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강지윤기자] '유튜버'·'크리에이터'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았던 2014년, 영상 하나로 페이스북에서 화제가 되었던 인물이 있습니다. 범상치 않은 끼로 춤을 추던 고등학생이었죠. 떡잎부터 달랐던 그 고등학생은 격변의 재수 기간을 보낸 후 본격적으로 SNS 활동을 시작합니다. 구독자 수 30만 명을 돌파한 유튜브 채널 '느낌적인 느낌'의 크리에이터 승헌쓰(백승헌·23)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34개의 자아를 가졌다는 소개처럼 그의 콘텐츠는 종잡을 수 없습니다. 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SKY캐슬' 등장인물 성대모사를 하기도 하고 '기가지니'와 다투기도 합니다. 심지어 가상의 그룹 '체리블라썸'을 결성해 춤을 추기도 하죠. 아무말 대잔치를 열며 의식의 흐름대로 방송하는 것이 그의 매력, 영상을 보고 있자면 불편하지 않은 유쾌함에 저절로 웃게 된다는 것이 팬들의 전언입니다.


그의 주 무대는 인스타그램, 스푼라디오 같은 생방송이 가능한 플랫폼입니다. 기획을 거쳐 영상을 만들기보다 소통하며 즐기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죠. 그의 욜로 마인드는 콘텐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8개월 전 찍어놓은 숙성된 영상을 올리거나 그마저도 하지 않는 '유튜브를 올리지 않는 유튜버'입니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영상을 편집해 올리는 것도 '이·녹·계'(이거 녹화한 분 계신가요?)라는 줄임말이 탄생한 것도 이러한 배경입니다.


"다들 안 믿으시는데 낯을 가려요"라던 승헌쓰가 고개를 젖히며 폭소하기까지, 강남에 위치한 '다이아 티비(DIA TV)' 라운지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크리에이터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처음 영상을 올렸던 당시엔 그런 개념도 없었고요.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추억 삼아 찍은 영상을 올렸는데 그게 인기를 끌었어요. 그걸 시작으로 크리에이터에 도전하게 됐죠.


Q. 주로 어떤 콘텐츠를 기획하고 업로드 하나요?


'34개의 자아를 가진 승헌쓰의 다채로운 모습'이라는 채널 소개처럼 다양한 모습이 드러나는 영상을 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예전엔 춤, 노래 영상을 많이 올렸고 브이로그도 시작했어요. 거창하게 기획 단계를 거치진 않고 그냥 담고 싶을 때 의식의 흐름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최근에는 찰떡같은 'SKY캐슬' 성대모사를 보여줬어요. 따로 연습하는 건가요? 


어렸을 때부터 어떤 소리가 들리면 다 따라 하곤 했어요. 다들 그러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영상을 위해 따로 성대모사를 준비하진 않고 뇌리에 박혔던 걸 그때그때 풀어요. 흉내를 낸다기보다 나만 알고 있기 아까운 재미있는 장면을 재연하며 공유하는 것이죠.


Q. '유튜브를 올리지 않는 유튜버'로 유명한데요.


기본적으로 기획자의 마인드가 부족해요. 라이브 방송을 주로 하는데 욜로마인드가 강해 '그 순간 즐거웠으면 됐지' 싶기도 하고요. 오히려 팬분들이 자발적으로 재미있었던 부분을 편집해 올려주시는데 그 재치와 센스에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제가 편집을 했다면 제 의도가 들어가 덜 재밌지 않았을까요?


Q. 수익에 대한 욕심이 없으신 건가요?


수익을 위해서라면 이렇게 운영하면 안 되겠죠? 이 부분이 딜레마이긴 해요. 수익을 내는 크리에이터 분들은 정말 채널을 전문적으로 운영하시거든요. 기획, 활용, 편집까지 TV 못지않죠.


Q. 유튜브, 인스타, 스푼라디오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는데요.


역마살이 껴서 여기저기 돌아다닌다고 셀프 디스를 하곤 해요. 인스타그램 라이브는 맨 처음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던 곳이기도 하고 유튜브보다 방송 화질이 더 나은 것 같아요. 인스타만의 감성도 있고요. 스푼라디오는 팬분의 제안으로 시작했는데 음질도 좋고 소통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요즘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Q. 승헌쓰가 만든 메두사 인사를 레드벨벳이 따라 하는 게 포착됐어요.


