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강지윤기자] 고려대 출신, 멘사 회원, 두 권의 책을 쓴 작가. 채널 '겨울서점'을 운영하는 북튜버(책+유튜버의 합성어) 김겨울(김지혜·29)의 키워드입니다. 'SKY캐슬' 식으로 표현하자면 피라미드 꼭대기에 가까운 사람인 셈이죠. 그의 또 다른 키워드는 싱어송라이터, 아르바이트, 독서, 시. 일반적인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그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남들은 로스쿨 준비가 한창일 때 김겨울은 태연하게 휴학 후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정도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그는 단 한 번도 취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타협을 모르는 성격 탓이죠. 글을 쓰고 음악을 하는 삶을 원하기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텼습니다. 그러다 싱어송라이터라는 이름으로 라디오 디제이를 하게 됐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아 '겨울 서점'을 오픈하게 됩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책'을 주제로 말입니다.


'겨울서점'은 오롯이 그의 취향으로 운영됩니다. 베스트셀러가 아닌 그가 고른 책, 줄거리가 아닌 그가 느낀 것들이 콘텐츠의 주를 이루죠.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요점을 정리해주진 않습니다. 책을 떠먹여 주는 채널이 아닌 읽는 것의 기쁨을 알려주는 채널이기 때문입니다.


낮은 목소리에 간결하고 정확한 문장, 책을 선별하는 좋은 눈과 취향 때문인지 '겨울서점'은 오픈 2년 만에 구독자 9만 명을 달성합니다. 보는 매체인 유튜브에서 읽는 매체인 책을 말하는 북튜버로는 이례적인 기록입니다. 유튜브는 물론 책, 강연 등을 통해 독서의 기쁨을 설파하는 김겨울을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Q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며 마포FM에서 6개월간 DJ를 했는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책을 주제로 소통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는 팟캐스트를 생각했는데 '빨간책방'을 비롯해 이미 많은 북 팟캐스트가 있더라고요. 방향을 틀어 유튜브에 자리 잡게 되었죠.


Q 싱어송라이터로 활동을 하셨다고요?


대학생 때 음악을 하고 싶어 휴학했어요. 개인 연습실을 구하고 곡을 써서 2015년에 싱글을 냈죠. 김겨울이라는 예명도 그때 지었던 거고요.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글을 쓰는 와중에 짬짬이 시간을 내 재작년에도 미니앨범을 발매했어요.


Q '겨울서점' 채널은 어떤 콘텐츠들로 운영되나요?


책 리뷰를 가장 중점에 두고 운영하고 있어요. 가끔 낭독과 굿즈 리뷰도 하고요.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에 대해 썰을 푸는 '영화관 옆 책방'을 정기적으로 업로드하고 책과 관련된 행사가 있으면 방문 형태의 브이로그를 비정기적으로 업로드 합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건 라이브 방송인데 보이는 라디오 같아 재미있어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고요. 올해는 라이브 방송 횟수를 늘려볼까 고민 중이에요.


Q 줄거리를 들려주는 영상이 아닌 점이 흥미로웠어요. 그런데도 그 책이 궁금해지더라고요.


책을 떠먹여주는 채널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책을 읽지 않아도 읽은 척 할 수 있고 15분 정도 듣고 나면 지적 욕구가 채워진 것 같아 뿌듯해지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지 않거든요.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것이 채널이 지향하는 바예요. 사람들이 독서의 재미를 알았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하는 것이 도서 시장에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별명이 영업왕이에요.(웃음)


Q 책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제가 읽고 좋았던 책이요. 제 취향이 아주 강력하게 반영돼요. 너무 비슷한 주제를 연달아 이야기하면 지루하니까 장르가 겹치지 않는 정도는 주의하는 편이죠. 읽었던 책 중 좋았던 걸 골라야 하기 때문에 읽고 고르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려요. 선정한 책이 꼭 좋은 책은 아닐 때도 있고요. 그럼 비판을 하는 식이죠.


Q 콘텐츠를 만들며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요?


깔끔하게 구성하는 것을 가장 신경 써요. 북튜브라는 게 사실 보여줄 게 없거든요. 사진 자료나 영상 등을 보여주며 목소리만 나오는 채널들도 있는데 저는 제 얼굴을 드러내는 걸 택했어요.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집중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귀에 쏙쏙 들어오게끔 비문이나 겹치는 내용을 최대한 줄이고 디자인 면에서도 직관적으로 보여줄 방법을 고민합니다.


