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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퀸도 우리와 똑같더라고요.”

전설적인 록그룹 퀸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지난해 10월 31일 개봉한 이후 지금까지 좀처럼 식지 않는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역대 음악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퀸 본고장인 영국 매출도 뛰어넘며 ‘1000만 관객 고지’를 눈앞에 둔 상태다.

세대를 초월한 퀸 음악 인기와 굴곡 많은 프레디 머큐리 삶 등을 영화의 성공 비결로 꼽히는 상황. 그렇다면 실제 밴드가 본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어떨까.

최근 만난 데뷔 6년차 4인조 밴드 O.O.O(오오오/ 보컬 겸 기타 가성현, 기타 장용호, 베이스 이지상, 드럼 유진상)는 소속사(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선배 가수인 에피톤 프로젝트에게 이 영화를 추천받았다. “에피톤 프로젝트가 꼭 이 영화는 봐야 한다더라. 아마 울 게 될 거라고 했다.”(가성현)

영화를 본 소감을 묻자 보컬 가성현은 “보면서 느낀 건 전세계 모든 밴드의 생활이 똑같다는 점이었다. 우리도 퀸 처럼 남자 넷인데, 다른 팀도 우리처럼 하나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 영화 속에서 퀸 멤버들이 투닥대면서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 우리를 보는 거 같았다. 어떤 팀은 ‘우리는 안 싸운다’고 하는데, 그건 자랑이 아니다. 영화 속 퀸을 보니 대단해진 우리를 보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영화 이후 밴드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달라졌을까. 드러머 유진상은 “딱히 체감할 수 있는 건 없다. 물론 밴드 열풍이 다시 분다면 개인적으로 좋겠지만 결국 어떤 형태의 팀이 성공하는 게 아니라 좋은 음악이 성공한다고 믿는다. 대중은 결국 좋은 음악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퀸은 영화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대중 음악의 클래식이고, 바리블이었다. 밴드 시장의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든 우리만 좋은 음악을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댄스 퍼포먼스 그룹이 밴드보다 각광받는 우리나라에선 ‘밴드를 한다’고 하면 ‘배고프다’는 선입견이 여전히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가성현은 “그런 이미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 어머니만 해도 내가 밴드를 한다고 할 때 초반에 걱정하더라. 밴드를 한다고 할 때 멋있는 이미지가 있어야 새로운 세대들이 대거 들어올 텐데, 확실히 밴드를 하고 싶어하는 이들은 연령대가 높다. 그런데 밴드를 하면 배가 고프다는 건 오해의 산물이기도 하다. 밴드하는 사람은 저항정신이 중요한 록음악의 특성상 힙합하는 사람처럼 멋으로 돈자랑, 차자랑 하기가 어렵다. 밴드하는 분들 보면 자랑 같은 거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런데 조용히 안보이는데서 정말 잘 즐기며 산다”며 웃었다.

유진상은 “우리는 배고프지 않다. 현실적으로 배를 곯아본 적이 없다. ‘헝그리 정신’이 중요하긴 하다. 그런데 못 먹어서 느끼는 배고픔이 아니라 무대에 대한 배고픔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헝그리 정신은 그렇다”고 말했다.

음악 스타일과 장르를 떠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추구하는 ‘O.O.O’는 팀이름 때문에 가끔 혼란을 일으킨다. ‘오오오’로 읽는 게 맞지만 ‘땡땡땡’, ‘오삼’, ‘영영영’, ‘오점오점오’로 잘못 읽는 이들도 있다. 팀명의 기존 풀이는 ‘아웃 오브 오피스(Out of Office)’였다. 부재중이라는 뜻이다. 최근 첫 정규 앨범 ‘플레이그라운드’를 발표하면서 ‘아웃 오브 오(Out of O)’로 밴드명 풀이를 바꿨다. 멤버들은 “‘정답이 없다는 걸 알지만, 우리가 맞다고 믿는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O.O.O는 2014년 싱글 ‘비가 오는 날에’로 데뷔했다. 2016년 1월 첫 EP ‘홈’이 인디 음반차트를 휩쓸면서 이름을 알렸다. 최근 자우림, 에피톤프로젝트 등이 속한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로 옮겨 첫 정규 앨범 ‘플레이그라운드’를 냈고, 깊이 있는 노랫말과 서정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타이틀곡 ‘시소’로 호응을 얻고 있다.

O.O.O의 앨범 제목은 장소로 이어지고 있다. ‘홈(home)’, ‘클로젯(closet)’, ‘가든(garden)’에 이어 이번 제목이 놀이터(플레이그라운드)인 이유에 대해 가성현은 “앨범 속 화자를 이번엔 어디로 보낼까 하다가 놀이터로 보냈다. 첫 정규 앨범이다 보니 준비 기간 동안 생각이 많아지고, 머리를 쓰게 되는 순간이 있었는데 음악을 하는 이유가 즐겁기 때문이라는 점을 떠올렸다. 놀이터라는 장소가 순수하고, 즐거우면서도 쓸쓸한 감정을 동시에 준다”고 설명했다.

멤버들이 생각하는 O.O.O는 어떤 팀일까. 이지상은 “O.O.O의 음악은 유니크하다”라고 정의내렸다. “가사와 사운드 측면에서 분명 우리만의 색깔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장용호는 “O.O.O의 음악은 대중적이다”라고 했다. “누구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면 좋겠다. 불편함이 없고, 많이 들을 수 있는 노래”라고 말했다.

유진상은 “O.O.O의 음악은 ‘애플’이다”라고 했다. “애플에서 나오는 아이폰, 애플워치 등 여러 기기를 함께 써야 편리하다. 우리 앨범은 지금까지 나온 네장을 다 들어봐야 우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자기PR을 잊지 않았다.

가성현은 “O.O.O의 음악은 현재진행형 마침표”라고 정의내렸다. “늘 새로운 마침표를 찍으려 노력하고 있다. 어쨌든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에 대한 마침표를 한번 찍었다. 그러나 여기에 안주할 생각은 없고, 새로운 무엇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겠다”는 다짐이었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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