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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C U-12를 2019 칠십리 춘계 전국 유소년축구연맹전 정상에 올려놓은 김태희 감독이 대회 최우수지도자상을 수상한 뒤 웃고 있다. 서귀포 | 김현기기자

[서귀포=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남자팀이 더 재미있다.”

지난 16일 서귀포에서 막을 내린 ‘2019 칠십리 춘계 전국 유소년축구연맹전’에선 화제의 지도자 한 명이 등장했다. 12세 이하(U-12) A그룹 결승에서 수원FC의 우승을 이끈 김태희(40) 감독이다. 8인제 경기가 전면 도입된 이번 대회에서 수원FC는 두각을 나타났다. 킥오프 휘슬이 울린 순간부터 결승 상대팀 양주FC를 몰아붙인 끝에 3-0 쾌승을 거뒀다. 어린 선수들은 김 감독에게 달려가 우승의 기쁨을 전달했다.

김 감독이 더 주목받은 것은 여성이기 때문이다. 여자축구 명문 울산과학대를 졸업하고, 숭민 원더스에 입단한 그는 실업 첫 해 수혈을 받는 등 몸이 굉장히 아파 선수 생활을 조기에 마감했다. 이후 18년간 초등학교와 중학교 여자축구부 감독,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전임지도자, U-18 여자대표팀 코치를 거쳐 올 초부터 수원FC의 유소년들을 책임지게 됐다. 한국 축구사에서 남자팀을 맡아 가르치는 여성 감독 1호다. 여기에 한국유소년축구연맹이 주관하는 권위와 전통을 함께 갖춘 대회에서 팀을 정상에 올려놓으면서 남다른 지도력까지 검증받았다.

우승 뒤 만난 김 감독은 “여성 지도자가 남자팀의 코치를 맡은 경우는 여러차례 있었지만 감독은 없었다”며 “그런 타이틀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수원FC에 와서 도전하자는 마음을 먹었다”고 설명했다. 수원FC 관계자는 “공개 채용을 했는데 경력이나 지도 철학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여성이란 점은 전혀 보질 않았고 능력만 봐서 선임했다. 한 달만에 우승까지 했으니 잘 된 셈”이라고 했다.

수원FC U-12 선수들과 학부모들은 이날 “유소년은 여자 분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더 따뜻하고, 설명도 잘 해주신다”고 입을 모았다. 김 감독은 “아이들이 잘 해준 덕분이다. 이제 부임 한 달 됐는데…”라면서도 “내가 여기서 잘 하면 여성 지도자들의 앞길이 더 넓어질 수 있을 거란 사명감도 한 켠에 갖고 있다. 개인적으론 중학교 1학년까지는 여성 감독이 남자 아이들과 충분히 호흡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내가 잘 해서 중1보다 더 높은 연령대 선수들도 이끌어보고 싶다”고 했다.

김 감독이 강조하는 축구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패스와 첫 터치만 바꿔도 실력이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다. 첫 터치는 갈수록 상대 수비 압박이 심하고 역습의 중요성이 늘어나는 현대 축구에서 가장 필요한 기본기로 간주된다. 이승우 등 유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선수들이 한국에서 자란 선수들과 가장 비교되는 점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첫 터치’다. 볼을 받은 뒤 순식간에 공격적으로 바꾸는 ‘첫 터치’가 좋을 수록 선수의 기량도 발전한다. 김 감독은 “패스와 첫 터치를 중점적으로 지도헸는데 짧은 시간에도 아이들이 변하는 것이 보인다”며 “여자 아이들은 축구가 뭔지도 모르고 입문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남학생들은 그 정도는 아니고 5~6학년이면 막 성장하는 시기여서 배우는 속도가 아주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 감독은 “사실 유소년 단계에서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좋은 선수를 길러내고 싶다. 그러다보면 더 좋은 성적도 따라올 것으로 믿는다”며 수원FC 혹은 다른 프로구단에서 뛸 인재 양성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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