정말 신기하고 얼떨떨했어요. 실감이 나지 않는 느낌? 영상 속 저와 실제 저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레드벨벳이 나를 따라하는구나'라는 생각보단 '레드벨벳이 메두사 인사를 하는구나' 싶었죠.


Q. 방송 내내 하이텐션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라이브 방송을 할 때면 저도 모르게 홀린 듯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구독자분들이 듣고 있지만 실제 제 앞에는 계시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면대면 소통을 했다면 나올 수 없는 것들이 라이브를 통해서는 나오는 것이죠. 구몬(come on)이나 갯바위(good bye) 같은 방송 중 하는 아무 말을 활용해 댓글을 달아주시는 것도 너무 재미있고요. 그런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점점 진화하고 있어요. 예전 영상을 보니 말투가 너무 평범하더라고요.


Q. '기가지니' 영상이 인기를 끌며 KT 광고까지 찍었는데. 예상하셨나요?


2017년 1월에 찍은 영상이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사물과 싸우는 모습이 재미있었나 봐요. 나중에 '기가지니 LTE'를 선물해주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죠. 그때도 감사한 마음뿐이었는데 광고까지 찍게 될 줄은 전혀 몰랐어요. 빅픽처를 그리지 못하는 스타일이거든요.


Q. 최근 '구몬학습' 광고 촬영을 했고 출연료를 전액 기부했다고요?


처음엔 기부 캠페인 광고라 출연료가 아예 없는 줄 알았어요. 돈을 받고 기부를 홍보한다는 게 스스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요.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다이아 티비(DIA TV)' 담당자님께서 기부하는 게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해주셔서 냉큼 동참했답니다.


Q. 광고 속 천연덕스러운 모습에 놀랐어요. 웹 시트콤에서도 수준급의 연기를 보여줬고요.


다들 믿지 않으시지만 정말로 수줍음이 많거든요. 카메라에 담길 때 만큼은 꾹 참고 최선을 다했어요. 제 별명 중 하나가 '미치광이 완벽주의자'라서(웃음). 제 눈엔 굳은 게 보여 아쉬워요. 더 열심히 흔들었어야 했는데 말이죠. 그래도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Q. 혹시 연예계 러브콜은 없었나요?


오디션을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두세 번 정도 왔어요. 방송 출연 제안도 있었고요.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낯을 많이 가려 연예계는 맞지 않을 것 같아요. 크리에이터 활동은 혼자서 할 수 있는 반면 방송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Q. 낯을 가린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실제로 '아싸'에 가깝다고요?


새터도 OT도 가지 않은 아싸예요.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집에 오는 타입이고요. 과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도 하지 않아 친해질 기회가 없었어요. 학생 1로 참석한다면 좋을 텐데 '느낌적인느낌'을 아는 분들은 영상 속의 모습을 기대할 것 같았거든요. 종강 무렵 쪽지를 주시거나 함께 사진을 찍자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럴 때면 반가우면서도 쑥스러워 꼭 구석에 가서 사진을 찍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크리에이터로서의 활동은 지금처럼 이어갈 계획이에요. 라이브 방송도 하고 기술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채널과 콜라보도 진행하고요. 대학생으로서의 계획은……. 사실 이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암담해요.(웃음) 대학에서 중국언어문화학을 전공 중인데 한자가 제 발목을 잡고 있거든요. 직장 생활을 하는 저는 잘 그려지지 않네요. 취업보다는 영상 활동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Q 구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종종 나미 씨의 빙글빙글을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라고 개사해서 부르곤 해요. 이 복잡하고 커다란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은 감사하다는 말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나 혼자 쇼를 하는 게 아니라 소통하고 역으로 나를 웃겨 주시는 모두의 센스가 모여 여기까지 온 게 아닌가 싶어요. 늘 나와 떠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ㅣ강지윤 기자 tangerine@sportsseoul.com, 승헌쓰 인스타그램 캡처, 구몬 광고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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