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염정아가 “오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염정아는 최근 신드롬급 인기를 끈 JTBC ‘SKY캐슬’에서 흡입력 있는 연기력을 펼치며 신뢰감을 한껏 높였다.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 ‘완벽한 타인’에 연이은 성공이라 제2의 전성기라는 평가까지 받으며 믿고 보는 배우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는 중이다. 이정도 연기력의 소유자라면 얼마든지 연기인생을 길게 볼 수 있을 듯 싶은데, 어떤 배우가 되고 싶느냐는 질문에 “오래 하고 싶다”는 바람은 너무 겸손한게 아닐까.

염정아는 “지금처럼 사랑받은 적이 없다. 이걸 넘어야 한다는 부담은 없다. 어떻게 이걸 넘나, 뭘 넘나”고 한뒤 “‘SKY캐슬’ 전에도 전 열심히 했다. 운도 따르는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품을 하는 건 처음이다. 전에도 다른 캐릭터로 좋아해주셨지만, 이렇게 많은 연령층이 사랑을 보내주신거라, 이걸 뛰어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말도 안된다”고 겸손한 마음을 확인시켰다. 그러면서 “이번을 통해 더 많은 기회가 생기겠지 한다. 그게 너무 좋다”며 미소지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동안 드라마를 많이 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결혼과 출산,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느라 한동안 작품 수가 많지 않았던 탓이기도 하다.

실제 두 아이의 엄마이고, 남편이 의사인 것까지 염정아는 이번 드라마의 캐릭터 한서진과 겹치는 부분도 많다. 염정아는 “악행도 있어서 한서진이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한가지 이해하고 연기한 건 모성이다. 약간은 비뚤어졌지만, 모성이 한서진을 지탱하게 한 힘”이라면서 “그 감정이 뭔지 아니까, 나는 그런 상황이 아닐지라도, 비뚤어질지라도 내 자식 위주로 생각하는 그 마음은 뭔지 아니까”라며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청자들로 하여금 한서진의 악행까지 공감가게 만드는 연기를 펼친 것에 대한 설명으로는 부족한 답이다. 이번 드라마에서 얼굴 근육까지 연기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연기 호평이 대단한데, 과연 연기력의 비결은 뭘까. 염정아는 “얼굴근육은 내가 일부러 쓰려고 해서 쓸 수 있는게 아니다. 몰입하면 살이 미세하게 떨린다거나 그런건 있을거다”면서 “그런데 난 늘 그랬던 것 같다. 그걸 잡아주는 연출과 카메라가 큰 것 같다”며 연기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공을 돌렸다. 뒤이어 “그런걸 다 봐준 시청자들, 얼마나 진지하게 봐준건지 너무 고맙다”고 덧붙였다.

또한, 배우들간 기싸움이 팽팽한 연기를 펼치는 장면이 많았는데, “몸으로 싸우는 것보다 팽팽하게 긴장을 놓치 않고 가는 관계가 더 힘들더라”라고 한 염정아는 “그래도 그렇게 찍으면 화면에 살더라. 연기만 그렇게 해서 사는게 아닌데, 연출도 카메라도 그렇게 긴장해서 해주신거다”라며 다시 한번 제작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연출자인 조현탁 PD와는 JTBC ‘마녀보감’으로 인연을 맺었던 터라 이미 신뢰가 있었다. 이번 드라마를 하게 된 첫번째 이유로 조현탁 PD이 제안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염정아는 “‘마녀보감’ 할 때 좋은 기억이 많다. 감독님의 연출을 보면서 신뢰를 많이 했다”고 했다. 그런 염정아는 조현탁 PD로부터 이번 드라마로 “예술적 동반자”라는 찬사도 받았다. 이에 염정아는 “그 표현이 너무 놀랍고 감사하다. 저를 그렇게 표현해줘서, 그렇게 생각해주신것만으로도 너무 고맙다. 그보다 더한 극찬이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SKY캐슬’은 보기 드물게 여자 여럿이 중심이 된 작품이었다. 그는 “그래서 너무 좋았다”면서 “너무 신이 나서 캐슬의 엄마들, 김주영 선생님(김서형 분)까지 모여서 ‘이번에 잘 하자, 우리가 잘해야 이런 드라마가 또 만들어진다’면서 으쌰으쌰 했다. 잘 돼서 뿌듯하기도 하고,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 감사하다”고 또 다시 감사의 마음을 드러냈다. “이런 배우들과 연기한 것도 감사하고 ,이런 좋은 대본에 이런 좋은 스태프들과 함께 해 감사하다. 또 이렇게 사랑받은 것에 감사하다.”

이렇듯 인생드라마, 인생캐릭터를 만든 것에 대해 “행운이다”라고 밝히는 그가 이제 드라마를 떠나보내는 심경이 어떨까. 그는 “서운하고 아쉽기보다 이제 잠꼬대는 안하고 자겠구나 한다”며 편안해진 마음을 이야기했다. “계속 자면서 예서(김혜윤 분)를 불렀나보더라. 남편이 그러더라. 나도 모르게 꿈속에서 대본을 외우고 있었던거다. 내가 불안했던거다. 연기를 못할까봐. 원래 마음이 편한 스타일이어서 그런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부담감이 많았던 것 같다. 불안해서 (대본을) 다시보고 다시보고 했다.”

연기로는 별 흠 없이 이력을 쌓아온 듯한 그인데, 지금도 감정연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염정아는 “감정 연기할 때, 전달이 안될까봐, 내가 가짜로 할까봐 불안한거다. 내가 진짜로 하면 된다는걸 알고 나니까 진짜로 못할까봐 그렇다”고 설명하면서 “그래도 예전보다는 몰입은 좀더 잘 하는 것 같다. 이젠 경험이 있어서 그런걸꺼다. 노하우가 생기니까 집중이 훨씬 잘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어릴 땐 대본에 ‘눈물을 흘린다. 엉엉 운다’라는 지문이 써있는걸 보면 일단 부담이 됐다. 그 사람이 왜 우는지 알면 그 감정이 차곡차곡 쌓이면 되는건데, 어릴때는 ‘아~ 울래, 어떻게 울지?’ 하면서 캐릭터가 아니라 염정아의 과거를 떠올리며 울려고 하면 안되더라. 그런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그렇다면 이번 드라마로 연기의 새로운 맛을 보았을까도 궁금해진다. 염정아는 “아마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뭐라고 구체적으로 뭐다 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좀더 성숙했을 것 같다”며 스스로도 더 업그레이드됐을 연기력을 기대했다.

cho@sportsseoul.com

사진| 아티스트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