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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22일 바레인전에서 상대 밀집수비를 돌파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두바이=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언성 히어로, 숨은 영웅이었다. 다만 컨디션 걱정은 남겼다.

한국 축구의 간판 스타 손흥민이 자신의 2019년 UAE 아시안컵 두 번째 경기에서도 골보다 헌신적인 플레이를 통해 승리를 도왔다. 한국이 이날 상대 밀집수비에 고전했지만 그의 번뜩이는 감각이 빛을 발하면서 끝내 이겼다.

한국은 22일 UAE 두바이 라시드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16강전 바레인전에서 전반 44분 황희찬의 선제골과 연장 전반 추가시간 김진수의 결승포에 힘입어 2-1로 이겼다. 조별리그에서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을 연달아 1-0으로 이긴 뒤 중국전 2-0 쾌승을 챙긴 한국은 이번 대회 첫 중동팀인 바레인과 대결에서도 승리하며 8강까지 올랐다. 이날 한국은 전반 30여분까지 슛이 하나도 없는 등 고전했다. 이 때 손흥민의 패스 하나가 주효하면서 웃을 수 있었다. 아크 앞에 있던 손흥민이 오른쪽 측면으로 돌파하던 라이트백 이용에게 패스를 내줬고, 이용이 곧바로 가운데 볼을 투입했다. 마침 황의조가 문전에서 쇄도하자 바레인 골키퍼 사예드 알라위가 쳐냈다. 황희찬이 골문 앞에서 이 볼을 잡아 상대 수비수 사이 관통하는 오른발 슛을 꽂아넣었다. 조별리그 골 가뭄을 터는 황희찬의 골이 빛났지만 손흥민의 첫 패스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은 후반 32분 상대 스트라이커 모하메드 알 로마이히에 동점포를 내줘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으나 연장 전반 추가시간 이용의 크로스를 김진수가 머리로 받아넣어 끝내 이겼다. 1996년부터 대회 8회 연속 8강행을 달성했다.

손흥민은 지난 16일 중국전처럼 4-2-3-1 포메이션에서 황의조 뒤를 받치는 2선 공격수로 나섰다. ‘센트럴 손’이 된 것이다. 그는 지난 달부터 14일 맨유전까지 토트넘의 13경기를 모두 출전했고, 이 중 12경기를 선발로 나섰다. 경기당 평균 출전시간이 75분에 달했다. 그래서 그가 아시안컵을 위해 UAE에 온 뒤 몸 상태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중국전과 바레인전을 놓고 보면 완전하진 않은 듯 했다. 이날 해설을 맡은 신태용 전 대표팀 감독도 “손흥민의 몸이 좀 무거운 것 같다”고 걱정을 했다. 특히 슛 타이밍 때 볼을 끌었고, 터치도 토트넘에서 펄펄 날던 지난달 만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영리하면서 헌신적인 모습으로 벤투호 첫 고비 탈출에 기여했다. 1-1이 된 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공격수 지동원을 추가로 넣자 좀 더 내려가서 플레이했다. 골키퍼 바로 앞에서 상대의 볼을 걷어낸 적도 있었다.

한국은 결국 손흥민의 골이 터져야 이란 혹은 일본과 치를 것으로 보이는 결승에서 웃을 수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100% 컨디션이 아님에도 팀에 기여하는 법을 찾아 움직이는 손흥민의 존재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다만 오는 25일 8강전, 29일 준결승을 치르는 등 3~4일 간격으로 경기가 계속 있어 손흥민의 몸 상태 끌어올리기는 벤투호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손흥민도 바레인전 뒤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나나 모든 선수들이 배웠으면 한다”며 만족스런 경기는 아니었음을 전했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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