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결혼_메인 포스터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영화 ‘어쩌다, 결혼’이 예비 관객들에게 읍소했다.

‘어쩌다, 결혼’은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서는 결혼을 꼭 해야만 하는 성석(김동욱 분)과 결혼을 압박하는 가족들에게서 벗어나 나만의 인생을 찾고 싶은 해주(고성희 분)가 부모님의 등쌀에 못 이겨 나간 맞선 자리에서 만나 3년간만 결혼하는 ‘척’하기로 계약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18일 오후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린 가운데 지난해 미투 캠페인으로 활동을 중단한 배우 최일화가 출연한 모습이 화면에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일각에서는 미투 캠페인 이후 관련 인물들의 활동이 중단됐지만, 이번 ‘어쩌다, 결혼’과 최일화가 활동 복귀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보며 논란을 예상했다. 이미 최일화의 등장만으로 파문으로 보기도 했다.

이에 ‘어쩌다 결혼’의 제작사 BA엔터테인먼트가 저예산 영화로서 재촬영이 불가능했던 점을 강조하며 최일화 출연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BA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오후 늦게 ‘영화 ‘어쩌다, 결혼’ 개봉에 대해 드리는 글’이라는 입장문을 통해 “‘어쩌다 결혼’은 2017년 9월 중순부터 한달간 촬영된 저예산 영화”라면서 “제작진은 할수 있는 선까지 최일화 분량을 최대한 편집했다. 그러나 해당 인물이 맡은 역할이 주인공의 아버지인 만큼 이야기 전개에 지장을 주는 장면까지는 편집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재촬영 이외에 뚜렷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면서도 “재촬영을 위해 스태프, 출연진을 다시 모이게 만드는 것은 제작 여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밝힌 BA엔터테인먼트는 재촬영이 불가능했던 이유로는 스태프와 배우들의 스케줄을 비롯해 순제작비 4억원의 저예산 영화 특성상 제작비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해 다시 촬영할 수 없었다고 근거를 들었다.

그런 BA엔터테인먼트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사의 결정으로 상처를 받았을 모든 분들에게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신인 감독과 배우 발굴을 위해 시작된 영화의 취지를 살리고 영화에 뜻을 함께하며 동참해 주신 분들을 위해서 제작사는 더 이상 개봉을 연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는 최일화의 복귀나 활동 재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이미 미투 사건 이전에 촬영해둔 영화를 1년이 지나 개봉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또한, “‘어쩌다, 결혼’을 개봉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 바라며, 다시 한번 거듭하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영화의 모든 제작진과 관계자는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 미투 운동은 계속되어야 하고, 변함없이 지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양해를 구하는 BA엔터테인먼트인데,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리는게 사실이다. BA엔터테인먼트의 입장과 취지를 이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을 지우기 어려운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재촬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비중 있는 등장인물이기 때문에 완전히 편집할 수도 없었다는 게 과연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많은 미투 당사자가 출연한 작품들은 해당 배우의 등장분 뿐 아니라 작품 자체의 공개 가능성을 고민하는 중에 ‘어쩌다, 결혼’이 이들 배우들의 활동 재개 스타트를 끊은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게 가장 큰 문제다. ‘어쩌다, 결혼’에 뒤이어 다른 미투 배우들의 영화들도 선의의 피해자가 되는 영화관계자와 배우들을 앞세워 관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서는 불상사가 날까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우려가 기우에 그치길 바라는 순간이다. ‘어쩌다, 결혼’은 다시 미투 캠페인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켜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수도 있겠다. 과연 개봉 이후 관객들의 반응은 어떨지 주목된다.

cho@sportsseoul.com

다음은 BA엔터테인먼트의 입장 전문.<어쩌다, 결혼>은 2017년 9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촬영된 저예산 영화입니다. 당시에는 최일화씨의 미투 문제가 전혀 대두되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그러다가 2018년 초에 최일화씨가 미투 당사자로 배우 활동을 중단하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제작진은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배우의 출연 분량을 완전히 편집하거나 재촬영 하지 못한 채 개봉하게 된 점 진심으로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제작진은 할 수 있는 선까지 최일화씨 분량을 최대한 편집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인물이 맡은 역할이 주인공의 아버지인 만큼 이야기 전개에 지장을 주는 장면까지는 편집하지 못했습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사의 결정으로 상처 받았을 모든 분들에게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제작사 BA엔터테인먼트는 상업 영화 제작과 함께 영화 산업의 다양성 있는 발전을 위해 다양성 영화 또한 꾸준히 제작하고 있습니다.<어쩌다, 결혼> 역시 저예산 및 다양성 영화 육성을 목적으로 기획되었으며, 충무로의 신인 감독과 신인 배우들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함께 뜻을 모은 상업영화 스태프들과 중견 배우분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영화에 참여해주셨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어쩌다, 결혼> 개봉으로 인한 최일화씨 미투 피해자 분들의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여러 차례 모색해 보았지만, 재촬영 이외에 뚜렷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재촬영을 위해 스탭, 출연진을 다시 모이게 만드는 것은 제작 여건상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일단, 다같이 모여서 재촬영을 하기에는 스탭, 배우분들의 스케줄이 여의치 않았고, 순제작비 4억 원으로 제작된 저예산 영화의 특성상 제작비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하여 다시 촬영을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본 영화는 애초 2018년 봄 개봉을 목표로 제작되었으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개봉을 두 차례 연기한 바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수진, 박호찬 감독을 비롯해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신인 배우들은 자신들의 영화를 소개할 기회를 잃었습니다. 신인 감독과 배우 발굴을 위해 시작된 영화의 취지를 살리고 영화에 뜻을 함께하며 동참해 주신 분들을 위해서 제작사는 더 이상 개봉을 연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최일화씨의 복귀나 활동 재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이미 미투 사건 이전에 촬영해둔 영화를 1년이 지나 개봉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어쩌다, 결혼>을 개봉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 바라며, 다시 한번 거듭하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영화의 모든 제작진과 관계자는 미투 운동을 지지합니다. 미투 운동은 계속되어야 하고, 변함없이 지지하겠습니다.제작사 BA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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