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와人드'는 되감는다는 영어 단어 '리와인드(rewind)'와 사람을 뜻하는 한자 '人'을 결합한 것으로서, 현역 시절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의 과거와 현재를 집중 조명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주>


[스포츠서울 김대령기자]지난 6일 개막한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조별리그를 거쳐 16강전까지 마무리되며 열기를 더하고 있다. 24개국 중 짐을 싼 국가도 벌써 16개국. 남은 8개국은 다음 달 1일 펼쳐질 결승전을 향해 외나무다리 승부를 이어간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6강에서 일찌감치 탈락했고 복병 이라크와 우즈베키스탄도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해 이란과 일본, 호주까지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불리는 4개국은 모두 생존에 성공하며 최강국의 명성을 입증하고 있다.


8강의 고지를 점한 팀들의 면면은 '올라올 팀은 다 올라왔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에 여느 때보다도 우승국을 섣불리 예측하기 힘든 상황.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한국의 우승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그렇다면 우승 후보로 꼽히는 두 국가 한국과 호주 축구를 모두 경험한 선수가 보는 아시안컵 전망은 어떨까. 현재는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고국인 호주와 말레이시아 등에서 축구평론가로 활약하고 있는 코니 로버트 콘스와이트(33)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K리그에서의 4년, 모든 순간 사랑해"


호주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은 K리거를 배출했을 정도로 한국 축구와 특히 인연이 깊은 나라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아시아 쿼터가 도입되기 전까지 한국에서 활약한 호주 선수는 단 두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가 챔피언스리그에 아시아 쿼터 제도를 신설하면서 이 대회에 참가하는 K리그에도 아시아 쿼터가 도입됐다. 이후 인천 유나이티드의 제이드 노스를 시작으로 수많은 호주 선수들이 한국 땅을 밟기 시작했다.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선수들은 중앙 수비수들이었다. 성남의 사샤가 맹활약을 펼치면서 시작된 K리그의 '호주 장신 센터백' 계보는 코니와 루크(경남) 등으로 이어졌고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K리그 무대를 4년간 누빈 코니에게 K리그는 특별한 존재다. 그는 "한국에서의 생활은 환상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라며 K리그를 추억했다. 한국으로 향하기 전까지 호주 A리그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던 코니는 국가대표팀과는 큰 인연이 없었다. 2009년 A매치 한 경기에 출전했던 것이 대표팀 기록의 전부였다.


그러나 2011시즌을 앞두고 전남으로 이적하면서 선수 경력에 전환점을 맞이했다. K리그의 여덟 번째 호주 출신 선수이자 전남에 입단한 첫 호주 선수로서 K리그에 발을 내디딘 코니는 강인한 피지컬을 앞세운 제공권 장악력을 바탕으로 팀의 수비를 이끌었다.


특히 2012시즌은 그의 전성기였다. 리그 31경기에 나서 3골을 기록하며 공수 양면에 걸쳐 맹활약을 펼쳤다. 이는 코니를 다시 호주 대표팀으로 이끌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복귀 후 첫 경기 상대는 한국, 심지어 이 경기에서 결승골이자 자신의 A매치 첫 골까지 터뜨리며 복귀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코니는 "K리그에서 펼친 활약을 토대로 호주 대표팀에서 다시 활약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라고 인정하며 "한국에서 보낸 모든 시간을 사랑한다"라고 한국을 향한 여전한 애정을 전했다.


▲은퇴 후 축구 평론가로 '인생 2막'


2013시즌부터는 제공권이 좋다는 이유로 주로 수비수가 아닌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활용됐다. 제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 뛰게 된 코니는 자연스럽게 대표팀에서 멀어졌고 구단에서의 입지도 애매해졌다. 그러나 2년 동안 묵묵히 조커 역할을 수행했고 2014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났다.


K리그를 떠난 후 말레이시아와 고국에서 활약한 코니는 지난해 6월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축구 평론가로 변신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도 이번 한국의 경기를 포함해 아시안컵 경기들에 대한 평을 꾸준히 남기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경기를 보고 나서는 "김문환은 정말 엄청난 선수다. 이런 선수가 2부 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축구의 깊이를 보여준다"라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전직 '사커루(호주 축구대표팀의 애칭) K리거'가 본 한국의 경기들은 어땠을까. "일본이나 호주 등 다른 우승 후보들처럼 한국도 이변의 희생양이 되지 않고 8강 진출을 해냈다"라고 운을 떼고 시작한 그의 감상에는 호평과 아쉬움이 공존했다.


코니는 "한국은 필리핀과의 첫 경기부터 바레인과의 16강전까지 네 경기에서 모두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라면서도 "하지만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고 경기를 (일찌감치)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내는데는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짚었다.


선제골을 넣고도 동점골을 허용하며 연장전 혈투를 벌였던 16강 바레인전에서는 손흥민을 주목했다. "바레인전에서 손흥민은 조용했다"라며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퍼포먼스에 대한 비판은 아니었다. 그는 "공격 과정에서 손흥민에게 더 많은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야 경기를 더 쉽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토너먼트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daeryeong@sportsseoul.com


사진ㅣ스포츠서울DB, 웨스턴시드니 공식 홈페이지, 전남 드래곤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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