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축구대표팀 김진수(오른쪽)가 22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바레인과 경기에서 연장 전반 추가시간 헤딩 결승골을 넣은 뒤 손흥민과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두바이=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한국 축구가 연장 승부 끝에 바레인을 꺾고 아시안컵 8강에 올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2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바레인과 경기에서 전,후반 90분을 1-1로 비긴 뒤 연장 전반 추가시간 김진수의 헤딩 결승포로 2-1 신승했다. 한국은 잠시 후 열리는 카타르-이라크전 승자와 오는 25일 오후 10시 4강 진출을 두고 겨룬다.

벤투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앞세워 지난해 아시안게임 바레인전 해트트릭을 기록한 황의조를 변함없이 최전방 원톱에 세웠다. 2선에 지난 중국전에서 이어 ‘센트럴 손’ 손흥민이 포진했고 좌우 날개에 이청용, 황희찬이 나섰다. 중원엔 부상으로 대표팀을 떠난 기성용 대신 황인범~정우영 콤비가 호흡을 맞췄다. 포백 수비는 홍철~김영권~김민재~이용이,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가 꼈다.

초반 예상외로 바레인 공세에 고전했다. 킥오프 4분 만에 모하메드 마르훈이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번개같은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골문을 위협했다. 한국은 2선서부터 잦은 패스 실수와 더불어 바레인에 여러 차례 측면 역습을 내줬다. 그러다가 손흥민이 전반 중반을 기점으로 볼 터치 횟수를 늘리면서 바레인 수비수 2~3명을 끌고 다녔다. 손흥민과 황의조, 황희찬과 황인범이 원투 패스로 슛 기회를 잡는 등 조금씩 공격 템포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결정적인 슛 기회를 잡기엔 마무리 패스 정확도가 떨어졌다. 바레인은 시종일관 역습 때마다 중거리슛으로 맞대응했다.

0의 균형은 전반 막판까지 깨지지 않았으나 기어코 한국이 선제골을 해냈다. 전반 43분 손흥민이 중앙에서 공을 잡은 뒤 오른쪽을 파고든 풀백 이용에게 전진 패스했다. 이용이 문전으로 달려든 황의조를 보고 낮게 차올렸다. 공은 바레인 골키퍼 사예드 슈바르 맞고 흘렀는데, 황희찬이 침착하게 리바운드 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황희찬
황희찬이 전반 바레인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은 뒤 골 세리머니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귀중한 선제골을 따낸 한국은 후반 더 여유롭게 공세를 펼쳤다. 황의조, 손흥민이 더 활발하게 바레인 수비를 두드렸다. 후반 11분엔 정우영이 프리킥 기회에서 재치있게 낮게 깔아 찼으나 바레인 수비 다리에 맞고 벗어났다. 바레인도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15분을 지나면서 좌우 측면을 가리지 않고 거세게 반격했다. 벤투 감독은 곧바로 2선에 변화를 줬다. 후반 22분 이청용 대신 주세종을 투입했다. 중원을 지킨 황인범이 측면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바레인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후반 24분 자말 라시드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잡아 한국 골문 왼쪽을 보고 절묘하게 감아 찼다. 김승규가 몸을 던져 가까스로 쳐냈다.

기세를 올린 바레인은 마르훈을 빼고 공격수 마흐디 알 후마이단을 투입해 공세를 이어갔다. 흔들린 한국 수비는 결국 후반 31분 이번 대회 첫 실점을 허용했다. 사예드 디야가 왼발 중거리슛을 때린 게 공교롭게도 문전 쇄도한 알 후마이단에게 떨어졌다. 알 후마이단이 골문을 비우고 뛰어나온 김승규의 견제를 뚫고 왼발 슛을 시도했다. 홍철이 골문 앞까지 달려들어 태클로 공을 저지했으나 뒤따르던 알로마이히가 왼발로 차 넣었다.

벤투 감독은 실점 이후 황희찬 대신 지동원을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웠다.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손흥민이 몇 차례 공을 잡아 슛 타이밍을 잡으려고 했지만, 바레인의 한 박자 빠른 방어에 막혔다. 벤투 감독은 대회 내내 벤치를 지킨 이승우까지 후반 44분 황인범 대신 투입, 측면에 힘을 실었다. 후반 추가 시간 상대 수비 실수에서 황의조가 상대 골키퍼와 맞서면서 역전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회심의 오른발 슛이 골문을 벗어나면서 땅을 쳤다.

손흥민
바레인 집중 견제를 뚫고 돌파하는 손흥민.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승부는 연장으로 갔다. 체력이 충만한 이승우가 공격 전 지역에서 부지런히 뛰었다. 연장 전반 2분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바레인 수비를 흔든 그는 2분 뒤엔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절묘한 드리블로 프리킥을 얻어냈다. 주세종이 오른발로 직접 슛을 시도했으나 골문을 벗어났다. 연장 전반 8분 가장 좋은 장면이 나왔다. 이승우가 손흥민의 리턴 패스를 받아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오른발로 감아 찼다. 그러나 다소 힘이 들어가면서 골문 밖으로 나갔다. 이승우는 매우 아쉬워했다.

바레인은 정규시간 막판부터 근육 경련을 호소한 슈바르 골키퍼가 연장 전반에도 그라운드에 누웠다. 서브 골키퍼인 압둘카림 파단이 교체 투입됐다. 한국으로서는 급작스럽게 골키퍼를 바꾼 바레인 골문을 더 집중력 있게 공략해야 했다. 홍철 대신 왼쪽 풀백에 교체로 들어온 김진수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크로스를 시도했으나 바레인 수비가 노련하게 걷어냈다. 연장 전반 추가시간엔 코너킥 상황에서 김영권이 헤딩 슛이 골문 오른쪽을 살짝 벗어났다.

골 운이 따르지 않는다고 여겼던 연장 전반 추가시간. 기어코 바레인 골문은 열렸다. 이용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차 올린 공을 김진수가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정확한 헤딩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벤투 감독의 마지막 교체 카드가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연장 후반 바레인은 패스 실수가 나오는 등 눈에 띄게 체력이 저하됐다. 한국은 교체 자원 위주로 볼 점유율을 늘리면서 추가골을 노렸다. 킥오프 2분 만에 주세종의 오른발 슛이 골대를 때리는 등 바레인 골문을 지속해서 위협했다. 한국 수비가 막판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더는 위기를 내주지 않았다. 김진수의 천금같은 헤딩골을 지켜내면서 8강에 안착했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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