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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황혼(黃昏). 사전적 의미는 ‘해가 지고 어스름해질 때’이지만 비유적으로 노년기를 가르키기도 한다. 칠순이 넘은 노(老)가수 이장희(72)는 이 단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70이 넘었으니 인생의 황혼이죠. 황혼이 된 느낌이요? 붉게 타서 너무 아름다운 풍경인 동시에 쓸쓸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행복하고 안온하기도 해요. 복잡다단하네요.”

이장희가 함께 황혼기에 접어든 50년지기 음악친구들과 서울에서 공연을 연다. 이장희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음악 동지 강근식(73), 조원익(73)과 함께 꾸미는 서울 공연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오는 3월 8∼9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나 그대에게’라는 타이틀로 한 단독 콘서트를 시작으로 광주, 부산, 대구 등지를 도는 전국 투어도 계획 중이다.

이장희는 “사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제 음악을 좋아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웃으며 “저와 같은 시대를 향유한 분들에게 70년대 정서를 담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음악으로 인연을 맺어 50년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친구들과 공연을 함께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1972년 데뷔해 싱어송라이터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1975년 대마초 파동에 연루돼 음악을 내려놓았다. 1980년대 초 미국으로 넘어가 1988년 라디오코리아를 설립했지만 2003년 전파를 임대한 중국계 방송이 전파료 인상을 요구하자 문을 닫고 2004년 귀국, 울릉도에서 농사를 지었다. 농사엔 실패했지만 여전히 울릉도 주민이다.

2010년 MBC 예능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고, 2011년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 출신 가수들이 화제가 되면서 합동 공연에 몇차례 나서기도 했다. 그는 경상북도청과 손잡고 지난해 5월 울릉천국 아트센터를 개관했다. 150석 규모 공연장에서 강근식, 조원익과 봄여름 상설공연을 벌였다.

이장희는 ‘쎄씨봉’에 대해 “개인적으로 굉장히 친하다. 내 노래 자체가 그 친구들과 다르다. 화음을 넣는 스타일이 이니다. 함께 공연을 하자는 제의를 받았을 때는 내가 노래하는 걸 별로 흥미로워하지 않던 시기였다. 그 친구들과 공연을 함께 한건 어쩔 수 없이 한 거였다”며 웃었다.

[포스터]-이장희콘서트_나그대에게

그는 2010년대 들어 다시 부각된 데 대해 “내가 그렇게 각광받을 땐 어쭙잖다고 느꼈다 40년간 노래를 안했는데, 공연 제의를 받는 것도 좀 그랬다. 그런데 최근 다시 노래를 하다보니 노래가 좋아졌다. 내가 그래서 노래를 좋아했었구나 느껴진다. 사실 예전에 대학교도 그만두고 음악만 했었다. 그만큼 음악을 좋아했다, 이제 다시 음익이 좋고,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공연을 하겠다고 다시 나서는 것에 대해 스스로 좀 나대는 것 같은 느낌도 들긴 한다. 하지만 음악이 좋은 건 분명하고, 좋은 기회면 언제든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활발하게 활동한 시기기 길진 않지만 스스로 자부심도 있다. “내가 데뷔할 무렵 가요는 모두 문어체, 시어를 썼다. 미국 팝송을 많이 듣고 자란 나는 구어체를 처음 가요게 사용했었다. 예전에 노래할 땐 내가 만든 노래를 다른 가수에게도 많이 주었던 한시대의 주역 중 한명이었다. 한국에서 나온 첫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했다”는 이장희는 “의외로 노래방에서 제 노래를 많이들 불러주셔서 저작권 수입도 적지 않다”고 농반진반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건 너’, ‘한잔의 추억’,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 대중에게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그의 명곡들을 생생한 라이브 연주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그는 “많은 관객이 와주셨으면 좋겠다. 팬은 없지만 오는 분들에게 내 사랑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아이디어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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