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U18 대표팀의 이강인이 2017년 11월 2일 경기도 파주시 파주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8 AFC U-19 챔피언십’ 예선 조별리그 한국과 브루나이의 경기에서 공을 몰고있다. 파주 | 김도훈기자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유럽 정서는 한국과 다르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3월 A매치에 이강인(18·발렌시아)과 정우영(20·바이에른뮌헨), 백승호(22·지로나) 등 어린 유럽파 차출을 고려하고 있다. 직접 스페인 발렌시아를 방문했고 코치들까지 파견해 주요 선수들을 관찰하고 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기성용과 구자철 같은 베테랑 선수들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해 여러모로 세대 교체를 감행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다. 유럽파 선발도 충분히 선택지에 들어갈 만하다. 벤투 감독의 임기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까지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팀을 꾸리는 게 중요한 시기다. 올해부터는 상대적으로 수월한 월드컵 2차 예선이 있기 때문에 유럽에서 가능성을 인정 받은 유망주들을 발탁해 팀의 일원으로 키우는 것도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견의 여지는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시기상조론’에도 설득력은 있다. 아직 프로 무대에서 확실히 자리 잡지 못한 선수들을 무리하게 차출할 이유는 없다. 소속팀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기에 유럽에서 한국을 오가는 장거리 비행은 경기력, 컨디션 저하로 이어져 입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염두해야 하는 것이 ‘교통정리’다. 유럽에선 A대표팀에 선발되는 선수가 U-23, U-20 등 연령대 대표팀까지 소화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한 번 월반한 선수는 쉽게 아래 레벨로 내려가지 않는다. 1998년생인 프랑스의 킬리앙 음바페는 만 18세였던 2017년 A매치에 데뷔했다. 이후에는 U-19, U-21 대표팀에 가지 않고 A대표팀에서만 뛰었다. 만약 지금부터 어린 유럽파를 A대표팀에 호출하면 향후 연령대 대표팀에서 이강인, 정우영 등을 부르기 어려워질 수 있다. K리그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A대표팀과 연령대 대표팀 차출에 적극적으로 응하지만 유럽 클럽은 사정이 다르다. 의무 차출 규정이 없는 U-23 챔피언십, 올림픽 같은 대회는 클럽의 협조 없이 선수를 선발할 수 없다. 잦은 A대표팀 차출로 인해 팀에서 난색을 표하면 정작 더 중요한 대회에 데려갈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손흥민이 소속팀의 반대로 2011년 U-20 월드컵, 2014년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 이강인, 정우영, 백승호 등이 아직 소속팀에서 완벽하게 자리 잡은 것은 아니지만 클럽 입장에서는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 쉽게 차출을 허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강인과 정우영은 올해 5월 폴란드에서 열리는 20세 이하(U-20) 월드컵 차출 대상이다. 두 선수는 같은 나이 대에서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선발이 유력하다. 다음해에는 도쿄올림픽과 올림픽 예선인 AFC U-23 챔피언십도 있다. 이강인, 정우영을 비롯해 백승호까지 올림픽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치밀한 계획과 협상 능력이 관건이다. 중간에서 적절하게 조율하고 클럽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대책 없이 뽑을 게 아니라 클럽과의 교감이 선행돼야 향후 연령대 대표팀 차출에 무리가 가지 않을 수 있다. 협회 고위 관계자도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벤투 감독이 당장 3월부터 선발한다면 이후 연령대 대표팀 차출에 장애가 생기지 않도록 클럽에도 협조를 구해야 한다. 장기적인 시선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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