소화하기 위해선 다양한 투구패턴이 필요하다. 가령 7이닝을 목표로 삼으면 나는 타자와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상대할 때마다 볼배합을 다르게 할 수 있다. 특정 구종을 선호하지 않고 상대와 상황에 맞춰 구종을 선택하는 편”이라며 ‘파이브 피치’를 고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NC 루친스키 또한 한국 타자들이 까다롭게 느끼는 무빙 패스트볼을 구사한다. 메이저리그(ML)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Fangraphs.com)에 따르면 루친스키는 지난해 컷패스트볼의 비중이 36.1%에 달했다. 2018시즌 마이애미 불펜투수로 32경기에 출장해 포심과 컷패스트볼 위주의 투구를 했다. 평균 구속 90마일(약 145㎞) 이상의 컷패스트볼을 꾸준히 스트라이크존에 넣기만 해도 시즌 초반까지는 KBO리그 타자들이 루친스키에게 고전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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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에릭 요키시. 사진제공 | 키움 히어로즈

키움 요키시도 한 두 번 상대로는 파악할 수 없는 투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15일(한국시간) 키움 타자들은 요키시를 상대로 처음으로 라이브 배팅에 임했는데 타자들 대다수가 요키시의 무빙 패스트볼을 비롯한 변화구에 고개를 흔들었다. 팔이 나오는 방향도 까다로워 한 눈에 공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라이브 배팅에 트랙맨 장비가 동원됐는데 한국 트랙맨 업체 애슬릿 미디어 관계자는 “요키시 패스트볼의 회전수가 극도로 낮다. 땅볼을 유도하기 아주 적합한 방향으로 공이 회전한다. 포심패스트볼 성향의 공은 전무했다”고 분석했다. 안정된 제구력만 발휘하면 효율적인 투구를 펼칠 수 있다. 장 감독은 “아직 구속이 지난해 만큼 올라오지 않았지만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이라 크게 걱정하지는 않고 있다. 지난해 평균구속인 140㎞ 중반대만 형성해도 우리 내야수들과 좋은 호흡을 발휘하지 않을까 싶다”고 바라봤다.

이들 외에도 LG 케이시 켈리, SK 브록 다익손, KIA 조 윌랜드, 삼성 덱 맥과이어 등도 정통파와는 거리가 먼 투수로 알려졌다.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는 외국인 선발투수들이 정상 컨디션에서 시즌 개막을 맞이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로운 시즌 초반이 될 전망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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