Q 영상매체에서 책으로 인기를 끈 비결은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항상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대답이 있어요. 8할은 목소리 2할은 책장.(웃음) 결과론적인 비결이라 이대로 한다고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지만요. 여기서 책장이라는 건 채널만의 분위기죠. 영상의 배경이 되는 책이 빼곡하게 꽂혀있는 책장을 보고 따뜻한 다락방 같은 느낌을 받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겨울서점'은 제가 많이 드러나는 채널이에요. 취향을 굉장히 솔직하게 발언하고 내용이나 문장을 깔끔하게 전달하려 합니다. 이 요소요소들이 모여 나름의 결과를 낳은 것 같아요.


Q 북튜버 김겨울과 그냥 김겨울의 다른 점이 있다면요?


북튜버 김겨울은 수많은 김겨울 중 가장 사회적인 친구예요. 그를 제외한 나머지는 사람도 안 만나고 방구석에 있는 걸 좋아하죠. 집에서 청탁 온 글을 쓰고 곡 작업을 하는 건 혼자 하는 일이잖아요. 북튜버 김겨울이 사람들과 소통하는 계기가 되어주고 있죠. 요새 그 친구가 대단히 활약하고 있어요.


Q 수능을 망해서 고대에 갔고 심지어 멘사 회원이라고요.


망한 건 아니고 아쉬움은 있었지만 잘 봤어요. 그랬으니 고대에 갔겠죠? 멘사 회원이긴 한데 사람들이 기대하는 그런 엄청난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진 않아요. '문제적 남자'에 나올법한 문제들을 다 맞히리라 기대하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하나도 못 맞춰요. 어쨌든 좋은 머리를 타고난 부분이니 감사한 일이죠.


Q 일반적인 성공 가도가 아닌 길을 택했어요. 불안하진 않았나요?


굉장히 불안했고 지금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예요. 근데 취업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어엿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하는 삶을 몇 년 살았죠. 누가 직업이 뭐냐고 물어보면 그냥 학생이라고 대답했고요. 곡 작업을 하고 글을 쓰고 있지만 그게 직업이 되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전 아니니까. 그냥 버텼어요. 지금은 누가 직업을 물어보면 유튜버 혹은 작가라고 이야기해요. 유튜버라는 직업이 생긴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Q 쓴 시가 신춘문예 최종심에 올랐다고요?


평소 짧게 짧게 쓰던 글이 있었어요. 수필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고 그냥 무언가였죠. 혹시 이게 시일까 해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글을 냈는데 그게 최종심까지 올라갔고 당황했어요. 사후적으로 호칭을 얻은 케이스죠. 그래서 시를 쓰는 것이 됐습니다.


Q '김겨울은 자아가 참 강한 것 같다'라는 댓글을 봤는데 정말 그렇네요.


맞아요. 마이웨이가 강해요.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며 사는 사람도 있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며 사는 사람도 있잖아요. 어떤 게 더 우월하다고 말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그냥 택한 삶의 방식이 다른 거죠. 저는 타협을 못 견디는 사람이에요. 편입될 수 없어요. 그래서 대학 시절에도 다른 선후배들처럼 취업스터디를 하고 로스쿨을 준비하는 그런 루트를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Q 유튜브 수익은 어느 정도 인가요?


얼마를 생각하든 그 이하?(웃음) 콘텐츠 특성상 구독자 대비 조회수가 적은 편 이거든요. 멤버십 서비스로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나마 충당이 돼요. 그래서 열심히 강연도 다니고 책도 쓰며 가외 수입을 늘리고 있습니다.


Q 새 책이 나왔다고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라는 책이에요. 첫번째 책 '독서의 기쁨'에서는 독서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고 재미있게 풀어냈다면 이번 책은 좀 더 진지한 내용입니다. 제가 고른 네 편의 소설을 토대로 그와 관련된 다른 책이나 역사적 사건을 자유롭게 가지치기했어요.


Q 독서만큼 만만하면서 어려운 게 없는 것 같아요. 잘 읽는 팁이 있다면요?


재미가 없으면 때려치워라! 완독의 부담을 덜고 재미없으면 다른 책을, 그게 재미없다면 또 다른 책을 읽는 게 현명해요. 그럼 언젠간 재미없던 책이 읽히는 순간이 오거든요. 올해는 꼭 30권을 읽어야지, 책을 많이 읽어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강박관념도 잠시 내려놓으세요. 흥미와 재미를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해요.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를 알려주세요.


계획이나 목표는 따로 없어요. 유튜브, 연재하는 글, 앞으로 쓸 책 등 지금 하는 것을 열심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올해의 다짐이 있는데 '운에 합당한 사람이 되자'예요. 유튜브가 잘 되고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는 게 감사해서요. 거기 합당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SNS핫스타]는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된 인물을 집중 조명하는 코너로서, 페이스북 'SNS핫스타' 페이지를 통해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사진 ㅣ 강지윤기자 tangerine@sportsseoul.com, 유튜브 캡쳐, 김겨울 제공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